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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1.21 우정과 원칙 사이 4
생각거리2012. 11. 21. 23:49

큰아이가 학급 부반장이다.

 

1학년이 무슨 반장, 부반장이 있나 싶었는데 아이 다니는 학교는 그렇더구나.

학교 적응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아이들에게 인기 있구나 싶어서 흐뭇했던 것도 잠깐,

아이가 들려주는 "학급 임원"의 삶이란 참 팍팍하기 이를 때 없다.

 

선생님 안 계실 때 아이들 떠들지 않도록 감시하고 통제하기,

학급 규칙을 안 지키는 아이들 선생님께 이르기,

청소 검사하기,

이동할 때 맨 앞 줄에 서기 등등..

 

문제는 우리 애 성향 자체가 규칙에 꽤나 연연해하는 일명 "교과서 소년"이라는데 있다

(아, 무서운 DNA의 힘).

 

어제는 학교 다녀와 내가 쪼르르 오더니 말했다.

 

장남: 엄마, xx이는요, 선생님이 가져오지 말라는걸 자꾸 가져와요.

나: 그래?  xx는 왜 그럴까?

장남: 모르죠. 오늘도 제게 비밀이라면서 그거 가져왔다고 말하더라구요.

나: 그랬어?

장남: 그래서 선생님께 일렀어요.

나: 어? 비밀이라고 말했다면서 그걸 선생님께 이르면 어떻게 해?

장남: (의아한 얼굴로) 하지만 선생님이 가져오면 안된다고 했는데 가져왔잖아요!

 

사실 나도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친구가 나를 믿고 비밀을 털어놓은건데 그걸 홀라당 일러버리는게 맞는건지

(그것도 누군가에게 크게 해가되는 일도 아니고..),

아니면 규칙은 규칙이니까 친구고 적이고 똑같이 적용하는게 맞는건지.

그러다 결국 생각이 번져 왜 꼴랑 8년도 안 산 아이들을 이런 시험에 들게 하는지 선생님이, 학교가 원망스럽기 시작.

 

상급학교(고등학교? 대학교?)에서 학생 뽑을 때 학급임원 경력도 포인트를 받는다지?

이게 봉사활동도 아니고 결국 감투/완장 하나 차는건데 무슨 리더쉽을 보여준다는겐지 의아할 뿐.

 

우리애를 보고 있노라면 1학년부터 너무 "학생" 냄새 풀풀 풍겨서 좀 안쓰럽다.

아직 꼴랑 만 7세의 아기일 뿐인데 말이다.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