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애들은 어찌나 예정일을 무시해주는지,
마귀할멈의 예언대로(!) 복이도 유도분만을 했다.
그런데 둘째라 그런지 진행이 너무 빨라서 다들 당황했다눈..
심지어 에피듀럴도 못 맞을 뻔 했다. 자궁문 열리는 속도가 넘 빨라서.
그리고 나도 말로만 듣던 "20분만에 애 낳기" "푸쉬 6번 만에 애 낳기"를 경험했다.
올~ 그래서인지 막 태어나서도 복이는 얼굴도 뽀얗고 주름도 별로 없더만.
그.런.데..
그 중요한 순간에 밧데리가 나가서 복이 막 태어났을 때의 사진은 없다.
그저, 키 20 3/4 인치(52.7cm)에 몸무게 8 파운드 1 온즈(3.66kg)였다는 사실밖에.
동휘 때와는 다르게 병실을 찾아준 분들도 많았다.
선물도 또 많이 받았다. 역시나 고맙고 미안한 마음..
동휘도 의외로 동생에 잘 적응하고 있다.
병실에 놀러왔는데 간호사가 복이 좀 안아 검사하려고 하니까 "Hey! That is my baby!"하며 못 만지게 하고,
그러면서도 사람들 시선이 아기에게 꽂히니까 TV 보는 중에 "얘들아! 쉬잇! (손가락 입에 대며) 아기 자잖아!"
하며 시선 분산도 좀 시켜주고 그랬다.
내가 환자복 입고 있는게 영 어색했는지, 자기만 떼놓고 사라져서 심술이 났는지
내가 잘 안 오고 눈길도 피해서 넘 슬퍼 난 엉엉 울었다눈..
푸쉬하는 와중에도 난 지 생각만 하고 지 걱정만 했는데.. ㅠㅠ
동생에게 자기 뱃지 보여주는 동휘
첫애 때와는 다르게 둘째는 사진도 별로 못 찍어줬다.
경황도 없거니와(오전에는 온갖 의료진들의 방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완전 마루타된 기분.
오후엔 손님들 맞이하니라고.. 호호~), 사진기 꺼낼 생각도 못했거든.
난 늘 인복이란 건 그 사람이 만드는 거라 생각해 왔다. 그런데 날 솔직히 들여다볼 때, 난 내가 가진 인품에 비해 턱없이 많은 인복을 지녔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늘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스럽다, 내 지인들이.
혹자는 대학 때부터 사귀는 친구는 진정한 친구가 아니랜다. 하지만.. 난 그 혹자(들)에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소"라고 말해주고 싶다. 대학 때 만난 그녀들, 대학원 때 만난 그들, 회사서 만난 그녀들, 버팔로에서 만난 그녀들, 아니 심지어는 온라인 상에서도 노래하나에서, 희망터에서, 미씨쿠폰방에서 만난 그녀들 덕분에 내 삶은 얼마나 뿌듯하고 당당하고 행복하고 여유로웠던가.
오늘, 지인에게서 또 선물이 왔다. 지금 애를 쌍둥이로 낳고 산후조리하느라 바쁜 그녀, 언니까지 힘들게 하면서 받은 너무나 소중한 선물이다.
하나하나 포장을 하고, 거기에 또 하나하나 손으로 만든 카드에 꼼꼼히 이야기를 풀어낸다. 인복 많은 엄마 덕에 동휘는 늘 횡재한다. 아니, 어쩌면 이것도 동휘의 인복인게지..
그녀를 알리는 문양이 꽉 박힌 카드를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그 안에 들어있는 카드는.. 야! 정말 예술하는 사람은 다르구나라는 생각!! 어쩜 저렇게 세밀하게 잘 그릴 수가 있지? 아니, 나 하나를 위해서 이렇게 그릴 수가 있지? 감동..
내가 해준 거 뭐 있다고.. 과분하다구요 **양!!!
올해는 책 복이 터졌나부다~~
자신이 소중하게 간직하던 책을 이렇게 풀어줬다. 내가 아는 이름은 둘 밖에, 아는 제목은 하나 밖에 없다. 이 새로운 세계 덕에 난 또 얼마나 신날지, 동휘와 남편은 얼마나 버려질지.. ^^;;
책 선물은 언제나 설레고 즐겁다. 히히~~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이다.
나는 가요를 참 좋아한다. 긴긴 세월 피아노를 쳤건만 (하긴, 내 또래 여성들 중에 나만큼 피아노 친 사람들 참 많을거다) 클래식은 베토벤, 쇼팽 외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나마도 가요들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야 한단 말이지. 헤헤..
중학교에 입학해서 참 친하게 지냈던 시원이. 그리고 시원이 덕에 알게 된 고 유재하씨. 시원이네 집에서 유재하 판을 들으며 사춘기 소녀의 감수성을 맘껏 즐길 수 있었다. 어쩌면 유재하씨의 안타까운 사연 때문에 그의 목소리가, 노래가 더 내 맘을 울렸을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내가 처음으로 내 돈으로 (내 돈?) 구입한 가요테잎이 유재하씨 것.
대학 4년 동안 대중가수 콘서트에 딱 3번 가봤는데 그 중 2번이 여행스케치의 공연이었다. 그 때 나와 함께 했던 강티비 선배들.. 그 중 한 선배랑은 서로에게 "보험"이 되어주기로 했었는데 (나이 서른에.. 뭐 그렇고 그런 얘기), 정말 나이 서른에 점심 먹으러 나갔다가 식당에서 딱 마주쳤다. 그 때 선배가 수줍어하며 제일 먼저 물어본 말이 "결혼은?"이었으니.. 난 유부녀, 선배는 예비 신랑. 그래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여튼, 맑은 음색이 참 인상적이었던 여행스케치.. 덕분에 난 기타에도 관심을 배우고 딱 "별이 진다네"만 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다 까먹었다. 그리고 그 노래는 코드가 쉽다). 실지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불치병"과 "동창회 가는 날"이던가?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노래 "거위의 꿈" 이 노래를 만든 카니발 (이적과 김동률).. 정말 사랑한다지. 요즘 인순이씨가 리메이크 해서 다시 부르고 있는데, 원본을 난 더 좋아한다.
미국 오면서 짐 무게 때문에 케이스를 다 버렸다고 직접 만들어 넣어준 센스. 그리고 좋은 노래들.. 이웃 현정언니가 공수해주는(^^) 음반들과 함께 또 내 귀를 즐겁게 해 주겠다.
디비디도 넣어줬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80년대 말인지 90년대 초반에 HBO를 통해서 처음 접했는데, 너무나 귀여운 맥 라이언이 인상적이었다지. 에 어린 나이(?!)에 보기엔 좀 무리가 있었으나 "토마토 토메이도, 포타도 포테이도.." 그 노래도 참 인상적이었고, 샐리와 함께 울고 웃으며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
내가 넘 좋아해서 우리가 PS2 (디비디 대용)를 사고서 내가 제일 처음으로 장만한 디비디도 바로 이것이었다. 이것도 나는 짐 무게 때문에 못 들고 왔는데 이런 식으로 미국나라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너무나 반갑다!!
동휘가 참 좋아했던 Eric Carle의 "From Head to Toe" 이 책을 열어보더니 "엄마, 이거 집에 있잖아!!"하면서 어찌나 흥분하던지.. (동휘는 한 번 본 건 무조건 "집에 있잖아"다) 동휘 생일 선물로 이 책 보내준다기에 반신반의하며(^^;;) 그래도 몰라 안 사고 있었는데 진짜 의리짱여사, 한 번 뱉은 말은 실천으로 옮긴다!!
배경이 좀 지저분하지만.. 동휘 표정 좀 봐라.
작년 할로윈 때 엠엔엠즈의 세계에 풍덩 빠지게 된 동휘. 그걸 기억하고 엠엔엠즈 초콜릿과 디스펜서 (모양 좀 보아! 동휘가 열광하는 차(오토바이?) 모양)를 사서 넣어줬다. 산후조리에 바쁜 둥이 어멈이 언니까지 끌고 뉴욕시티까지 나가서 구해준 귀한 물건.
동휘, 너무나 좋아하며 "부릉부릉" 거리고 있다. 여기서 엠엔엠즈까지 쏟아져 나오면 얘 얼마나 흥분할까..!! ^^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말 많이도 넣으셨소!!!) 꼼꼼히 스티커를 들여다보고 있는 엄격한 표정의 동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