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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24 제발 우리, 밥값 좀 하고 살자 [성균관 스캔들 중 정약용 박사의 말] 24
생각거리2010. 10. 24. 23:16
밥값을 한다는게 어떤걸까?

학생이라면 제대로 공부를 하는게 밥값을 하는거다.
(석사과정에 있을 때 모 대학 교수로 있던 한 선배가 그러셨다.
"공부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니 적어도 하루에 8시간은 제대로 공부하고 있느냐?"고).
선생이라면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는게 밥값을 하는거다.
직장인이라면 월급 받는만큼 제대로 일해주는게 밥값을 하는거겠고
부모라면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는게 밥값을 하는거겠다.

쉬우면서도 참 어려운 말임엔 틀림없다.

지난 토요일, "할로윈"을 외쳐대는 아이의 성화에 우방랜드에 다녀왔다.
지난 해에도 이 무렵에 갔다왔으니 근 1년만의 발걸음이다.
6살, 2살 어린 아해들을 데리고 즐기기엔 딱 좋을만한 크기에
위치도 대구에 있으니(대신에 시내를 통과해야 하는 복잡함은 있다) 그럭저럭 가까운 거리.
사실 우리 애는 에버랜드 노래노래를 해대고 있었으니까 그에 비하면.. ^^

3시간 정도 있으면서 내가 느낀 건 질.서.의.식.개.판.이었다.

90-130cm 아이들만 타는 놀이기구.
큰애만 줄을 세워놓고 난 바깥 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 아이 바로 앞에 있던 아줌마와 직원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130cm보다 좀 컸는지 탑승을 못하게 하니까 아줌마 본격적으로 따지기 시작.
그러더니 전화해서 지 남편까지 불러댄다.
덕분에 이미 기구에 앉아있던 아이들, 바로 뒤에 서 있던 우리 애를 비롯한 다른 아이들,
바람이 막 불기 시작했는데 다들 그렇게 기다려야 했다.
직원의 안내 하에 바깥 쪽으로 서서도 그렇게 계속 항의를 하는 바람에
아이들은 기구에 다 올라타서 기대에 차 있는데 또 몇 분을 그렇게 기다려야했다.

그래도 3분 정도나마 줄 서 있었는데 입장하는데서 짤렸으니,
그것도 130cm가 살짝 넘나본데 짤렸으니 억울한 심정 이해도 간다.
더구나 아이가 징징거리기라도 했으면 더 그랬을거다.

그런데 꼭 그렇게 모든 이들을 기다리게 하면서 자기 뜻을 주장해야 했을까?
당신 눈에는 키 조금 차이로 못 타서 억울한 당신 애만 보이고
기구에 타 있던 15명 남짓 아이들과 그 뒤에 40명이 넘게 서 있던 아이들과 그 부모들은
눈에도 보이지 않는가?

키를 90-130cm로 정한 것은 그냥 정했을까?
분명히 안정상의 이유로 정해진 룰일거다.
룰은 지키라고 있는거다.
그냥 이번 한 번만, 나만 좀 봐달라고 통할 문제가 아니다.
특히 그것이 안전과 관련이 있는 경우엔 더욱 그렇다.
그러다 어떻게 사고라도 나면 그건 누구에게 책임을 지울건가?

전화 받고 쫓아온 남편이라는 사람도 똑같았다.
하긴, 그러니 같이 사는거겠지.
어쩜 그렇게 지들만 생각하는지 열불나서 원..
바람은 막 불기 시작하고 애는 잠바 벗어놓고 타고 앉았는데, 추울까봐 더 걱정이 되는거다.
기다리다 못해 "다른 사람들은 눈에 안 보이냐, 불만 있으면 고객센터 가서 해라"
라고 외치려는 찰나에 그들이 불만 가득한 얼굴로 돌아섰고 기구는 출발했다.

지금 생각하니 천만 다행이다.
우리 부부의 생활신조, "불의를 보면 꾹 참아라!"를 어길 뻔 했으니 말이다. -_-
그나저나 아줌마, 우리 애 찍다보니 우연찮게 내 사진기에 아줌마 얼굴도 있더라
(사실 사진 보다가 그 아줌마 얼굴보고, 까먹고 있다 다시 열 올라 글 쓰기 시작).
확.. 그냥 여기다 올려버릴까부다. --+++++


가을 끝자락에(!) 화창한 날씨 덕인지 사람이 많았고, 그래서 기구마다 줄도 많이 서야했다.
그런데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는데 거의 줄어들지 않는 줄.
뭔가 했더니 중간에 끼어드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신의 일행에게 계속해서 붙어대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너무나 당당했다.
애 데리고 끼어들어가던 아저씨가 자기 아내에게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했더니
아줌마, 그것도 임신한(그러니까 아이를 속에 품고 있는 상태) 아줌마가
"다들 그러고 있다. 저 쪽은 더 심해. 그러니까 얼른 줄 서라"
애 키우면서 저러고 싶을까?
당신 애가 보고 있고 당신 뱃속의 애가 듣고 있고 내 애가 보고 있고 거기 서 있던 많은 아이들이 보고 있었다.
아내 말에 애 홀랑 들고 줄 서는 그 남편도 역시나 마찬가지. -_-

막판엔 거짓말 안 보태고 원래 내 앞에 있던 사람과 나 사이에 적어도 10명 이상의 사람들이 껴 있더라.
누구는 바보라서 줄 서 있나?

여러 집이 함께 와서 한 사람씩 각각의 놀이기구에 줄 서 있다가
한 놀이기구 끝나면 애들 우르르 모아서 다른 놀이기구 가서 중간에 서고 서고..
그런 짓을 반복하고 있더란 말이다.
그러면서 좋다고 시시덕거리는 것들이나,
이런 거 대비도 제대로 못하고 운영하는 업체나 다 거기서 거기. -_-

물론 그 와중에도 줄 오래 기다리며 서 있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질서의식" 운운하며 달래던 부모도 있고,
"중간에 새치기하는 건 나쁜 짓이야"라며 명확히 알려준 부모도 있고,
"우리 줄 좀 제대로 섭시다!"라고 큰소리로 외치던 아저씨도 있다(그런데 묻혔다. ㅠㅠ).
미꾸라지 한 마리, 아니, 몇 댓 마리의 위력은 대단했다.
뭉치니 힘이 생기는건가, 아니면 원래 그렇게 싸가지가 바가지인가?

여튼.. 재미를 쫓아 간 놀이공원에서 불쾌한 경험이었다.
작년, 코엑스에서 열린 캐릭터 페어에서 혀를 찬 이후 두 번째 경험. -_-



내 자식이 중요하면 남의 자식도 중요한 법이다.
아이들 공부 잘하라고 이것저것 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은 하고, 기본은 가르쳐주며 살자.
그게 부모가 할 수많은 일들 중 중요한 하나라고 본다.

나, 내 가족만 생각할 게 아니라 주변도 좀 돌아보면서 살자.
그게 민주시민이 해야할 수많은 일들 중 중요한 하나라고 본다.

제발 우리, 밥값 좀 하고 살자.
나에게도 하는 말이다.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