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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10 옥곡동 이선생 15
생각거리2009. 9. 10. 01:27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에 "역삼동 이선생"을 모처에 연재한 적이 있다
(놀라지 마시라. 내 홈피의 일부였다. 끄하하~).
열혈 애독자들이 꽤 있었던 걸로 아는데 아쉽게도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

그리고 지금, 나는.. 비록 연재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다시금 옥곡동 "이선생"이 됐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에 1시간씩 두 팀(그러니까 총 2시간)을 가르치고 있는데
영어로만 수업을 해달라는 학부형들의 요청에 애들이 알아듣던 말던 줄창 떠들고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보다 더 영어를 많이 쓰고 있는, 기묘한 한국생활이 되시겠다
(재밌는건, 남편 역시 미국에서보다 여기서 영어를 더 많이 쓰고 있단다. 오홀~).

내가 가르치는 애들은 참 귀엽고 말도 잘 듣고 열성적인 초등학교 1학년, 3학년이다.
3학년 아이들은 지난 2년 반 동안(대부분) 영어학원에  꾸준히 다녀서인지
꽤나 높은 수준(그러니까.. 에.. 나으~ 중 2 or 중 3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거이 대한민국 평균보다 좀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뷁!이다).
첫날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선생님, 숙제가 뭐예요?"라고 묻더니 벌써 대충 다 알아듣는 분위기.

그러나 버뜨, 1학년 아이들은 좀 난감하다.
개중 어떤 아이들은 100%는 아니더라도 나으~ 영어를 대충 알아듣는 반면,
20%도 못 알아듣는 아이도 있는 듯 하고,
무엇보다 내가 한국말에 능통하다는 것을 눈치챈 여우같은 아그들이(????)
영어로를 말하기 시도를 안하려고 하니 이를 어쩌나..
(외국인 선생에게 배울 땐 도대체 우찌했노?)

뭐, 다 좋다 이거다. 시간이 해결해줄터이니.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한 달만 하고 그만 둘 수가 없는 상황이라서리
내가 경산에 머무는 한 아마도 계속 가르치지 싶으니 말이다(애들이 날 떠나지 않는 한).

문제는.. 나는 칭찬이라고 잔뜩 해줬는데, 당사자는 울상일 때가 있다는 것.
눈치를 봄직하니까니.. 그게 칭찬인 줄 모르고 칭찬받을 짓을 했는데 왜 안 해줄까 싶어
서운하고 속상한거다. -_-
아.. 이럴 땐 정말 나도 한국어로 막 떠들고 싶다..규!

여튼, 옥곡동 이선생과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영어시간은 계속 진행 중.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밌게 쏙쏙 들어오게 할까를 고민하다보니 수업 준비가 좀 버겁다.
사실 책대로만 하려면 쉽겠지만 말이지.. 그래도 나 믿고 온 애들인데 어찌 그리 해줄 수 있겠나..
아, 나는 너무 훌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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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또 어찌될 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걱정과 우려와는 다르게 동휘선수는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는 듯 하다.
어제 디보가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 가더니 오후에 우쭐해서 버스에서 내리더군.
친구도 생긴 듯 하고, 무엇보다 맨날 동휘를 괴롭히던 "나쁜 형아"가 화살을 다른 애들에게도 돌림으로써
공공의 적으로 부상하는 듯 하다.
거기다 악의가 있어서 동휘를 때린 것이 아닌 것 같은게.. 동휘선수 왈, "나쁜 형아랑은 약간 친구야"
약.간. 음.. 어렵구나, 아가.

지난 금요일 이후, 주말 내내 거의 멎었던 기침이 월요일에 다시 학교에 가면서부터 시작됐다.
병원에 또 가봐야 하는걸까? 아.. 기침이 너무 오래가는거, 넘 맘에 걸린다.
한국에 오면서부터 가래가 끓는지 켁켁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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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우선수의 만행이 최고조에 달하더니 다시 제정신을 찾는 듯 하다.
그간 코감기와 열감기로 인해 잘 먹지도 않고(젖이 퉁퉁 불어 손으로 대충 짰더니 3.5 oz가 나왔다.
이것도 다 짠게 아니었다구) 밤에 잠도 잘 못 자서 나랑 동휘아빠도 덩달아 잠을 설쳤다
(오른쪽 눈의 실핏줄 터져서 완전 깡패같다, 나).
그래도 어제 밤에는 9시 무렵부터 잠들어 12시에 한 번 깨서 젖먹고 아침 6시 30분까지 자줬으니
오늘도 그런다면 우리 동우를 다시 찾았다 생각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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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뱃짐이 도착했다.
보낸대로 다 왔는데, 일단 부엌짐 2박스만 풀었다(에게, 겨우?! 헤헤).
남들은 그릇 하나 싸는데도 버블을 둘둘 말아서 테잎을 잔뜩 붙여서 보냈다는데
사실 나는 종이로 한 번 싸고 그걸 자그마한 박스에 넣으며 빈 공간에 양말이나 속옷,
아기 옷들 중 버려도 그만인 옷들로 채운 후 그걸 다시 큰 박스 안에 차곡차곡 쌓으며
빈 공간에 옷을 집어넣는 식으로 넣었다.
결과는 한 개의 깨짐도 없이 모조리 잘 도착! :)
어릴 때 어깨 넘어로 엄마 짐 싸는걸 오죽 많이 봤어야 말이지~ 호호호~

이제 약 30 박스 남았다.
이건.. 어느 세월에????

여튼.. 미국서 쓰던 짐들이 도착하고 나니 이제 정말 미국과는 안녕이구나라는 생각에
아주 잠시나마 우울해졌다.
그래도 내 짐을 받고 나니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동휘는 부엌짐에서 꺼낸 자신의 소유물(디에고 식탁매트, 컵 등)을 가슴에 꼭 끌어안고
"많이 많이 보고싶었어"라고 해서 또 내 맘을 찡하게 했다.
장난감 박스 풀면 난리 나겠군.
보관함이 없어서 당분간 그냥 쌓아놔야 할 것 같은데 어쩌지.. 쩝.


뭐.. 대충 이러고 살고 있다는 이야기.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