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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24 [37M 1W] 난로, 동휘 12
  2. 2007.10.06 엑스레이를 찍은 동휘 8
동동브로2008. 8. 24. 09:48

지난 목요일 오후부터 어제 밤까지 이틀 동안 열이 났다.
체온계로 재보니 대략 101.8도까지 (섭씨로 약 38.7도) 올라갔다.
태어나 이렇게까지 체온이 올라간 건 처음이라 바짝 긴장했다.

열이 난 적이 별로 없던터라, 여행갈 때마다 챙겼던 해열제마저 하나도 챙겨오지 않아
(나중에 보니 동휘 옷가방 안에 인펀 타일레놀 하나, 뜯지도 않은 거 들어있더라.
이렇게 정신이 없었다) 마켓에 가서 인펀 타일레놀 하나, 칠드런 모트린 하나,
거기다 해열패치라는 Be Kool까지 사가지고 왔다.

밖에서 한참 돌아다니다 들어온터라 일단 약을 먹이고 물 먹이고 복숭아를 먹이는데
갑자기 애가 이상한 표정을 짓더니 와락.. 저녁으로 먹은 것까지 다 토해냈다.
젖 먹을 때 외에 이렇게 토한 적이 없어서 (그나마 젖 먹을 때는 먹은 젖 약간 뱉어내는 정도였는데)
또 겁이 더럭 났다. 약까지 다 토한터라 어쩔 수 없이 Be Kool을 붙여주고 (이것도 안 붙인다고 어찌나
성질내고 울던지, 원.. 마술을 부려야했다) 겨우 재웠다. 온몸이 펄펄 끓었다.
그 와중에도, 토하느라 지도 놀래놓고 손에 묻었다고 어찌나 화를 내던지.. -_-

아침에 일어나니 여전히 열이 났다.
밤에 토한터라 묽은 죽을 끓여 먹이고 (다행히 배고프다고) 모트린을 먹였다.
101도가 넘으면 타일레놀보다 모트린이 더 효과적이라고 해서 먹였는데 정말 금방 열이 내렸다
(체온계 겨드랑이에 넣는 것도 너무 싫어해서 재진 않았다만).
하지만 8시간이 지나니까 도루묵. 동휘는 작은 난로같았다. ㅠㅠ
동휘가 젤루 좋아하는 친구 Clifford의 생일잔치가 있는 날이었는데 가지도 못했다.

그리고 그 날도 하루종일 동휘는 뜨거운 난로였다.
그래도 노래부르고 떠들고, 평소와 다름 없어 병원에 전화할 생각도 안했다.
실지로 소아과 웹사이트를 읽어보니

열은 그저 증상일 뿐이고, 면역 시스템에 도움이 되므로 굳이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며, 정상 체온으로 돌리는게 중요한 게 아니고, 해열제를 먹이면 열이 내리기 보다는 아이가 덜 불편해할 뿐
이라고 써 있더군. 더구나 열이 105도 이상 되거나,
102도 이상 3일 이상 지속되거나,
열과 함께 소변 이상이나 목이 아프면 진료시간에 전화하라고 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저 가운데 하나라도 속해있지 않으면 전화해봐야 해열제 먹이고 옷 다 벗기고
미지근한 물에 목욕이나 시키고 지켜보라는 뜻이겠지. -_-

그렇게 난로같던 동휘는 어제 밤을 고비로 정상체온으로 돌아왔다
(사실 잘 모르겠다. 체온계 꽂는걸 너무너무 싫어해서. 하지만 더 이상 난로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이마며, 턱 아래며, 겨드랑이며.. 여기저기 만져보니 더 이상 열이 없길래
나도 모르게 "아이구, 기특한것!!"이라고 말하며 아이를 와락 안아줬다.

그렇게 열이 난 원인은 모르겠지만, 동휘의 열은 가라앉았다는 이야기.
건강하게 잘 자라렴, 사랑하는 아가.
Posted by bibidi
동동브로2007. 10. 6. 10:40

아빠한테 한참 혼나고 난 동휘가 왼쪽 팔 부근을 전혀 못 쓰며 아프다고 울기 시작한 게 엊그제 저녁.

어릴 때, 엄마나 아빠께 심각하게 혼나고 나면 으례 발이 안 펴지네, 어디가 너무 아프네 하던
막내동생이 있었던지라 처음엔 심리적 요인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밤에 자면서도 몇 번을 깨어 왼손을 가리키며 "아퍼.. 엄마 아퍼.."하는 녀석을 보니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평소에도 곧잘 어디 아프다고 다가오면 엄마가 "호~" 또는 "쉐~~"하며
입김을 불어넣어주기만 하면 되었는데,
아무리 "호~"를 해줘도 아프다고 울기만 하니
엄청난 무력감과 함께, 왜 나는 의대에 가질 않았을까 하는 후회까지 밀려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 보니 왼손 엄지손가락 바닥쪽이 꽤 부어있는 것을 발견.
여전히 아이는 아픔을 호소하고, 심지어 왼팔을 조금도 들어올리지도 못했다.

겁이 버럭나서 소아과에 연락을 하고, 동휘아빠는 부랴부랴 학교에 다녀오고..
오전 10시 45분에 도착한 소아과에서부터 30분을 선생을 기다려 만나고,
엑스레이를 찍어야겠다는 말에 또 차를 몰아 엑스레이 찍는 병원에 가서
환자 등록부터 시작해서 보호자 싸인까지 갖가지 서류작업을 마친 후
약 1시간 동안 엑스레이만 네 번을 찍어야 했다.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얻고, 다시 소아과에 갔다.
무엇을 어떻게 해줘야 할 지 모르는 상태인지라 갔는데,
엑스레이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도 의사는 (아침 의사와 다른 의사)
여전히 팔꿈치 부근의 탈골만 의심하는 듯 했다.
엑스레이 테크니션도 알아본 각 손의 붓기를 발견 못했단 말인가?
동휘 왼손바닥을 가리키며 "여기가 부었다"고 아무리 얘기해줘도
"그래.. 손목이 좀 부은 것 같다"라는 어이없는 소리까지..
그러고보니, 동휘 너.. 전체적으로 좀 토실토실해서 부은건지 어쩐건지 잘 모르겠구나. --++

여튼.. 그 의사는 우리에게 이런 처방을 내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무용지물이 된 팔 서포터


























동휘가 왼 팔을 축 늘어뜨리고 움직이지 않고 있었는데,
이걸로 지탱을 해주면 좀 나을거라고..
도대체 뭔 말인지 단어는 다 알아들었으나 해석은 불가.
하지만 이미 점심시간은 훌쩍 넘어 3시가 다 되어 있었고,
아이는 아이대로 지쳐서 "집에 가자" "문(진료실) 열어"만 되뇌이고..
심지어 자기 왼팔과 왼손을 이리저리 눌러본 그 의사를 향해
적개심 가득한 눈빛까지 날리고 있었으니, 었
도저히 여기서 얻을게 없다는 판단을 했다.

어찌되었든 의사는 존중한다는 표시로 잠깐 저걸 동휘 팔에 끼어 어깨에 둘러주었는데
녀석이 울고 불고 또 난리.. 원래 몸에 "이물질"이 닿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녀석이라..
진료실에서 나오는데 이웃의 건우맘님을 만났다.
아이들 첵업 때문에 오셨다가, 원래도 동휘 넘 예뻐라 해주는 "영미이모",
동휘 팔에 붙은 저 이물질을 보고 너무 놀라셨던거라..
결구 오늘 낮에 잠깐 우리 집에 들르셔서 맛난 빵 전달과 함께 동휘 상태까지 확인하고 가셨다눈..
(쌩유 베리 감사, 언니.. ㅠㅠ)

동휘 주치의 선생님이 처음부터 보셨음 왠지 한 번에 알아채셨을 것 같은데,
오호 통제라.. 급작스러운 소아과 방문은 대체로 초짜 의사들이 담당인 듯.

여튼..
병원서 너무 혼난 탓인지,
하루종일 피곤은 했지만 엄마, 아빠 사랑을 듬뿍 받아서 맘이 풀어져서였는지,
시간이 좀 흘러서인지,
여전히 팔을 예전처럼 쓰진 못하지만
조금씩 "Hooray"도 양손으로 해 가면서 나아지고 있는 중이다.

저 이물질은 당연히
쓸쓸하게 집안 곳곳을 굴러다니고 있다.

아프지 말자, 동휘.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