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1.14 향수 18
  2. 2009.09.10 옥곡동 이선생 15
  3. 2009.08.24 경산이라는 곳... 14
생각거리2010. 1. 14. 18:41
그립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아니라 버펄로라는 동네가.
1년 중 반 이상이 겨울이고, 그 겨울의 80%가 눈인 동네가 뭐가 그리 그립담?
일전에 홀리 할머니한테 "여긴 우리 애들의 고향이기 때문에 더 특별한 듯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래서일까?
남편도 이해 못하는 나의 버펄로 사랑.

오늘 경산 날씨는 쨍하면서도 매서운 바람이 이는, 내가 좋아하는 겨울 날씨였다.
버펄로 생각이 나는 김에(사실 버펄로의 겨울은 물기가 많다. 우울증 걸리기 쉽상인)
내가 즐겨듣던 ninty six point one wjye를 구글링해봤다(96.1 WJYE).
흘러간 옛 팝송을 주로 틀어주는데 할로윈이 끝나기 무섭게 크리스마스 캐롤만 틀어대던,
나로하여금 베네수엘라의 향수를 불러 일으켜주던 라디오 스테이션.
오~ 인터넷으로 청취가 가능하다!
그래서 하루종일 틀어놓고 있는 중.

어린이집 다녀온 동휘는 Go Diego를 시청하고 있고, 토실이는 집 이곳저곳을 탐험하고,
바깥날씨는 쨍하니 춥고, 노래는 계속 흘러나오고, 귀에 익은 광고도 나오고..
내가 경산에 있는지 버펄로에 있는지 가물가물..

내친 김에 npr로 한 번 찾아볼까?
쿡. 차 안에서만 겨우 들어놓곤.
Posted by bibidi
생각거리2009. 9. 10. 01:27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에 "역삼동 이선생"을 모처에 연재한 적이 있다
(놀라지 마시라. 내 홈피의 일부였다. 끄하하~).
열혈 애독자들이 꽤 있었던 걸로 아는데 아쉽게도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

그리고 지금, 나는.. 비록 연재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다시금 옥곡동 "이선생"이 됐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에 1시간씩 두 팀(그러니까 총 2시간)을 가르치고 있는데
영어로만 수업을 해달라는 학부형들의 요청에 애들이 알아듣던 말던 줄창 떠들고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보다 더 영어를 많이 쓰고 있는, 기묘한 한국생활이 되시겠다
(재밌는건, 남편 역시 미국에서보다 여기서 영어를 더 많이 쓰고 있단다. 오홀~).

내가 가르치는 애들은 참 귀엽고 말도 잘 듣고 열성적인 초등학교 1학년, 3학년이다.
3학년 아이들은 지난 2년 반 동안(대부분) 영어학원에  꾸준히 다녀서인지
꽤나 높은 수준(그러니까.. 에.. 나으~ 중 2 or 중 3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거이 대한민국 평균보다 좀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뷁!이다).
첫날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선생님, 숙제가 뭐예요?"라고 묻더니 벌써 대충 다 알아듣는 분위기.

그러나 버뜨, 1학년 아이들은 좀 난감하다.
개중 어떤 아이들은 100%는 아니더라도 나으~ 영어를 대충 알아듣는 반면,
20%도 못 알아듣는 아이도 있는 듯 하고,
무엇보다 내가 한국말에 능통하다는 것을 눈치챈 여우같은 아그들이(????)
영어로를 말하기 시도를 안하려고 하니 이를 어쩌나..
(외국인 선생에게 배울 땐 도대체 우찌했노?)

뭐, 다 좋다 이거다. 시간이 해결해줄터이니.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한 달만 하고 그만 둘 수가 없는 상황이라서리
내가 경산에 머무는 한 아마도 계속 가르치지 싶으니 말이다(애들이 날 떠나지 않는 한).

문제는.. 나는 칭찬이라고 잔뜩 해줬는데, 당사자는 울상일 때가 있다는 것.
눈치를 봄직하니까니.. 그게 칭찬인 줄 모르고 칭찬받을 짓을 했는데 왜 안 해줄까 싶어
서운하고 속상한거다. -_-
아.. 이럴 땐 정말 나도 한국어로 막 떠들고 싶다..규!

여튼, 옥곡동 이선생과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영어시간은 계속 진행 중.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밌게 쏙쏙 들어오게 할까를 고민하다보니 수업 준비가 좀 버겁다.
사실 책대로만 하려면 쉽겠지만 말이지.. 그래도 나 믿고 온 애들인데 어찌 그리 해줄 수 있겠나..
아, 나는 너무 훌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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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또 어찌될 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걱정과 우려와는 다르게 동휘선수는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는 듯 하다.
어제 디보가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 가더니 오후에 우쭐해서 버스에서 내리더군.
친구도 생긴 듯 하고, 무엇보다 맨날 동휘를 괴롭히던 "나쁜 형아"가 화살을 다른 애들에게도 돌림으로써
공공의 적으로 부상하는 듯 하다.
거기다 악의가 있어서 동휘를 때린 것이 아닌 것 같은게.. 동휘선수 왈, "나쁜 형아랑은 약간 친구야"
약.간. 음.. 어렵구나, 아가.

지난 금요일 이후, 주말 내내 거의 멎었던 기침이 월요일에 다시 학교에 가면서부터 시작됐다.
병원에 또 가봐야 하는걸까? 아.. 기침이 너무 오래가는거, 넘 맘에 걸린다.
한국에 오면서부터 가래가 끓는지 켁켁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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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우선수의 만행이 최고조에 달하더니 다시 제정신을 찾는 듯 하다.
그간 코감기와 열감기로 인해 잘 먹지도 않고(젖이 퉁퉁 불어 손으로 대충 짰더니 3.5 oz가 나왔다.
이것도 다 짠게 아니었다구) 밤에 잠도 잘 못 자서 나랑 동휘아빠도 덩달아 잠을 설쳤다
(오른쪽 눈의 실핏줄 터져서 완전 깡패같다, 나).
그래도 어제 밤에는 9시 무렵부터 잠들어 12시에 한 번 깨서 젖먹고 아침 6시 30분까지 자줬으니
오늘도 그런다면 우리 동우를 다시 찾았다 생각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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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뱃짐이 도착했다.
보낸대로 다 왔는데, 일단 부엌짐 2박스만 풀었다(에게, 겨우?! 헤헤).
남들은 그릇 하나 싸는데도 버블을 둘둘 말아서 테잎을 잔뜩 붙여서 보냈다는데
사실 나는 종이로 한 번 싸고 그걸 자그마한 박스에 넣으며 빈 공간에 양말이나 속옷,
아기 옷들 중 버려도 그만인 옷들로 채운 후 그걸 다시 큰 박스 안에 차곡차곡 쌓으며
빈 공간에 옷을 집어넣는 식으로 넣었다.
결과는 한 개의 깨짐도 없이 모조리 잘 도착! :)
어릴 때 어깨 넘어로 엄마 짐 싸는걸 오죽 많이 봤어야 말이지~ 호호호~

이제 약 30 박스 남았다.
이건.. 어느 세월에????

여튼.. 미국서 쓰던 짐들이 도착하고 나니 이제 정말 미국과는 안녕이구나라는 생각에
아주 잠시나마 우울해졌다.
그래도 내 짐을 받고 나니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동휘는 부엌짐에서 꺼낸 자신의 소유물(디에고 식탁매트, 컵 등)을 가슴에 꼭 끌어안고
"많이 많이 보고싶었어"라고 해서 또 내 맘을 찡하게 했다.
장난감 박스 풀면 난리 나겠군.
보관함이 없어서 당분간 그냥 쌓아놔야 할 것 같은데 어쩌지.. 쩝.


뭐.. 대충 이러고 살고 있다는 이야기.
Posted by bibidi
생각거리2009. 8. 24. 23:59
태어나 처음으로 "경북도민"이 됐다.
연고도 없는 이곳에서 뭘 어찌해야 하는가 싶었는데
선배 부부의 도움으로 잘 정착하고 있는 중이다.

경산은.. 마치 버펄로 같다.
대도시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골도 아니고.
사람들도 (운전할 때 빼고) 친절 & 상냥하고..
(이 부근에서 대구 토박이인 최선배 왈, "그런 말은 너거들에게서 첨 들어본다" @.@)

아직 냉장고도 없고 세탁기도 없어서 우리는 여전히 난민꼴이다.
그나마 붙박이로 부엌에 붙어있는 손바닥만한 TV 덕에 우리 동휘는 EBS를 시청한다.
지난 1주일 내내 이마트에 출근도장 찍었더니 이제 이마트가 지겹다.
"한국의 타겟"이라고 하기엔 좀.. 할인률이 넘 적다. 아쉽다.

동우가 가지고 놀 게 너무 없어서, 원맨쇼하기에도 지쳐서
장난감 대여나 중고 장난감을 알아보고 있는데 영..
일단 지금 배로 오고 있는 짐에 들어있는 장난감이 있는데 비슷한 걸 중고로라도 사기가 그렇고
대여를 하자니 한 달 단위인 경우 돈이 좀 아깝기도 하고 내가 원하는건 벌써 다 나갔고
아무리 중고라지만 내가 원가를 버젓이 알고 있는데 인간적으로 너무 비싸게 판단 말이지!!!
(거라지 세일에서라면 5불이면 건질만한걸 5만원, 6만원에 팔고 있는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감?)
그래서 그냥 계속 원맨쇼하고 있다.
요즘은 비행기, 택시를 지나 인간그네도 되어주고 있다.
스스로 앉게 되면 인간미끄럼틀도 되어주마.

동휘는 매일 오후 놀이터에 나가서 논다.
이거 하난 참 좋다.
문제는 지난 2주 동안 계속된 기침.
지난 주에 기침이 너무 오래가는 것 같아 소아과에 가서 문의했더니 목이 부었다며 처방해줬는데
그 약을 다 먹고도 계속 기침이 되어서 오늘 또 소아과에 가봤더니 기관지에서 미세하게 소리가 난다고
네뷸라이져 처방에 약도 처방해줬다.
기침 오래가봐야 좋을 거 없으니 갔는데, 약 다 먹고 괜찮은지 다시 한 번 와보랜다.
인간적으로 너무 상냥해서 온 몸이 오그라드는 기분이었는데
그래도 한국에서 다녀본 소아과 중(3군데 다녀봤다) 가장 미국의 소아과(Tonawanda Pediatrics)와 비슷했다.
꼼꼼한 검진, 조심스러운 다룸, 보호자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 및 질문에 상세하게 대답 등.

오늘은 추천받은 어린이집에도 다녀와봤다.
원장님의 교육관이 나랑 비슷해서, 독자적 건물이라, 시설도 깨끗해서 마음에 들었는데
보육비를 지원 받아도 한 달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아서 여기를 선택해야 하나 좀 고민.
오전 10시(아침 9시 30분에 차 탐)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오후 6시에 차에서 내림) 종일반을
과연 동휘가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 한가득이다.
그냥 오후에 학원이나 보낼까도 생각해봤는데 친구이자 선배맘인 소라 왈, "그만한 애들은 받아주지도 않아"
쩝..

여튼.. 동휘 때문에 걱정이 많다. 너는 아니, 아가?

동우 선수도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요즘 부쩍 엄마를 알아보는 느낌..? 나만의 느낌인가?
형아랑 다툼도 간간히 일어난다.
왜 지 장난감(teether)에는 관심이 없고 형아 장난감에만 관심을 가지는지..
또 그걸 왜 꼭 만져봐야 직성이 풀리느냐는 말이다.
동휘, 당연히 길길이 날뛰고.. 뺏으려 힘을 줬는데 못 뺏으면 (동우가 힘이~ 으하하) 동휘가 울고,
끝내 빼앗기면 동우가 울고.. 이것들이 벌써부터! 허나 두 녀석 다 어찌나 신기하고 웃긴지.. ㅋㅋ

지난 20일부터 이유식도 시작해 꿀떡꿀떡 잘 받아먹고 있다.
오늘은 라이스 시리얼에서 벗어나 완두콩(sweet pea)을 줘봤다.
많이는 못 먹는데 그래도 쫍쫍거리면서 먹는 것이 넘 귀엽다.
역시나 짐이 도착을 안 한 관계로 인펀카싯에 앉아 먹고 있다. -_-
몸무게는 9kg. 파운드로는 20 파운드가 다 되어간다.
인펀카싯이 몸무게 20 파운드까지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얼마나 불편할꼬.
뭐, 어쩌겠는가..
컨버터블 카싯이 오면 차가 없어서 또 사용 못할 듯. @.@

경산도 많이 선선해졌다.
낮에는 86도 정도까지 올라가는데(습도는 평균 50%)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우리 집은 13층)
그냥 창문만 다 열어도 괜찮은 정도다. 가끔 넘 덥다 싶으면 선풍기 틀면 그만이고.
밤에는 제법 추워져서 창문 다 닫고 잔다.
딱 버펄로와 비슷한 요즘 날씨.
그래서인지 햇살 따가운데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면 버펄로의 곳곳이 생각난다.
던킨이 있던 Main St., I-290를 타고 exit 7에서 exit 2까지 오는 길,
2년을 살았던 Country Club Manor이며 Holly 할머니의 집 앞과 안,
현정인니네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는 입구며 동휘아빠가 다니던 학교,
우리가 막판에 자주 가던 Niawanda Park로 가는 호수 옆길 등등..
눈앞에 선하게 떠오르는 또렷한 영상에 내가 지금 경산에 있는지 버펄로에 있는지
잠깐이나마 착각하게 된다.

뭐, 그렇게 살고 있는 중.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