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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29 아.. 애마여.. ㅠㅠ 8
생각거리2007. 11. 29. 13:00
오늘 차 사고가 두 번이나 날 뻔 했다
("뻔 했"기 때문에 사고가 난 것이 아니었으므로 걱정은 금물).

이번에도 브레이크의 문제.. @.@
오늘 그나마 거리에 차가 별로 없었고, 해가 났었으니 망정이지 정말 큰일날 뻔 했다.

몇 일 전부터 오른쪽 뒷바퀴 부근에서 브레이크 밟을 때 가끔씩 덜커덕거리는 소리가 났었다.
좀 불안하다 했는데 오늘 아침엔 유독 차가 무겁게 느껴지고 브레이크 밟을 때마다 끼익끼익..
정비소를 가봐야겠네.. 생각하며 동휘아빠 학교에 내려주고 동휘랑 짐보리 갔다가 집에 오는데
큰 길에서 아파트 단지로 들어오는 길, 브레이크를 슬쩍 밟으며 우회전을 하려 하는데
아뿔싸!!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듣는 것이었다.
와.. 정말 순간 식은땀 쭈륵..
그 와중에 사방을 살펴보니 마침 차가 없어서 기대~로 돌려 아파트 단지로 들어왔다.

그 때가 시속 30mph 정도였는데, 아파트 단지 내에서 15mph 정도로 모니까 또 브레이크가 들었다.

마음이 다급해져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그리고 작년에 브레이크 패드를 갈았던 정비소로 가기로 했다.
전화를 해봤더니 마침 지금 당장 오라네~
가는 길에, 집에서 나와 첫 번째 신호등에서 우회전을 해서 가야하는데
아까의 상황을 떠올리고 천천히 가면서 신호등 한참 전에서부터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이는데
아뿔싸!!
앞 차의 뒤꽁무니는 점점 다가오는데 속도가 안 줄어드는 것이었다. ㅠㅠ
핸들을 좌우로 돌려가며 겨우 박치기를 면할 수 있었다.

또 식은땀이 줄줄..

그래서 제한속도 45mph의 길을 비상등 켜고 25~30mph로 달렸다눈..
두 번째 신호등에서 우회전, 그 다음엔 비보호 좌회전을 해야하는 상황이라 넘 걱정을 했는데
평소엔 차가 바글바글한 (나름 우리 동네에서 트래픽이 심한 곳. ㅋㅋ) 이곳이 한가해서
무난히 정비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저씨가 보시더니 emergency brake cable이 나가면서 브레이크 액이 새서
케이블, 실린더, 그리고 갖가지 관련 부품들을 갈아야 한다고 했다.
작년에 고친 것들이 1년 워런티가 있는데 그걸 5월에 했어서 아쉽다는 말과 함께. ㅠㅠ

그 때가 1시가 좀 안 되었던 시간인데 케이블 자체가 정비소까지 오는데 3~4시간 걸리고
고치고 어쩌고 한다고 하니 오후 6시에나 끝나겠단다.

그럼 동휘랑 나랑은 뭐하지??

우리 집에 데려다 줄 수 있겠냐니까 없댄다.
차로 데려다 줄 사람 찾아보랜다.
덴장..

동휘아빠랑 통화하며 카싯이 있는 차를 물색해봤으나 낭패.
결국 걸어서 집에 가기로 했다.
차로 10분 거리니까 걸으면 40분 정도 걸리지 않을까 하는 계산.
거기다 주로 걸어야 하는 도로 (Maple Rd.)에는 인도도 있으니 괜찮겠지 않겠나 싶었다.

뭐.. 결국 집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이 걸렸으나..
이건 전적으로 동휘 때문이라구.
어른 걸음으로 걸었으면 30분 안에 도착할 길이었을 것 같다.
주변에 걷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오후가 되니 구름 잔뜩 끼고 바람 많이 불었다)
뻘쭘해서 그랬지..
유모차에 타고 가던 동휘가 "엄마, 집에 갈까?" (집에 가자는 말)라며 울기 시작하자
내려서 걷겠냐고 물으니 좋댄다.
결국 나는 한 손으로 유모차를 끌고 한 손으로 동휘 손을 잡고
걷는 사람 하나~~도 없는 그 긴 길을 낙엽을 밟으며, 낙엽을 발로 날리며
신나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동휘아빠가 중간에 나타나기 전까지.
동료에게 라이드 부탁하여 집에 가겠다더니 길따라 쭉 와서 우리가 걷고 있는 앞에 짠~ 나타난 것.

나랑 걷는다면서 동휘가 자꾸 넘어지니 불쾌한 기색 연연하던 동휘아범,
결국 나는 유모차나 밀라면서 동휘랑 아주 조심스럽게 걷기 시작했다.
나랑 신나서 걷던 동휘는 어느 덧 아주 얌전한 소년이 되고..

그래도 걷는 것에 신이 났었는지 유모차 타재도 싫다, 아빠가 안아준대도 싫다,
엄마가 안아준대도 싫다.. 이누무자슥..
어디선가 "아이와 대화의 기술"에 해야하는 거 둘 중 어떤 걸 할거냐는 식으로 묻는게 좋다는게 생각나
(예를 들어, "방을 치울래, 숙제를 할래?"라는 식으로)
"유모차에 탈까, 엄마가 안을까?" 했더니 동휘녀석,
"유모차 안 해! 엄마 안 안아!"
ㅡ.ㅡ

집에 거의 다 와서야 (여긴 인도가 없어서 넘 위험했다) 아빠가 안으니 그제사 안겨서,
아니 얘는 왜 말 타듯 안기는거야, 힘들게시리..!!

그렇게 추운 겨울날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세 식구 1시간을 걸었다는 얘기. ㅠㅠ
동휘가 그러더라.
"엄마, 정말 추워!!"

뭐.. 어쨌든,
6시에 된다던 차는 8시가 다 되어서야 고쳐졌고 (아저씨들 6시 퇴근인데 그 때까지 일하셨댄다),
워런티가 남아있던 부품들이 좀 더 있어서 가격도 많이 낮아졌다는,
그나마 좀 안심스러운 이야기.

허나, 브레이크가 안 듣는 경험을 두 번이나 한 나는
가격이고 나발이고 나와 동휘가 무사하다는 것에 그저 다행스러울 뿐이다.

휴우..
참 긴 하루다.
거의 떨어져나갔던 감기는 다시 내게 돌아오는 중.
쿨럭.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