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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29 눈 깜짝할 사이... 33
동동브로2010. 6. 29. 23:51

하루 사이에 두 번이나 emotionally and physically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을 겪은 오늘.

1. 잠시 장남을 잃어버리다

놀이터에서 7시까지 놀다가 집에 가자고 하는 순간,
장남은 알겠다며 씽씽카를 끌고 나섰는데
토실이넘이 도망간다고 다다다다 뛰어가는거라. -_-
넘을 잡아 토마스 자전거(다기능 자전거!)에 앉히고
집으로 가려는데 장남이 안 보이네?
녀석의 씽씽카도 없길래 집 쪽으로 향하는데
보통 놀이터에서 우리동으로 꺾어지는 길에서 기다리는 녀석이
오늘따라 보이질 않는거라.

광년이처럼 아이 이름을 불러댔는데 녀석은 보이지 않고..
다급하게 다시 놀이터에 가 봤는데 역시나 녀석도, 씽씽카도 없었다.

놀이터에 남아있던 엄마들에게 이야기를 해놓고 다시 동 현관까지 와봤는데
거기도 녀석이 없는거라.
순간 머리가 하얘지면서 끌고 다니던 토실이넘 자전거와 토실이넘까지도
당장 길바닥에 버리고 뛰어서라도 찾아댕기고 싶은걸 가까스로 참은 후
정신없이 동네를 내달렸다.
중간에 보이는 이웃들에게 장남을 보면 내게 연락해달라 해대면서.
우리 동을 끼고 놀이터까지 오는 내내 녀석은 보이질 않고
내 머리속은 온갖 저급한, 무서운, 험악한 상상으로 퓨즈 터지기 일보직전.

놀이터에서 한 아이가, 우리애가 집쪽으로 가는걸 보고 자기가 이쪽으로 왔다고 하길래
다시 동 현관까지 갔는데 여전히 없었다.
혹시나 싶어서 다급히 문 열고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는데
온갖 신들 이름이 튀어나오고(아.. 그래도 나 천주교 신잔데.. 쩝)..
한 10층쯤부터 내 자식의 울음소리로 추정되는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
아, 아이 울음소리가 이렇게 반갑고 고마운 적은 또 처음.

13층 문이 열리니 얼굴이 빨개져 정신없이 울고 있는 장남 발견.
정말 다리에 힘이 스르륵 풀리고 가슴이 뻐근하게 아파서 숨을 못 쉬겠더라.
녀석을 붙잡고 엉엉 울었다.
녀석도 더 놀라서 엉엉 울었다.
우리 둘을 쳐다보던 토실이넘, 질투에 눈이 멀어 엉엉 울었다.


2. 토실이넘, 팔을 데이다

정신없이 욕실에 밀어넣어 둘을 다 씻기고 발라주고
저녁으로 딱 밥만 있길래 국에 말아줄 심산으로 오뎅국을 끓였다.
점심 때 스스로 거부하야 밥을 반밖에 안 먹었다는 토실이넘,
쉴새없이 "밥"을 외쳐대며 짜증을 내대고(거기다 졸립기까지 한거라).

허둥지둥 끓여대 계속 보채대는 토실이넘 것부터 퍼서 식히고
장남 것을 퍼서 올리는 순간, 토실이가 울기 시작하는거라.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건, 싱크 위에 올려놓은 밥그릇 손잡이에 걸려있는
녀석이 토실토실한 손가락과 45도 각도로 기울어져있는 밥그릇,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밥풀들과..
아아, 오른쪽 팔 위쪽에 어른 손바닥만한 국물자국이.. ㅠㅠ

재빨리 옷을 벗겨 화장실로 들고 가 흐르는 찬물에 화기(?)를 빼려 했으나
갑자기 찬물이 어깨 넘어까지 들어오니 애가 발악을 하고 울어대기 시작.
냉동실에 얼려놓은 얼음팩이 하나 있는게 생각이 나 깨끗한 천에 한 번 말아
그걸 팔에 대줬다. 한 2-3분 대주고 보니 뜨거운 기는 사라졌길래
일전에 믹후방에서 추천받아 사들고 귀국한(한국에도 있는 듯. -_-)
ㅈ여사님 추천의 버츠비 초록색 연고를 듬뿍 발라줬더니
빨간기가 사라졌다, 다행이도.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단 아이도 더 이상 칭얼거리지 않아서...

여하튼, 이누무스끼들이 쌍으로 에미 혼을 쏘옥 빼놓은 오늘,
남편은 거의 3만년 만에 가진 회식으로 자리를 비웠고(11시 40여분에 귀가)
덕분에 "내가 딱 오늘 자리를 비웠는데 이런 일이.."라며 의기양양하시는구나. -_-

아이들 사고는 눈깜짝할 사이라는거, 머리로는 잘 인지하고 있었으면서
막상 닥치니까 이토록 허무하게 무너지누나.

아..
청심환 필요.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