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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23 속상한 하루 18
동동브로2010. 7. 23. 02:01
제 부모 닮아서(-_-) 유독 잘 우는 우리 장남.
요녀석을 키우다보니 울 엄니, 나 어릴 때 얼마나 맘 상하셨을지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요녀석을 키우다보니 울 엄니, 조금만 걸어도 다리 아프다고 안아달라 했다는 내가
얼마나 버거웠을지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매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놀이터에서 노는데
하루도 울지 않고 놀이터 생활을 마감하는 날이 없는 것 같다.

어제는 심지어 4살짜리 동생이 차로 지 입술을 때렸다며 엉엉..
그래, 동생한테 맞아도 아프면 울 수 있는건 알지만
솔직한 에미 심정은 "정말 하다하다 이젠 별 걸 가지고 다 운다"가 우선.

그래서 친구들과 놀다가 두 번 이상 울게되면 "5분 후에 집에 가자"고 하고 진짜 5분 이내에 자리를 뜬다.
피곤해서 더 그런건가 싶어서 그렇기도 하고,
그렇게 계속 부딪히면 애들 모두에게 스트레스가 될거라는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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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완벽한 엄마가 아니고, 내 육아방식이 100% 옳은 것도 아니고(사실 회의적일 때가 더.. ㅠㅠ),
내 아이가 늘 피해자인것도 아니고, 내 아이가 늘 잘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이야기 할 수는 없는거지만 말이지.. 오늘은 좀 많이 불쾌했다.

애들끼리 놀면서 싸울 수도 있다.
"네 말은 거짓말"이라는 상대방 아이의 말에 화가 날 수도 있고
(물론 그간 너무나 허풍이 심해서 "거짓말쟁이"로 낙인이 찍혔다 하더라도
당하는 아이 입장에선 화나는거다)
화가 나서 소리소리 지를 수도 있다.
그러고도 분이 안 풀려 쫓아다니면서 훼방을 놀 수도 있고
자기가 잘못했다는걸 알면서도 끝내 사과하고 싶지 않은 날도 있다는거 안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내가 아이를 이해하는거지 그 아이의 보호자까지 이해할 수 있는건 아니다.

애들이 와서 "xx엄마, xx가요 이러이러해서요 저러저러해서요.."하면
애들  엄마 중 하나인 나를 쳐다보며 "얘네들이 뭐라고 하는거여요?"라고 하면 안되는거다.
못 알아듣겠으면 하나씩 차례대로 말해봐라고 한 후 차근차근 쪼개서 듣고 이해하면 되는거다.

거기다 그렇게 통역까지 해줬으면 자기 애 불러서 사과시키면 되는걸
"너네들이 이러이러해서 xx가 화났으니까 그렇게 얘기하지 말아라"라고 하는건 말도 안되는거다.
A라는 결과의 원인이 B라도 일단은 A에 대해 사과하는게 일차다.
그리고 나도 눈 있다. 내가 보기엔 별 것도 아닌걸로 트집잡고 계속 쫓아다니면서 훼방놓았는데
그런 경우 말로만 "자꾸 그러면 집에 간다"가 아니라 과감히 자리를 떠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오죽하면 애들이 더 이야기할 노력을 포기하고 뚱하며 휙 뒤돌아 가 노는거냔 말이지.

난 제일 열받는 경우가, 애가 잘못했으면 말로 혼내더라도 따끔하게 혼내야지
이건 놀자는 것도 아니고 사정하는 것도 아니고 "(상냥하게) 그러지마. 그러면 안돼"하는거였다.
당신의 아이가 일방적으로 당해 울고 있는데 상대 아이 엄마가 그 아이를 안고
"(상냥하게) 친구한테 그러면 안돼"하면 아마 길길이 날뛸거다(내가 당신을 모르는게 아냐).

하지만 오늘 더 황당한 경우를 당하게 됐으니 그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너네들이 잘못해서 우리애가 그러는거야"라고 변명해주는것!
이제 나는 애들이 그 아이랑 놀지 않아도 할 말이 없다.
나같아도 놀고 싶지 않을거거든
(물론 나는 최대한 이성적으로 "그래도 친구끼리 그러는거 아니다"라고 이야기 해주긴 했다만).

물론 그 아이 엄마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을거다.
하소연 하고 싶기도 할거다.
이해는 한다.
하지만 그 마음을 이해하는 것과 태도를 이해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조금 전에 아이가 "xxx(그 아이 이름)! 너 자꾸 그러면 안된다!"라고 잠꼬대하는걸 들었다.
참고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잠에서까지 싸우고 있는 내 자식을 보니 문득 화가 또 화르륵 올라서리..
좀 치사하지만 그래도 내 블로그니까, 내 공간이니까 마구마구 쏟아부어본다.
행여 그 아이 엄마가 읽게 되더라도 그건 어쩔 수 없는거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말을 잘한다고 자부심에 차 있더라도 누군가의 엄마는 말 잘하는 아이 말보다
좀 어눌해도 내 아이 말이 더 잘 들리고 더 이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는거,
누군가 자기에게 소리지르는걸 너무나 싫어한다면
당사자 역시 다른 아이들에게 소리소리 질러대면 안된다는거,
맨날 맞아서 속상하다는데 내가 볼 땐 어쩜 그렇게 우리 애를 많이 때리는지
(하지만 우리애가 때리는 것도 봤기 때문에 이 부분은 사실 할 말이 그리 많진 않다)...
뭐 여하튼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이건 내 자신도 해당되기 때문에
(누가 내게 소리지르는거 무지 싫어하면서 애들에게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_-)
문득 부끄럽기도 했다만.

그래서 이 어중이 떠중이한 포스트의 결론.
내 자식에 대해 자신하지 말자.

우리 애를 이 아이와 놀리는 것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당장 내일부터 안 놀리고 싶지만
(이게 오늘만의 일이 아니라 몇 번 반복됐기 때문에..
나 심지어는 머리 하나 이상 차이가 나는 그 아이와 우리애가 끈잡고 싸우다가
우리애가 땅바닥에 패대기쳐지는 것도 봤다. 하지만 참았다.
처음 시작은 둘 다 똑같았기 때문에) 감정이 잦아들고 머리가 맑아졌을 때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이런 마음을 그냥 마음속에 꼭 간직하고 있어야 하는지
대놓고 문제제기를 해야할 지 역시도
(난.. 문제제기하게 되면 너무 공격적이 돼서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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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나저나 툭하면 우는 애는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나?
처음엔 애처롭다가도 두 번 이상 반복되면 화가 나서 애만 탓하게 된다.
이게 "엄마 나 좀 봐줘"라는 신호인지, 아니면 애 자체가 너무 예민한건지,
내가 잘 못 키워서(너무 오냐오냐?) 그런건지..

갑갑하구나.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