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때리는건 용납해도 남이 때리는건 용납이 안되는 이중적 태도'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5.25 폭력에 대하여... 10
동동브로2010. 5. 25. 23:41

오늘, 동휘 재우기 전에 동휘와 나눈 대화.

동휘: 엄마, 나는 어린이집이 무서워요.
나: 왜?
동휘: 바다반(7세반) 형아들이 무서워요.
나: 바다반 형아들이 동휘 때려?
동휘: 아니요.
나: 그럼 동휘 괴롭혀?
동휘: 아니요. 동휘랑 안 놀아줘요.
나: 음.. 왜 동휘랑 안 놀아주지?
동휘: 형아들은 원래 호수반(6세반) 공부 잘하는 친구들하고만 놀아요.
나: 동휘는 공부 잘 못 해?
동휘: 네.
나: 그래서 슬퍼?
동휘: (엥? 분위기) 아니요!
나: 그렇지. 동휘는 이제 시작했으니까.
동휘: 그래도 바다반 누나가 나 귀엽대요.
나: 그래? 하하..
동휘: 우리 친구 xx도 내가 귀엽대요.
나: 그래, 우리 동휘는 귀엽지.
동휘: 나는 세 밤 자기 싫어요.
나: 어?
동휘: 세 밤 자기 싫다구요.
나: 세 밤이 뭐지?
동휘: (신경질 팍 내며) 세.밤.자.기.싫.다.구.요오!!!!!
나: 아.. (혹시..?) 금요일까지 세 밤이나 남은게 싫어?
동휘: 네. 나는 종일반이 싫어요.
나: 바다반 형아들이 동휘랑 안 놀아줘서 그런가?
동휘: 바다반 선생님이 무서워요.
나: (엥? 이번엔 선생님이냐?) 바다반 선생님이 동휘 혼내셨어?
동휘: 아니요. 나는 말을 잘 들어요.
나: 그런데 뭐가 무서웠을까?
동휘: 선생님이 무서워요.
나: 음.. 엄마가 선생님하고 이야기를 해 봐야겠구나.
동휘: 네, 엄마가 바다반 선생님한테 이야기를 해 주세요.
나: 동휘야, 동휘가 선생님 무서울 때 "선생님, 선생님이 그러시면 저 너무 무서워요"라고 말하는건 어때?
동휘: 싫어요. 엄마가 말해주세요.
나: 음.. 그래, 동휘가 선생님이 무섭다고 한다고 이야기 해볼께. 그런데 뭐가 무서웠어?
동휘: 바다반 형아들이 말을 너무 안 들어서 바다반 선생님이 형아들 머리를 때렸어요.
나: (왓더..) 바다반 선생님이 형아들을 때렸어?
동휘: 네.
나: 어디를 때렸어?
동휘: 머리요.
나: 바다반 형아들 다 때렸어?
동휘: 아니요. 형아 둘을 때렸어요.
나: 와.. 형아들 무지 아팠겠다. 울었어?
동휘: 아니요. 그런데 아프다고 했어요.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나: 그래서 무서웠구나, 동휘가.
동휘: 네.
나: 동휘야, 말 잘 안 들으면 선생님한테 맞아도 되는거라고 생각해?
동휘: 네.
나: (헉) 선생님 말을 안 들으면 선생님한테 맞아야 되는거야?
동휘: 네. 형아들이 말을 안 들어서 선생님이 때렸어요. 그런데 나는 선생님이 무서워요.
나: 선생님이 동휘도 때리셨어?
동휘: (신경질 팍 내며) 아니요! 동.휘.는.말.을.잘.들.어.요!!!!!
나: 바다반 선생님이 무서워서 동휘가 종일반 하기가 싫구나.
동휘: 네. 종일반 아니면 바다반 선생님을 만나지 않아도 되거든요.
나: 그렇구나. 그래서 금요일(정규반하고 오는 유일한 날)을 기다리는구나.
동휘: 네.
나: 엄마가 원장선생님과 이야기 해볼께.
동휘: 네. 엄마, 나는 아기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나: 아기로? 왜?
동휘: 그러면 엄마랑 하루종일 집에 있어도 되잖아요.
나: 엄마랑 하루종일 집에 있고 싶어?
동휘: 네. 나는 엄마가 좋아.
나: 엄마도 동휘가 참 좋아.

그리고 동휘는 내 배에 머리를 대고 바로 잠들었다.


참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속에 뒤엉킨다.
나는 아무래도 오늘, 잠을 푹 자진 못할 것 같다.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