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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26 어린이집 고민 8
동동브로2010. 2. 26. 22:01
지난 9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동휘.

선생님들이 아주 예뻐하시고,
나도 "모범 학부모"답게 원에서 요구하는 것들(홈페이지 활동이나 학부모 모임 참여 등)
꼬박꼬박 꾸준히, 나름 열심히 하고 있고,
동휘도 좀 적응이 돼서 친구들 이름도 외우게 됐고,
친구들 만나면 반갑게 인사도 잘 하고,
원장선생님 철학도 나랑 비슷하고(준비안 된 아이들 앉혀다 꾸역꾸역 집어넣어봐야..) 해서
애 아빠는 위치도 별로 맘에 안 들고 학습지 해오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등등하는데도
그냥 진급을 시키려고 마음을 먹었더랬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사실 지난 주부터 사람들이 알게된 것 같은데
마침 동휘가 아파서 안 보냈더니 어린이집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 감감 무소식이었던 것),
원장선생님이 2월부로 정리를 하시고 옆 유치원 원장선생님이 이 어린이집까지 담당한다는,
내 입장에선 다소 황당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새 원장선생님은 대구 인근에서 베테랑 어린이집 원장님으로 20년을 지내왔고
의욕도 충만하신 듯 했다.
영어 수업도 보다 체계적으로, 한글과 수리도 보다 체계적으로
"믿고 맡겨주십시오"하시는데 아, 나는 왜 불안하기만 한걸까?

다른걸 다 떠나서, 오리엔테이션을 가봤는데 전 원장님을 살짝 깎아내리면서
이러이러하게 고치겠다고 말하는 부분이 사실 제일 거슬렸다.
설령 사실일지라도 학부모들 앞에서 그렇게 말하는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거라는 판단
플러스 그런 사람을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

어린이집에서 마침 전화가 왔길래 옮겨볼까 생각한다고 했더니 당연히 선생님들은 붙잡으신다.
학생들이 빠져나가니 잡으려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동휘를 우선에 두고 생각하라"고 조언하시니 그게 참 위안이 됐다(?).

6세 아이가 갈 어린이집은 근처에 많다,
하지만 동휘가 바로바로 적응하는 아이도 아니고 이제 갓 적응해서 친구들하고도 잘 지내는데
또 새로운 곳에 가서 적응하는 것이 과연 아이에게 좋겠는가라고 하시니
맘이 약해진달까?

바로 새 원장선생님한테도 전화가 와서 "어떤 부분이 걸리시냐"고 물으시는데
사실 내가 맘에 안드는 부분을 말할 순 없잖아(예의가 없으신 거 아닌가요?라고 말하기엔.. 쩝)?
"믿고 맡겨주십시오" "몇 달 다녀보고 정 아니라면 옮기셔도 늦지 않습니다"하는데
옮길거면 학기 초에 옮겨야 동휘가 적응하는게 쉽지.. 아닌가?

근처에 사람들 평도 좋고 아파트 단지 내에 학생들도 많은 어린이집이 또 있다.
하루에 적어도 한 시간은 나가서 놀리고
자연관찰은 프로젝트 수업으로 해서 토론식 수업도 진행하고
위치도 지금 어린이집보다 한적하니 좋고 해서 남편은 크게 마음에 드는 듯.

나는.. 어제 잠깐 다녀오긴 했는데 대체로 선생님들이 다 젊으시고(난.. 연배가 좀 있으신 분이 좋더라)
연락 준다고 해놓고 연락이 없어 내가 5시쯤에 연락을 다시 했었어서
사실 살짝 빈정 상해있는 상태.

일단 남편과 내일 아침에 다시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아이의 상황을 설명하고 원장선생님이 "적응" 부분에 있어 뭐라 말씀하시는지 들어본 후
결정할 예정.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은 한 반에 12명.
내일 가 볼 어린이집은 한 반에 18명(동휘가 들어가게 되면 19명).

동휘네반 엄마들하고 미리미리 친해놨으면 전화해서 같이 고민했을텐데
(사실 OR 끝나고 몇 몇 엄마들과 함께 밥 먹으면서 이야기 했는데 나랑 같은 생각을..)
아쉽다.

아, 머리가 지끈지끈.

차라리 유모차나 카싯 어떤거 살까 따위의 간단한,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고민이
훨씬 행복했던 고민이구나(사실 나는 그닥 고민도 안 했었다만).

일단 잊고 내일 알아보지, 뭐.

내일은 둘 다 소아과도 데리고 가야하고,
어린이집 가봐야 하고,
찍다 만 돌 앨범 촬영도 해야할텐데
바쁘다 바빠. 쩝.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