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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09 간만에 자식 자랑 20
동동브로2010. 10. 9. 01:49
우리 장남은 엄마를 많이 아껴준다.
내가 녀석에게 해주는건 별로 없는데 그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는다는 느낌도 가끔 든다.
가끔 너무 예민하고 까탈스럽고 짜증을 많이 내서(특히 졸리면) 혼내기도 많이 혼내는데
그럼에도 동휘=sweet boy라는 공식엔 변함이 없다.
이러다 사춘기 오면 너무 슬플까?
뭐, 지금을 즐기는 수밖에.

1. 아빠를 어떻게 없애지?

좋아하는 여자친구들도 많고 요즘 부쩍 결혼에도 관심이 많아진 녀석이지만
그래도 엄마랑 결혼하고 싶어하는 장남.

장남: 엄마, 나는 커서 엄마랑 결혼하고 싶어.
나: 음.. 곤란해. 엄마는 이미 아빠랑 결혼했잖아.
장남: 그래도 엄마랑 결혼하고 싶어.
나: 한 사람하고만 결혼하는거야. 그래서 너랑은 할 수 없어.
장남: 음.. (골똘) 아빠를 어떻게 없애지?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작렬이라면 분개에 또 분개!
아, 이놈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


2. 잰틀맨

아침에 녀석 어린이집 차 태워보낸다고 나가보면 남자아이들의 멋대가리 없음이란.. ㅡ.ㅡ
유독 우리 단지에 6세 아이들이 많은데(8명 타는데 그 중 5명이 6세) 여아는 꼴랑 하나.
그럼에도 어쩜 그리 여성에 대한 배려도 없고 터프들 하신지..
그 와중에 말투부터도 곱상하고(사투리가 살짝 섞이긴 했지만 동네 아줌마들 말로는
"엄마 말투랑 똑같아서 예쁘다"고~ 그렇다! 나는 늘 외모가 안되니 다른걸로 들이댄다!)
뒤에서 애들이 밀어도 앞에 있는 친구(여아) 보호하겠다고 힘으로 버티려 안간힘 쓰고
애들이 괴롭혀 힘들어하니까 손을 꼬옥 잡아주는 동휘.
그러니 다른 친구들이 자기가 매고온 스펀지밥 가방 만진다고 신경질 팍팍 내다가도
동휘가 만지니까 손에 들고 있던 보조가방(?)까지도 내어주지!

계속 이렇게 매너남으로 자라줬으면 하는 바램.


3. 엄마, 힘드니까 내가 도와줄께

어릴 때부터도 빨래 하거나 빨래 갤 때 옆에 와서 거들려고(-_-) 노력하던 동휘.
좀 커서 의자놓고 올라가면 싱크대에도 손이 닿는 나이가 되니 설겆이에도 급관심을..

엊그제는 저녁 먹고 피곤에 쩔어있는 내게 "엄마, 엄마는 힘드니까 내가 설겆이할께"하길래
"식기세척기 돌릴테니까 그냥 놔둬"라고 했다.
그럼에도 끝끝내 의자도 없이 까치발들고 서서는 설겆이를 하더라.
그러더니 "엄마, 내일도 힘들면 말해. 내가 설겆이 할께"라는 천사멘트를...

애들 재운다고 같이 잤다가 새벽에 일어나 나와보니
설겆이한 그릇 수납하는 식기세척기에 집어넣진 못했어도
깨끗하게 씻어놓은 그릇들을 카운터 위에 주르륵 올려놨더라.
깔끔하게 잘도 했네. 예뻐라..

그런데 욕심쟁이 엄마는.. 이왕이면 설겆이보다 청소 및 정리정돈에 더 관심을 갖길 바래. 케케~


-
요즘 올인하고 있는 배우, 박유천.

이래저래 검색을 하다가 그의 어머니가 아들에 대해 쓴 글을 봤는데
그 글 보면서 "아, 우리 동휘도(솔직히 지금까지의 동우를 봤을 때 동우보단 동휘가 가능성이 더.. 쿨럭)
이렇게 따뜻하고 다정한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넘집 자식 부러워하다가 문득 내 자식 돌아보니 아, 이렇게 뿌듯할수가..

엄마한테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하고, 결혼하자는 말도 많이 하고
동생이 실수로라도 엄마 치면 바로 주먹들고 "엄마 괴롭히지 마!"하면서 때려주는(음.. 좀 곤란하긴 해) 아이.
엄마 힘들까봐 집안일도 거들어주고, 엄마가 싫다고 하면 안 하려고 노력하고,
경고의 의미인 "하나, 둘, 셋"의 셋까지 세기 전에 이미 엄마가 시키는거 하고,
하루종일 엄마한테 설명해야 할 일도 많고 물어봐야 할 것도 많고...
그러면서도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기분 안 좋은 이야기나 엄마가 속상할만한 이야기는
적당히 잊어주는 센스까지... (그런데, 이왕이면 고주알미주알 다 이야기 해주면 좋겠다)

그 뿐인가!

내가 그토록 예뻐하는 박유천의 속눈썹, 그러고보니 우리 애들도 속눈썹이 길고
특히 동휘 눈썹은 날 닮아서(!) 살짝 위로 말려 올라가 있다.
웃는 모습도 예쁘고, 동네 사진관이지만 사진관 모델 좀 해주면 안되겠냐는 얘기도 듣고,
물론 고슴도치긴 했지만 홀리 할머니는 동휘 피셔 프라이스에 사진 좀 보내보라고까지 하셨더랬다(꺄하하~).
단, 아.. 기럭지.. ㅠㅠ 내가 너 가졌을 때 조인성을 예뻐하며 꾸준히 봐줬건만.. ㅠㅠ

물론, 특히 사내아이라 사춘기 지나봐야 어떨지 알겠지만,
당장 남편을 봐도 어머님보단 나한테 더 살갑게 굴고 애교도 떨고 하지만(아들은 애비 닮는다며.. ㅠㅠ),
그래도 다시 한 번, 넘 자식보며 부러워하다가 내 자식 보니 마음이 흐뭇해지는거라.

그래서 우리 장남 덕분에 엄마가 많이 행복하다구.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p.s. 동휘야, 이번 포스트는 순전히 너만을 위한거야. 엄마는 동우만 사랑하지 않아.
(일전에 동우 사진만 올려놓은 포스트를 우연히 보고 울먹울먹해가며 "엄마는 동우만 사랑하나?"했던 동휘)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