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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02 아빠와의 대화 8
생각거리2008. 1. 2. 14:45
새해를 맞아 양가에 전화를 드렸다.

춘천 부모님과 통화를 하면 주 포커스는 "동휘"다. ^^
워낙에 아가를 좋아하시는 분들, 요즘 동휘 홈피에 사진이랑 동영상 잔뜩 올려놨더니
그거 보는 재미가 쏠쏠하시단다 (울 어머님은 하나하나 다 외우고 계신 듯. @.@).

구리 부모님과 통화를 하면 주 포커스는 "건강"이다.
특히, 울 아빠의 "건강 강의"가 시작되면 15분은 기본.
하나 해될 것 없는 말이다. 나도 아빠처럼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나..하고 뭔가 더 쓰려고 했지만,
2008년부터는 "변명과 멀리하자"고 마음 속 깊이 결심했으므로 여기까지.

오죽하면 슬비랑 나는 "아빠 무서워서" 한국에 못 들어간다고 했을까. ㅋㅋ
(살찐 돼지들.. ㅠㅠ)


              사진은 지난 크리스마스 때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찍은 사진. 우울하지?

여튼,
한참 건강 강의가 이어진 뒤, 내가 던진 한 마디 때문에 맘이 쪼매 안 좋았다.
"그렇게 살 빠지고 근육 생겼으면 옷 사는 재미가 쏠쏠하겠네~?!"

울 아빠는 멋쟁이다.
옷 사는 것도 좋아하고, 옷 맞춰 입는 것도 좋아하고..
나랑은 좀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멋쟁이 싫어할 사람 없다.
옛날에는 몸매가 안 따라줘서 안습이었지만,
요즘은 근육이 딴딴히 붙으셨다니 (뭐, 2006년 여름에 봤을 때도 몸매 좋아지셨다!)
옷 사는 재미가 얼마나 재밌으실꼬..

허나, 정년퇴직하신 아빠는 더 이상 예전처럼 "브랜드"를 따지시지도 못하고
당신 말씀을 그대로 옮기자면 "현실로 돌아와 재고나 사고, 홈쇼핑에서나 사고.."

공무원 연금 말 많지만, 그래도 연금 꾸준히 나오시겠다,
집 있으시겠다,
큰 사위만 졸업하고 두 딸 결혼하면 걱정 하나 없으실 양반이
옷값 무서워하시니 참..

"싸 짊어갈 것도 아닌데 그냥 아빠 맘대로 사"라고 하려다가,
문득 내가 그런 말 할 처지가 아님을 깨닫고 우울해졌다. ㅠㅠ

그냥 한국에서 계속 살았다면,
그냥 직장을 계속 다녔더라면,
"아, 내가 사줄테니까 나가보자!"라고 말했을텐데
그러지 못해서 아빠한테 참 미안했다.

뭐.. 아빠 뿐인가?
엄마한테도, 춘천 부모님께도, 형님께도, 심지어 올해는 동생들에게도 미안하게 됐다.

미국은 그래도 세일이다 뭐시기다 하면 한국보다 옷값이 쌀텐데..
미쿠방 보면 없는 살림에도 부모님 옷이다, 가방이다, 신발이다
열심히 쟁여다가 보내는 사람들도 있던데 난 뭔가.
결국 마음의 문제가 아닌가.. (음.. 그래도 마음만으로는 안돼.. ^^;;)

아참!
거기다 난 아빠의 취향을 잘 모른다.
아빠는 옷에 아주 예민하시다.
선정이 쯤이나 되어야 겨우 맞출 수 있을까 말까한 아빠의 빠숑..
(아.. 변명하지 말자 했건만!!)

왓쏘에버..

"나를 위한 성공" 따위는 사실 관심없다.
내 가족, 내 아는 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면 된다.
하지만, 적어도 밥 벌어먹고, 자식 건사 잘하고,
내 부모님들이 원하시는 거 "가뭄에 콩 나듯"이라도 안겨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자!
일하자!!
흣..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