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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거리2010. 8. 8. 02:33
길다고 느껴졌던 여름휴가가 꼴랑 1일 남았다.
몇 주 전부터 가슴설레며 기다렸는데 이제 겨우 1일 남았다.
널부러져 있는 집 정리며 수업준비(솔직히 수업준비는 즐겁다)가 날 기다리고 있다.
시간은 참 빨리도 간다.
슬프다.
흑흑.

그래도 나 뿐 아니라 남편과 동휘까지 이 슬픔의 대열에 동참한다는 것에
안도를 하니 나는 정말 악녀인가? 으흐흐흐흐~

경산에 돌아오기 싫었던 이유 중 하나가,
휴가가 끝나가는게 싫은 이유 중 하나가,
수업을 앞두고 마음이 무거운 이유 중 하나가,
기분이 안 좋기 때문이다(당연하겠지만).

엄마들 의견을 취합하는데도 꼭 말이 나오고
선생님이 정해서 알려주라고 하길래 8월 첫째 주 방학한다고 문자 쭉 날렸더니
전화와서 일주일 방학은 너무 길다는 의견이 많다, 다른 학원들은 주말끼고 2일만 방학한다길래
그럼 보강을 해주겠다 했다.
사실 보강을 해주는 것보단 그 수업일수만큼 빼서 받는게 더 낫긴 하지만
전화를 받을 때는 갑작스러운 의견이라 그 생각을 못하고 그냥 보강으로...

그런데 나중에 놀이터에서 피아노 개인교습하는 아줌마를 만났는데
방학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더니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동휘엄마가 당했네요"
라고 하는데 기분이 팍 상했다.
아예 처음부터 여름과 겨울 방학은 일주일이라 못박고
선생 때문이 아닌 빠진 수업은 보강이 없다고 못을 박아야
뒷말이 없다는 이야기까지 친절하게 덧붙여주는 바람에
더더욱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나름 최선을 다해 아이들 입장 봐주고, 엄마들 입장 생각하는데
엄마들은 나를 그냥 지식전달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는건가 싶으니
기분이 좋을리가 없다.

그래서 내내 마음이 무겁다.
아이들은 참 좋은데, 가르치는 일은 즐거운데 언제나 변수가 문제다.

종일반을 극도로 싫어하는 동휘를 위해 다음 학기부터는 3시, 4시 수업으로 못 박으려 했는데
(아직 엄마들에겐 얘기 안했다. 다음 주 중에 문자로 쭉 날릴 예정)
학생 중 하나가 자기는 2시 30분밖에 시간이 안된다고 하더군.
이걸 어찌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방학 이야기 듣고 나선
이 판을 깨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내 아이를 우선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엄마를 선생님으로 둔 아이들은 엄마(부모)가 필요한 입학식, 졸업식 등에
엄마가 못 오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우리 엄마는 어떻게 시간을 맞춰 거의 다 참석을 해 주셨지만
남의 자식 챙기느라 내 자식 못 챙기는 어미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감히 이해가 간다.

나는 더이상 그렇게 살지 않을거다.
그냥 조금씩 덜 먹고 덜 쓰면 된다는 각오로, 내 아이를 우선시 할거다.
이기적이라고 해도 할 수 없다.
그래도 다행인건 지금이 방학이라는거다.
적어도, 일이 틀어졌을 경우, 우리애들이 자신들에게 맞는 영어수업을 찾는데
3주라는 시간이 있다는데 위안을 삼으며...

마음이 울적하다.
그럴만하지?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