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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03 원리와 원칙, 대화와 타협, 그 안에 신뢰가 통하는 사회라... 8
생각거리2010. 11. 3. 00:19
드디어 지난 몇 주간, 아니 몇 달 간 올인하던 드라마가 끝났다.

사실 내가 본방사수 해가면서 보는 드라마는 그닥 흔치 않았는데
(요 근래에 보면 "산부인과" "파스타" 그리고 이 드라마가 되겠다)
거기다 심지어 디씨 드갤이나 텔존까지 드나들며(낯선 단어들이지?! ㅋㅋ)
모르는 단어는 검색까지 해가는 정성을 보이며 본 드라마는 심지어 처음이기도 한
이 드라마를 다 보고난 소감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휴........................."


마지막 강. 이 펼쳐진 많은 이야기들을 어떻게 주어담을건가 걱정스러웠는데
후반까지, 그래, 생각보다 좋았다.

"내가.. 네 아비더냐"하면서 도와달라 애원하는 아들에게 등을 보이던 아버지가
자식을 위해(라고 생각한다) 화성천도에 찬성하자고 의견을 던지는것도,
도대체 인간미라곤 없던 하인수가 초선을 위해 몸을 던지는 것도,
대물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해나가던 잘금이들도,
"백성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한 개혁이라면
함께 하지 않겠다"(역시나 대사는 멋있었는데 내 기억력은 도통.. ㅡ.ㅡ)는 류의 대사를
감히 임금에게 뱉어내고 받았던 선물까지 되돌려주며 나가던 이선준 유생도,
한낱 성균관 유생 따위가 뱉어내는 말에 자신을 돌아보고 잠깐 뜻을 접은 정조도,
노론 영수 좌상 앞에서 또박또박 "경계하겠다"고 간만에 또릿한 모습을 보여준 김윤식 유생도,
정말 간만에 스승다운 모습을(안타까움, 대견함 등등을 표현한) 보여준 정약용 박사도..
그래,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대통이었다.

그런데.. 와글와글 짭짭.. 막판 몇 분은 도대체 뭔가요?
그 예전에 "지붕뚫고 하이킥" 마지막 회를 보고나서 느꼈던 그런 비슷한 괴로움을
또 느껴야 했다니.. 우욱우욱..

왓쏘에버,
여기까진 그냥 드라마 이야기일 뿐이다.


이 드라마가, 끝에 가서는 아주 많은 좋은 장면들과 대사에도 불구하고
안드로메다형 스토리 전개와 정신사나운 편집으로 인해
(특히 마지막 5-10분 정도는 tv 끄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억지로 눌러야했다)
숨이 차 따라잡기가 힘들었던 이 드라마가
그래도 끝까지 나와 함께 할 수 있었던 이유..

늘 이야기 하지만 물론 이선준 상유를 보고자 하는 개인적 욕심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외에.. 원리와 원칙, 대화와 타협, 그리고 그 안에서의 신뢰...


드라마를 보는 내내 누군가가 생각이 났다.

솔직히 나는 그를 세세히, 자세히 모른다.
그에 대해 비판을 제대로 해 본 적도 없다.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거나 그가 곤경에 몰렸을 때 "그는 아니다"라고
자신있게 이야기 한 적 조차도 없다.
어쩌면, 심지어 "비난"하던 자들보다도 더 질 나쁘고 비겁한 이가 나일지 모른다.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애돌아 어렵게 간 사람,
참으로 답답하게 원리와 원칙을 내세웠던 사람,
대화와 타협을 언제나 이야기 했던 사람,
대통령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 사람,
온 국민에게 "바보"라고 불리웠던
그 사람.


이 드라마..
내 아름다운 대학시절을 떠올리게 해 주고,
아름다운 청년들을 화면 가득 심어서 기쁘게 해 주고,
뭔가 마음 한구석에 여전히 기억되는 그 누군가를 기억하게 해 준 드라마.
그래서 나는 이 드라마를 (그토록 욕하면서도) 끝까지 보았나보다.


그리고 힘들게 힘들게 20강을 끝내고 난 오늘,
사실 어제부터.. 또다시 대화와 타협, 원리와 원칙을 이야기 하는 사람을 봤다.
드라마 속의 이선준 상유가 아닌,
지나간 시간 속의 우리들의(나를 그 우리에 끼워놓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는 이가
있다면, "우리들의"를 영어로 치면 my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대통령도 아닌,
현재. 여기서. 4대강 사업 싸움을 민주주의를 지키는 싸움으로 가져가겠다는 이.
링크 건다: 4대강 사업-안희정 당신의 입장이 뭐냐고 묻습니다.

내 비록 경북도민이라 뭐 할 수 있는건 당장 없지만 애정의 눈으로 지켜보련다.
적어도... 원리와 원칙, 대화와 타협을 비웃지는 않으리라.

드라마는 끝나고 현실은 계속된다.
언제나 드라마처럼 살 수만은 없지 않은가...



p.s. 공중파에서 박유천군을 계속 보고 싶습니다!!!!!!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