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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04 도시락을 싸다 7
생각거리2007. 9. 4. 23:12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유학생 와이프라면,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고 (2개까지 싸는 사람도 봤음),
남편이 집에 도착하면 먹을 수 있도록 풍성한 음식을 대기해놓고,
집을 깨끗하게 치우고,
가끔 시간이 나면 인터넷을 하고,
또 시간이 나면 티제이나 마샬에서 샤핑 좀 해주고 (아이샤핑일망정),
블라블라..


하지만, 같은 유학생 와이프인 나는,
어쩌다 나가는 학교, 일어나보면 남편은 벌써 학교에 갔고
(아침도 굶고, 점심도 굶고..),
남편이 집에 도착하면 그 때부터 밥하느라 바쁘고,
청소는 남편의 일이라며 손 놓고 있고,
대체로 인터넷을 하고 있고 (뭐.. 일할 때도 있다),
남편이 학교에 가면 차가 없기 때문에 AND 샤핑을 별로 안 좋아하므로
티제이나 마샬엔 한두 달에 한 번 갈까 말까 하고,
블라블라..

정말 불량 유학생 와이프구나..

그래서 다짐했다.
이번 학기부터는 (뭐.. 남은 학기가 별로 없다눈..) 도시락을 정성껏 싸주리라.
거기에 찬물을 끼얹는 영감..
"그냥 밥이나 잘 챙겨줘"
"도시락은 네가 무슨.."

--

오늘은 아침에 일찍 일어난 기념(?)으로
(사실 지난 주 내내 일한다고 새벽 늦게 잠들어 아침에 아이 땜에 일찍 일어났더니
정신이 내내 몽롱하여 저녁에 아이랑 같이 잠 들었다)
영감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마침 밥도 어제 밤에 해 놓은 거 있겠다 (매 끼니 새 밥을 지어주진 못하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도시락을 쌌다.

반찬은 피클 (그로서리 마켓에서 구입), 비엔나 소시지 (역시.. --;;), 시금치 무침,
그리고 내가 나름 잘 하는, 몇 안되는 계란말이.
예쁘게 정돈하니 대략 풍성해보이고 색깔까지 자동적으로 맞춰졌단 말이지.

흐뭇한 마음으로 도시락 들려 보냈다.
정신이 없긴 없어 사진도 못 찍었으니, 아.. 증거물이 없네.
뭐, 여튼 어제완 다른 오늘인 기념으로 글 남겨본다.

세상에서 밥하는게 (반찬도 포함이다. 밥하는게 밥만 하는게 아니잖아!!)
제일 싫은 비비디로서는 천지개벽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몇 일이나 가느냐.. 그게 문제쥥.

도시락통이랑 가방부터 멋드러지게 사고 싶은 이 기분은.. 뭐지?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