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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21 아주 오랜만에 쓰는 글-복잡한 심경 18
생각거리2010. 4. 21. 00:43

1. 아이를 앞세운 이기심일까, 아니면...

동휘 어린이집 선생님이 갑자기 바뀌게 된 것이 2주 전.
새로 바뀐 선생님은 9월에 출산을 앞둔 임산부.
원래 올해부터 영아들을 담당하셨는데 갑자기 동휘반 선생님이 5세반 선생님으로 교체되면서
작년까지 6세반을 담당하셨던 이분이 다시 6세반을 맡게 된 것.

그런데 학부모 입장에서는 말이 안되는거라.
애초에 시작이 5세반 선생님이 자꾸 바뀌는바람에 시작된건데
왜 뜬금없이 잘 지내던 6세반이 폭탄을 맞아야 하는건가?

문제는 지금 바뀌고, 9월에 출산하고 2개월 출산휴가를 준다고 하는데
11월까지 또 선생님이 바뀌고.. 다른 나이도 아니고 6세인데 말이다.

그래서 엄마들이 모여 도저히 그 선생님은 안되겠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렇게 임산부라고 박대해서야 쓰겠냐는 생각이 한켠에 있다.
막말로 내가 그 선생님이라면 심정이 어떨까?
아기를 가진건 축복받아야 할 일이지 거부당해야 할 일은 아니라는건 알겠는데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말로는 임신해서 말같은 6세들을 어찌.. 라고는 하지만 사실...)
물러설수가 없는거라.

부모들 반발이 크니까 일단 빠른 시일내에 새 선생님을 찾으면서
5세반을 맡게된 기존 6세반 선생님과 임신하신 선생님이 같이 봐주겠다고는 하는데
동휘 말을 들어보면 기존 선생님은 이제 완전히 "풀잎반(5세) 선생님"이 되셨고
교실에 한 번 안 들어오셨다고 한다.

판단 착오로 아이에게 더 혼란을 준 것 같아 미안한데 막상 아이는 해맑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엄마가 관여해야 하는것인지 도통 감이 잡히질 않는다.
어렵다.


2. 인기 급상승

제법 아는 체 하는 이웃들, 말을 거는 이웃들이 늘어났다.
이유는 하나.
내가 영어를 가르친다는 이유.
아이들이 매번 같은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타길래 몇 층 가냐, 뭐하러 가냐 물었더니
내 존재를 알려주었단다.
플러스, 내 제자들의 친구들이 이 아파트에 많이 사는고로(그런데 막상 제자들 중엔
나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는 없구나!) 그 친구들이 엄마에게 이야기 하고
그 엄마들이 영어선생의 존재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하면서 결국 나를 발견하게 된 것.

현재 수업요청을 해 온 사람만 5명이다.
원한다면 그룹도 만들어주겠단다(5명이 각각 다르다).
현재는 아이가 어려서 더 이상 시간을 낼 수가 없다고 잘랐다.
사실이 그러하기도 하다.

아니면 막내를 꼬셔서 경산지역에 영어의 참 맛을 보여줄까도 기획했다만,
나으~ baby sister은 너무나 잘 나가는 츠자가 된지라 물 건너간 듯 하다. ㅋㅋ
이 자리를 빌어, 런던에서 싱가폴로 다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될 막내에게 박수를!!!


3. 동휘, 이 상큼한 녀석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손에 힘도 제법 세져서 줄긋기도 곧잘하고 그림도 그리게 된 동휘.
하지만 그 무엇보다 녀석이 놀라운건 "~하거든요"같은 싸가지 없는 말투도 배웠지만
존대말을 제대로 배우고 있다는 것!

거기다 몇 일 전에는 동휘네 반 엄마랑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집 아이가 동휘 좀 바꿔달라고 하길래 바꿔줬더니
동휘가 "여보세요?"하고는 아주아주 반가운 소리로 "OOO"하고 그 아이 이름을 외치더니
친구와 전화로 대화를 시작.
처음 보는 동휘의 모습에 감탄한 모자란 에미. ㅋㅋ

거기다 학부모 모임을 나갔는데 한 엄마가 내가 동휘엄마라니까 너무나 반갑게 인사를 하더라.
알고보니 그 집 아이(여)가 맨날 동휘 너무 귀엽고 동휘 너무 좋다고 이야기를 많이 해서란다.
동휘는 엄마랑 결혼 못하니까 그 집 아이랑 결혼한다고 했어요. ㅋㅋ
결혼이라는게 뭔지나 아는지.. 여튼 좋아하는 사람끼리, 남녀가 결혼해야한다는 기본 개념은 제대로 익힌 듯 하다.

엊그제는 내가 수업 준비를 하느라 프린트 해 놓은 Strong National Museum of Play 페이지를 보더니
"스트롱 뮤지엄에 가고 싶어요"
"우리 미국에 가요"
"왜요? 왜 미국에 갈 수 없어요?"
"그럼 영어를 잘하는 엄마랑 동휘만 갈께요"라고 말하더구나.
아빠.. 분발하셔야겠다. ㅋㅋㅋ


4. 토실이, 이 신기한 녀석

요즘 토실이는 책보는 재미에 빠졌다.
한동안 형아 책 구기면서 보는데 재미를 들이더니 요즘은 좋아하는 책이(지 수준에 맞는) 생겼다.
동휘가 생후 2개월 때부터 내가 부지런히 읽어줬던 Sandra Boynton의 "Moo, Baa, Lalala"
특히 내가 전화통화를 하면 책을 가지고 와 펴가면서 내 손을 잡아당긴다. 응응거리며서.
거기다가 세 번째 페이지에 "Three singing pigs say La La La"라고 돼 있는데
내가 "Three singing pigs say"라고 하니까 혼자 "랄랄라"라고 하더라! @.@
오, 동휘 때 느껴보지 못한 경이로움.

동우는 책을 읽어주긴 커녕 오히려 내가 책 읽는 모습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여줬는데
동휘 요맘 때에 비해서 더 책을 좋아하는 것 같다.
엄마가 미안한건.. 책장을 모두 공부방에 넣어두어서 동우가 책장의 책을 다 끄집어내 노는걸
방문을 닫아걸어 아예 원천봉쇄했다는거다(치우기 귀찮으니까).
엄마 일 때문에 아이의 호기심을 차단해버리는것.. 나중에 아주 많이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거기다 더 웃긴건.. 수준에 안 맞게 Tedd Arnold의 "Fly Guy" 시리즈를 좋아하는 것.
처음엔 그냥 우연이거니 했는데 지속적으로 읽어달라고 요구한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은 못한다만.. 그래도 신기한 일이다.

돌 전에는 꼭 책을 거꾸로 뒤집어 보더니만 돌 지나니까 제대로 보는 것도 또한 신기하다.
어째 둘째임에도 신기한 일이 많다냐...? ㅋㅋ


5. 정면돌파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그걸 직접적으로 뚫지 못하고 피해서 돌아가면
꼭 다시 그 어려운 일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것도 처음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마주하게 되더라..는걸 익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똑같은 짓을 반복하고야 말았다.

이제 이 매듭은 제대로 풀어야겠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한 번 결정하면 투덜거리기는 할 지언정(좀 많이 투덜거리긴 한다)
후회는 하지 말고 그냥 쭉 밀고 나가야겠다는거다.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니까 더 버겁고 무겁긴 하지만
그래, 인생 뭐 있나..
단순하게 생각하자.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