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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30 매미 10
생각거리2009. 8. 30. 22:35
이번 여름..하면 떠오르는건 단연 매미다.

사실 "매미"하면 떠오르는 풍경은

파란 하늘과 붉은 흙, 시멘트 길을 따라 마을회관을 삥 돌아 끝집까지 올라가면
늘 열려있는 대문. 그리고 그 문을 열고 "할머니" 내지는 "할아버지"하고 부르면
"왔냐"시면서 반갑게 맞아주시던 할머니, 할아버지다.

그 유년시절의 기억을 끝으로 매미는 내 기억에서 사라졌다.

버펄로에서는 매미 소리를 들은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귀국을 하고, 그것도 장마를 끼고 최고로 무더운 7월, 8월을 보내며
내내 거슬렸던 소리가 바로 매미 울음소리다.

매미가 울기 시작하면 더 더워지는 것 같고
더 짜증이 나고
거기다 왜 매미들은 11층 높은 곳까지 올라와 방충망에 붙어 울어대던지..

그러다 더위가 한풀 꺾이고 매미 소리가 잦아드는 요즘,
이 동네 아이들은 매미를 잡아 끌고 다니며 놀고
매미 소리는 점점 들을 수 없게 되고
그래서 조용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왠지모를 서운함이 든다.

그러고보니 한국에서
매미소리를 온전히 들을만큼의 여유가 있었던 적이
어린시절 외에는 지금, 애들 키우면서 집에 있는 때인 것 같다.

사무실에 들어있으면 날씨가 추운지 더운지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맑은지 구름이 꼈는지
계절이 바뀌는지 마는지.. 도통 알 수도 없고 관심도 없고..
쓰다보니 참 삭막하고 슬픈 이야기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 지겨워하며 괴로워하며 매미 소리를 들을 것인가?
내 생활이 좀 더 안정되고 익숙해지면
매미소리를 들으며 반가워하고 즐길 날이 있길 바란다.

가을이다.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