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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2 잘 살아가고 있다 18
생각거리2009. 3. 22. 10:25
엄마가 한국에 도착하신지도 4일이 지났다(3일인가? 뭐.. 여튼 좀 지났다구).

엄마가 한국 가시면 우리 넷이 어떻게 사나 눈앞이 캄캄했는데 뭐 대충 잘 살아진다.
물론, 커피가 없이는 하루도 못 견디고(신생아에게 신경질 내는 엄마 봤어? 울 엄마는 처음 봤나부다.
엄청 혼났다. 하지만 이제 울 엄마는 몇 만 마일 밖에 떨어져 계시기 때문에 날 혼낼 수 없다. 으하하~),
쉴 시간도 별로 없고(지금은 두 녀석 다 잠들었다. 야호~), 그래서 점점 더 팬다가 되긴 하지만
그래도 살아는진다. 어짜피 두 아이의 엄마로 이제 계속 살아야되는데 적응해야지. 암, 그렇고말고.

그래도 동휘아빠가 아니었으면 정말 못 견뎠을거다.
한 때 나의 가장 큰 협박이 "그럴거면 얼른 한국가자!"였던 것처럼, 요즘 동휘아빠의 최대 협박은
"나 학교간다!"다(정말 치사하다. 내가 정말 치사했구나..).
미역국은 삼칠일만 먹으면 되는 줄 알았더니 계속 끓여대는 통에 계속 먹고 있다.

동우는 젖도 잘 먹고 있고(뭐, 아직도 가끔 젖 무는 법을 까먹어 고생시킬 때가 있긴 하지만,
Secrets of the Baby Whisperer에 따르면 특히 남자애들이 그렇게 잘 까먹는다니까
(역시 여성이 더 우월한걸까?) 그냥 그러려니 한다.
여전히 공중부양을 원하고, 바운서도 싫어하고, 배시넷도 싫어하고, 카싯은 그나마 좀 좋아하고..
1개월 첵업에 갔더니 몸무게가 8' 9''(약 3.9kg)로 늘었고 키는 21.26''(약 54cm)로 좀 자랐다.

growth chart에 의하면 70% 정도에서 25% 정도로 확 줄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growth chart 자체가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젖 먹는 아기들은 보통 몸무게가 빠졌다가 생후 2~3주 안에 태어날 때의 몸무게를 찾는다는데
아니 그럼 1주일 안에 확 자란다는 말인가?
어디선가 growth chart 자체가 분유먹는 아기들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게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결코 %가 떨어져서가 아니라, 상식적으로도 그렇단 얘기다(믿어줘, 믿어줘, 믿어줘!).

동휘는 완전 개구쟁이 어린이가 됐다.

가끔 엄마의 관심이 온전히 자기에게 쏠리지 않음에 불만을 토로하긴 하지만,
아빠랑 많이 친해져서 이젠 "엄마는 집에 있어. 아빠랑 xxx 다녀올께"라는 말도 서슴없이 한다.
그래도 엄마가 안아주면 세상 행복한 아이..
너무나 오랜 시간 dvd, tv, 컴퓨터 게임(프리스쿨러 용이라곤 하지만)에 노출되는 바람에
과격한 성향이 나오곤 하지만(라고 믿고 있다), 울 엄니 말씀으로는 "저 에너지 발산해야지"라..
여튼, 애잔하고 사랑스럽고 예쁜, 아니 멋진(동휘는 "예쁘다"는 말을 싫어한다. "멋지다"란다)
나의 큰 아이 되겠다.

할머니 한국 가시고 난 후부터 계속 할머니 타령에, 특히 첫날은 "할머니 어디갔어?"
"할머니 왜 도위 두고 갔어?" "할머니 얼른 오라고 해!"라고 해서 나까지 눈물나게 하더만
막상 오늘 할머니랑 통화하니까 "할머니, 왜 갔어!" 한마디 하곤 아무 말도 못 하고 삐죽삐죽만 하더라.

요즘은 이후 거처에 고민이 많다.

어디든 남편 직장이 결정되는 대로, 미국 내에서 안되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으로(jobless.. 흑흑) 결정이 되겠지만
가능하면 어디가 됐든 전자가 됐음 좋겠는데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심란하다보니 후자가 될 것도 각오하고 있다.
다른 것보다 해외 이사짐 싸는게(더구나 한국엔 집도 없음) 골치 아파 미국에 남고 싶은데
(이런 얼토당토않은 이유라니.. 내가 생각해도 내가 웃기다), 불법체류는 할 수 없으니 시간은 별로 없다.

아이들 교육 때문에 미국에 남아야 한다는 사람들도 많으나, 들리는 바로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비슷비슷..
관점의 차이와 비교대상의 차이일 뿐이다.

누가 "앞으로 네 앞날은 이럴거니까 그에 맞게 준비해"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는 지금 상황이다.
어느 나라에서 사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느 나라가 됐든 내 짐 풀고 살 수 있는 곳이 가장 편한 곳 아니겠는가..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