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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24 박사 사모 16
생각거리2008. 10. 24. 12:49

드디어 남편이 박사논문 디펜스를 마쳤다.
지난 4년간 안된다는 외국어로 공부하느라 고생 많았소.

비록 취직은 안됐지만(전화 인터뷰만 7번이 뭐냐? 내 주변에 그렇게 인터뷰 많이 보고 취직 안된 사람 자기랑 누구씨 밖에 없다), 커미티 멤버 세 분 중 두 분은 극찬을, 다른 한 분도 완전 만족은 아니지만 그래도 잘했다 하셨다 했으니, 무엇보다 당신 자신이 한국서 할 수 없었던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니 돈이 아깝지 않다 (음.. 오늘은 좋은 날이니 그렇다하자. "돈은 돌고 돈다"고 하지만 그건 있는 자들의 이야기고, 없는 자들은 계속 없는게 요즘과 같은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사회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어제 저녁부터 긴장해서 거의 못 먹고, 오늘 아침에도 장발을 휘날리며 5년 전에 매일 입고 다니던, 이제는 짧고 작아진(도대체 몸매가 워찌된겨?? 분명 키는 그대로일텐데..) 양복을 껴입고 양손에 커피와 도넛을 들고 놋북 배낭을 매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던 당신, 그 뒷모습이 어찌나 애잔하던지..

혹자는 유학생 남편의 박사논문 취득의 절반 이상은 아내의 공이라 하지만, 내 입으로 그런 말 하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내조는 개뿔, "크산티페"를 자처하며 악처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남들처럼 공부만 해도 되는게 아니라, 집안 일 하랴, 아내 비위 맞추랴, 자식이랑 놀아주랴.. 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

오후에 혜영언니가 전화를 해서 "박사 사모가 된 느낌이 어때요?"라고 물으시더군.
교수 사모도 아니고 박사 사모 정도로.. 무엇보다 내가 박사고, 내가 교수여야 좋은거지 그깟 "사모"가 뭐가 좋담? 하지만 (아직 뒷마무리가 남긴 했으나) 일단 논문 다 쓰고 디펜스까지 마쳤으니 시원하다. 적어도 오늘 하루는 즐길만하다.

그런데 이 기쁨을 최측근인 아내와 나누는게 아니라 동료들과 함께 나누느라 12시가 다 되도록 안 들어오는군. 뭐, 맨날 있는 일도 아니고 1년에 많아야 5번이나 될라나.. 맘껏 즐기시구랴. 밥을 제대로 못 먹고 간 술자리라 걱정이 되는데 내일 아침에 마땅히 끓여줄 국거리도 없어라. 뭐 이렇지, 내가 하는 일이.

여튼.. 그러하다는 얘기.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