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펄로'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2.08.29 태풍이 지나간 자리 4
  2. 2010.01.14 향수 18
  3. 2009.08.24 경산이라는 곳... 14
  4. 2009.07.05 버펄로를 떠나며... 26
생각거리2012. 8. 29. 12:40

태풍 경보가 내려지긴 했지만 비가 많이 오지도 않았고 (바람은 쑁쑁) 저지대도 아니고 아파트 단지라 큰 피해는 없었다. 큰애 학교는 휴교, 작은애는 자유등원이었지만 보내지 않았고, 아직 개강하지 않은 남편까지 집에 있다보니 나 혼자 풀타임 주부노릇.. 헥헥..

 

그래도 예측했던 것보단 작게 지나감에 감사하며.

피해입으신 분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일단 폭풍 전야.

휴원/휴교 조치 바로 전 날, 작은애 어린이집에 오는 시간에 맞춰 나간 하늘이 이랬다.

 

 

 

태풍이 통과한다는 그 날 아침.

태풍을 맞이하는 나의 자세는...

 

남편이 오버라 아무리 투덜거려도 준비는 철저히.

 

물론 남편의 작품이다.

나는 진두지휘만하는 걸로.

엄청 투덜거리면서도 특유의 꼼꼼함을 발휘해 시공,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유지보수였으니...

10분에 한 번꼴로 나가 물을 뿌려줘야 했다.

한 열 번을 뿌려대더니 급기야 내게 분무기를 주며 이제 니가 하라고. -_-

하라면 못할 줄 알고? 막 뿌려댔지. 쉽네, 뭐.

그리고 5분도 안 돼 두둑두둑 떨어지더구나.

에라, 이제 운명에 맡기리하고 다 떨어지게 내버려뒀다.

 

그리고 어제 12시쯤 창 밖의 모습.

 

 

하지만 창문 깨지는 것보다 무서운게 있었으니 전기가 끊기는 것.

 

예전에 미쿡나라에 살 때, 일명 "October Storm"이라고 10월에 갑자기 눈이 많이 쏟아지면서 그 무개를 견디지 못한 나무가  쓰러지고 나무가 쓰러지며 전봇대도 쓰러지고 그래서 버펄로 전역에 전기가 끊기는(우리는 그 정도 선에서 오케) 재난을 당한 후로 전기가 끊기는 거, 태풍이니 눈보라니 홍수니 이런거 무섭다 말이지.

 

전기가 끊기면 물도 끊기고, 당시 미쿡나라 우리집은 스토브도 전기 스토브였다.

그러니 밥도 못 해서 먹지도 마시지도 못해, 응가도 못해, 씻지도 못해, 눈와서 추운데 난방도 못해, 눈이 많이 쌓여서 밖에 나가지도 못해.. ㅠㅠ

당시 우리 세 식구랑(작은애는 생기기도 전) 이웃에 살던 H언니랑 넷이 꼭꼭 붙어서 다이나믹한 밤을 보내고 다음 날 눈이 산처럼 쌓인 길을 뚫고 타겟에서 가서 손전등, 물, 간단한 식량거리, 휴대용 버너 등을, 정말 빙판에서 빙빙 돌아가는 차를 끌고 나가 사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니 태풍 온다고 전국에 휴교령까지 내리니 긴장 안 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비상식량도 사다놓고(그런데 어제 다 먹었더라들???!) 물도 사다놓고 손전등에 밧데리도 사다놓고 휴대용 버너를 살까 말까 하다가 그냥 냅두고 왔더라 이 말씀.

 

그런데 이렇게 지나가니 허무하냐고?

그건 초등 1학년, 학교 안 가서 마냥 좋았던 우리 큰놈의 마음 상태고.

정말 이 정도에서 지나간 거 너무나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아이들이 있다보니 최악의 상황까지도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물론 내가 아무리 준비를 해도 자연의 힘을 당해낼 순 없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준비는 해놔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건 내 생각.

 

또 태풍 하나가 올라온단다.

비록 작은 넘이라곤 하나 태풍은 태풍.

비상식량이 떨어졌으니 그거 채워놔야겠군. 끙.

 

모쪼록 더 이상의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다들 안전하게 보내시길.

Posted by bibidi
생각거리2010. 1. 14. 18:41
그립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아니라 버펄로라는 동네가.
1년 중 반 이상이 겨울이고, 그 겨울의 80%가 눈인 동네가 뭐가 그리 그립담?
일전에 홀리 할머니한테 "여긴 우리 애들의 고향이기 때문에 더 특별한 듯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래서일까?
남편도 이해 못하는 나의 버펄로 사랑.

오늘 경산 날씨는 쨍하면서도 매서운 바람이 이는, 내가 좋아하는 겨울 날씨였다.
버펄로 생각이 나는 김에(사실 버펄로의 겨울은 물기가 많다. 우울증 걸리기 쉽상인)
내가 즐겨듣던 ninty six point one wjye를 구글링해봤다(96.1 WJYE).
흘러간 옛 팝송을 주로 틀어주는데 할로윈이 끝나기 무섭게 크리스마스 캐롤만 틀어대던,
나로하여금 베네수엘라의 향수를 불러 일으켜주던 라디오 스테이션.
오~ 인터넷으로 청취가 가능하다!
그래서 하루종일 틀어놓고 있는 중.

어린이집 다녀온 동휘는 Go Diego를 시청하고 있고, 토실이는 집 이곳저곳을 탐험하고,
바깥날씨는 쨍하니 춥고, 노래는 계속 흘러나오고, 귀에 익은 광고도 나오고..
내가 경산에 있는지 버펄로에 있는지 가물가물..

내친 김에 npr로 한 번 찾아볼까?
쿡. 차 안에서만 겨우 들어놓곤.
Posted by bibidi
생각거리2009. 8. 24. 23:59
태어나 처음으로 "경북도민"이 됐다.
연고도 없는 이곳에서 뭘 어찌해야 하는가 싶었는데
선배 부부의 도움으로 잘 정착하고 있는 중이다.

경산은.. 마치 버펄로 같다.
대도시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골도 아니고.
사람들도 (운전할 때 빼고) 친절 & 상냥하고..
(이 부근에서 대구 토박이인 최선배 왈, "그런 말은 너거들에게서 첨 들어본다" @.@)

아직 냉장고도 없고 세탁기도 없어서 우리는 여전히 난민꼴이다.
그나마 붙박이로 부엌에 붙어있는 손바닥만한 TV 덕에 우리 동휘는 EBS를 시청한다.
지난 1주일 내내 이마트에 출근도장 찍었더니 이제 이마트가 지겹다.
"한국의 타겟"이라고 하기엔 좀.. 할인률이 넘 적다. 아쉽다.

동우가 가지고 놀 게 너무 없어서, 원맨쇼하기에도 지쳐서
장난감 대여나 중고 장난감을 알아보고 있는데 영..
일단 지금 배로 오고 있는 짐에 들어있는 장난감이 있는데 비슷한 걸 중고로라도 사기가 그렇고
대여를 하자니 한 달 단위인 경우 돈이 좀 아깝기도 하고 내가 원하는건 벌써 다 나갔고
아무리 중고라지만 내가 원가를 버젓이 알고 있는데 인간적으로 너무 비싸게 판단 말이지!!!
(거라지 세일에서라면 5불이면 건질만한걸 5만원, 6만원에 팔고 있는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감?)
그래서 그냥 계속 원맨쇼하고 있다.
요즘은 비행기, 택시를 지나 인간그네도 되어주고 있다.
스스로 앉게 되면 인간미끄럼틀도 되어주마.

동휘는 매일 오후 놀이터에 나가서 논다.
이거 하난 참 좋다.
문제는 지난 2주 동안 계속된 기침.
지난 주에 기침이 너무 오래가는 것 같아 소아과에 가서 문의했더니 목이 부었다며 처방해줬는데
그 약을 다 먹고도 계속 기침이 되어서 오늘 또 소아과에 가봤더니 기관지에서 미세하게 소리가 난다고
네뷸라이져 처방에 약도 처방해줬다.
기침 오래가봐야 좋을 거 없으니 갔는데, 약 다 먹고 괜찮은지 다시 한 번 와보랜다.
인간적으로 너무 상냥해서 온 몸이 오그라드는 기분이었는데
그래도 한국에서 다녀본 소아과 중(3군데 다녀봤다) 가장 미국의 소아과(Tonawanda Pediatrics)와 비슷했다.
꼼꼼한 검진, 조심스러운 다룸, 보호자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 및 질문에 상세하게 대답 등.

오늘은 추천받은 어린이집에도 다녀와봤다.
원장님의 교육관이 나랑 비슷해서, 독자적 건물이라, 시설도 깨끗해서 마음에 들었는데
보육비를 지원 받아도 한 달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아서 여기를 선택해야 하나 좀 고민.
오전 10시(아침 9시 30분에 차 탐)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오후 6시에 차에서 내림) 종일반을
과연 동휘가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 한가득이다.
그냥 오후에 학원이나 보낼까도 생각해봤는데 친구이자 선배맘인 소라 왈, "그만한 애들은 받아주지도 않아"
쩝..

여튼.. 동휘 때문에 걱정이 많다. 너는 아니, 아가?

동우 선수도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요즘 부쩍 엄마를 알아보는 느낌..? 나만의 느낌인가?
형아랑 다툼도 간간히 일어난다.
왜 지 장난감(teether)에는 관심이 없고 형아 장난감에만 관심을 가지는지..
또 그걸 왜 꼭 만져봐야 직성이 풀리느냐는 말이다.
동휘, 당연히 길길이 날뛰고.. 뺏으려 힘을 줬는데 못 뺏으면 (동우가 힘이~ 으하하) 동휘가 울고,
끝내 빼앗기면 동우가 울고.. 이것들이 벌써부터! 허나 두 녀석 다 어찌나 신기하고 웃긴지.. ㅋㅋ

지난 20일부터 이유식도 시작해 꿀떡꿀떡 잘 받아먹고 있다.
오늘은 라이스 시리얼에서 벗어나 완두콩(sweet pea)을 줘봤다.
많이는 못 먹는데 그래도 쫍쫍거리면서 먹는 것이 넘 귀엽다.
역시나 짐이 도착을 안 한 관계로 인펀카싯에 앉아 먹고 있다. -_-
몸무게는 9kg. 파운드로는 20 파운드가 다 되어간다.
인펀카싯이 몸무게 20 파운드까지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얼마나 불편할꼬.
뭐, 어쩌겠는가..
컨버터블 카싯이 오면 차가 없어서 또 사용 못할 듯. @.@

경산도 많이 선선해졌다.
낮에는 86도 정도까지 올라가는데(습도는 평균 50%)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우리 집은 13층)
그냥 창문만 다 열어도 괜찮은 정도다. 가끔 넘 덥다 싶으면 선풍기 틀면 그만이고.
밤에는 제법 추워져서 창문 다 닫고 잔다.
딱 버펄로와 비슷한 요즘 날씨.
그래서인지 햇살 따가운데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면 버펄로의 곳곳이 생각난다.
던킨이 있던 Main St., I-290를 타고 exit 7에서 exit 2까지 오는 길,
2년을 살았던 Country Club Manor이며 Holly 할머니의 집 앞과 안,
현정인니네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는 입구며 동휘아빠가 다니던 학교,
우리가 막판에 자주 가던 Niawanda Park로 가는 호수 옆길 등등..
눈앞에 선하게 떠오르는 또렷한 영상에 내가 지금 경산에 있는지 버펄로에 있는지
잠깐이나마 착각하게 된다.

뭐, 그렇게 살고 있는 중.
Posted by bibidi
생각거리2009. 7. 5. 23:13

이제 몇 일 후면 버펄로를 떠난다.

내게 처음으로 "엄마"라는 타이틀이 붙었던, 내 아이들이 태어나 자란 이 곳,
거리거리마다 낯익은 집들과 표지판들,
한적하면서도 왠만한 있을 건 다 있어서 대도시에 지쳤던 나와 남편에게 참 편했던 곳,
세계적 관광지인 나이아가라 폭포를 동네 폭포로 두고 산책 다닐 수 있었던 곳,
그리고 다정한 사람들..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거다.
참 많이 좋아했고, 그냥 계속 여기서 살고 싶을 만큼 만족스러웠던 곳.
언제 다시올 지 모르겠지만, 좋은 기억을 많이 담게 해줘서 참 고맙기도 하다.

우리 가족은 몇 년이 될 지 모르겠지만 대구-경산 지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한다.
대구는 출장으로 두 번 밖에 가본 적이 없어서 두려운 마음이 더 많다.
거기다 한국에선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어서 뭘 어찌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내 나라인데 아무렴 미국에서보다 적응은 빠르겠지
(미국도 한국이랑 비슷해서 처음에 적응하기 쉬웠다. ㅋㅋㅋ).

사람 사는 곳 어디나 비슷하지만, 미국은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내 맘대로 천천히 살 수 있었는데
한국에서도 과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가능하면 천천히, 즐기면서 살아봐야지.

마지막으로 정리해야 할 일들이 너무너무 많아 하나하나 써내려가다보니 골치가 아프고,
그래서 이런 일이 싫어 미국에 남고 싶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무엇보다 자식들 데리고 긴긴 비행기 여행.. 으.. 넘 끔찍.
그래도 시간은 가겠지.
막상 귀국으로 결정을 내리니 가족들 볼 생각에 한 편 설레는 것도 사실이다.

안녕, 버펄로.
내게 새로운 고향이 되어준 곳.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