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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27 동휘한테 참 미안해 12
생각거리2008. 7. 27. 13:33

요즘 동휘한테 화도 많이 내고, 혼도 많이 내고, 소리도 많이 지른다.

내 화를 참지 못하고 결국 애한테 버럭하고 나면
나에게 다가와 꼬옥 안기며 "엄마, 도위가 미안해"라던가
"엄마, 사랑해줘"한다 (아빠가 화내면 "아빠, 도위한테 소리지르지마!"하고 반항한다. ㅋㅋ).
가끔은 그래도 화를 못 풀고 애를 냉정하게 내친다.

물론, 동휘도 -뭐, 이 시기의 아이들 특징이자 정상적인 발달사항이라고는 하지만-
사람을 너무나 괴롭힌다. 안된다고 하면 계속 징징거리며 해달라고 조르고 (하지만 어림도 없다.
처음엔 달래다가 나중엔 화가 뻗쳐 결국 완력-소리지르기, 맴매 운운하기 등-으로 제압한다),
하지 말라는 일은 씨익 웃어가며 계속 하고, 반대로만 해대고 (예를 들어 밖에 나가자고 하면
자기는 집에 있겠다고 하고, 밖에서 집으로 가려고 하면 자기는 집에 안 간다고 울고 불고 난리를 친다)..

그런데 어딘가에 그런 글이 써 있는 걸 봤다 (나에게 한 말은 아니었지만 찔끔).

아이가 당신보다 덩치가 커도, 당신보다 힘이 세도
지금처럼 아이에게 소리지르고, 화내고, 심지어 때릴 수 있겠습니까?
혹시 아이가 당신보다 작고 약하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일방적인 화풀이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

그래서 어제, 오늘은 맘을 가다듬고, 가능하면 좋은 소리로, 가능하면 화 안 내고,
언성 높이지 않고, 조금이라도 예쁜 모습을 보이면 칭찬해가며, 달래봤다.

결과는, 소리지르고 화내 완력으로 애를 잡는 것보다, 칭찬해가며 달래가며 애를 유도하는 것이
훨씬 좋았다
. 서로 감정도 안 상하고, 큰소리도 안나고. 화가 불쑥 치밀어 오를 때마다 정말,
혹시 내가 애를 얕보고 애한테 화풀이하는걸까봐 마음을 다스렸다.

엄마가 눈 맞춰주고 칭찬만 해줘도 헤헤거리며 혼자 밥도 떠먹고 혼자 놀기도 잘 노는데
왜 그리 애를 잡고 혼내고 했을까.. 어제 내가 잠을 많이 자서 그런가?

여하튼, 요즘 동휘에게 미안한 게 참 많다.
언젠가 화를 많이 낸 날, 잠자는 동휘를 보며 "동휘야, 엄마가 오늘 화 많이 내서 미안해" 했더니
애가 눈을 반짝 뜨고선 씨익 웃으며 "엄마, 괜찮아" 한마디 던지고 다시 잠들어 혼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혹자는 부모 자격증을 받은 사람에게만 부모가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까지 말하던데
그래,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내일도 오늘처럼, 화내지 않고, 소리지르지 않고, 찬찬히.. 찬찬히..
동휘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