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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16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8
생각거리2009. 3. 16. 00:21

어디서 처음 이 문구를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많은 위안이 되고 힘이 되어주는 문구랄까..

진통이 올 때도, 애 낳는다고 힘줄 때도, 애 낳고 힘들고 아플 때도,
갑자기 한쪽 젖이 양이 팍 줄어 꾸준히 유축기로 짜내고 쪽쪽이 용도로 물릴 때도..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니 맘이 편해졌다.

어릴 때는 하기 싫은 과목 공부할 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을 위안으로 삼고
"아, 너무너무 재밌어~" "이 과목은 나를 위해 존재해!" 따위의 주문을 외우며 공부했다.
의외로 주문은 잘 통했고 재밌게 공부할 수 있었다 (아쉽다, 이 좋은 주문을 중학교 3학년 무렵에 알았다).

10대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였는데 30대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
삶을 대하는 태도가 슬쩍(많이?) 바뀌었다는게 느껴진다.

언젠가부터 지긋지긋해진 "최선을 다해라" "생산성 향상" "목표의식" 따위..
그래도 한 때는 내 삶을 지배했던 말들인데, 창창한 30대에 벌써 지긋지긋해지고 여유를 부리고 싶다면
뭔가 좀 잘못된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 인생인데 내가 행복하게 살면 되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찌됐든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덕분에 진통도 잘 견디고(물론 1시간만 더 견디면 애 낳을 줄 알았다면
에피듀럴을 맞진 않았을 것이다만), 힘껏 애도 밀어내고, 삼칠일도 지나고, 양쪽 젖양도 균형이 맞춰지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내일 새벽에 엄마는 한국에 가신다.
나의 공주생활, 편한 생활은 이제 땡.
그래도 엄마의 빈자리가 줄 그리움, 아쉬움, 힘듬 또한 지나가리라..

다음 번에 엄마를 만날 때는 용돈도 좀 척척 앵겨드리고, 비싸서 망설이는 것도 척척 사드리고,
자신있는 요리도 좀 더 공개하고(그나마 지난 번에 오셨을 때보단 내가 직접 만든 음식을 더 많이
맛보게 해줄 수 있어서 좋았다), 내 걱정 안해도 되게끔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꼭 그렇게 됐음 좋겠다.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