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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24 경산이라는 곳... 14
생각거리2009. 8. 24. 23:59
태어나 처음으로 "경북도민"이 됐다.
연고도 없는 이곳에서 뭘 어찌해야 하는가 싶었는데
선배 부부의 도움으로 잘 정착하고 있는 중이다.

경산은.. 마치 버펄로 같다.
대도시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골도 아니고.
사람들도 (운전할 때 빼고) 친절 & 상냥하고..
(이 부근에서 대구 토박이인 최선배 왈, "그런 말은 너거들에게서 첨 들어본다" @.@)

아직 냉장고도 없고 세탁기도 없어서 우리는 여전히 난민꼴이다.
그나마 붙박이로 부엌에 붙어있는 손바닥만한 TV 덕에 우리 동휘는 EBS를 시청한다.
지난 1주일 내내 이마트에 출근도장 찍었더니 이제 이마트가 지겹다.
"한국의 타겟"이라고 하기엔 좀.. 할인률이 넘 적다. 아쉽다.

동우가 가지고 놀 게 너무 없어서, 원맨쇼하기에도 지쳐서
장난감 대여나 중고 장난감을 알아보고 있는데 영..
일단 지금 배로 오고 있는 짐에 들어있는 장난감이 있는데 비슷한 걸 중고로라도 사기가 그렇고
대여를 하자니 한 달 단위인 경우 돈이 좀 아깝기도 하고 내가 원하는건 벌써 다 나갔고
아무리 중고라지만 내가 원가를 버젓이 알고 있는데 인간적으로 너무 비싸게 판단 말이지!!!
(거라지 세일에서라면 5불이면 건질만한걸 5만원, 6만원에 팔고 있는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감?)
그래서 그냥 계속 원맨쇼하고 있다.
요즘은 비행기, 택시를 지나 인간그네도 되어주고 있다.
스스로 앉게 되면 인간미끄럼틀도 되어주마.

동휘는 매일 오후 놀이터에 나가서 논다.
이거 하난 참 좋다.
문제는 지난 2주 동안 계속된 기침.
지난 주에 기침이 너무 오래가는 것 같아 소아과에 가서 문의했더니 목이 부었다며 처방해줬는데
그 약을 다 먹고도 계속 기침이 되어서 오늘 또 소아과에 가봤더니 기관지에서 미세하게 소리가 난다고
네뷸라이져 처방에 약도 처방해줬다.
기침 오래가봐야 좋을 거 없으니 갔는데, 약 다 먹고 괜찮은지 다시 한 번 와보랜다.
인간적으로 너무 상냥해서 온 몸이 오그라드는 기분이었는데
그래도 한국에서 다녀본 소아과 중(3군데 다녀봤다) 가장 미국의 소아과(Tonawanda Pediatrics)와 비슷했다.
꼼꼼한 검진, 조심스러운 다룸, 보호자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 및 질문에 상세하게 대답 등.

오늘은 추천받은 어린이집에도 다녀와봤다.
원장님의 교육관이 나랑 비슷해서, 독자적 건물이라, 시설도 깨끗해서 마음에 들었는데
보육비를 지원 받아도 한 달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아서 여기를 선택해야 하나 좀 고민.
오전 10시(아침 9시 30분에 차 탐)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오후 6시에 차에서 내림) 종일반을
과연 동휘가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 한가득이다.
그냥 오후에 학원이나 보낼까도 생각해봤는데 친구이자 선배맘인 소라 왈, "그만한 애들은 받아주지도 않아"
쩝..

여튼.. 동휘 때문에 걱정이 많다. 너는 아니, 아가?

동우 선수도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요즘 부쩍 엄마를 알아보는 느낌..? 나만의 느낌인가?
형아랑 다툼도 간간히 일어난다.
왜 지 장난감(teether)에는 관심이 없고 형아 장난감에만 관심을 가지는지..
또 그걸 왜 꼭 만져봐야 직성이 풀리느냐는 말이다.
동휘, 당연히 길길이 날뛰고.. 뺏으려 힘을 줬는데 못 뺏으면 (동우가 힘이~ 으하하) 동휘가 울고,
끝내 빼앗기면 동우가 울고.. 이것들이 벌써부터! 허나 두 녀석 다 어찌나 신기하고 웃긴지.. ㅋㅋ

지난 20일부터 이유식도 시작해 꿀떡꿀떡 잘 받아먹고 있다.
오늘은 라이스 시리얼에서 벗어나 완두콩(sweet pea)을 줘봤다.
많이는 못 먹는데 그래도 쫍쫍거리면서 먹는 것이 넘 귀엽다.
역시나 짐이 도착을 안 한 관계로 인펀카싯에 앉아 먹고 있다. -_-
몸무게는 9kg. 파운드로는 20 파운드가 다 되어간다.
인펀카싯이 몸무게 20 파운드까지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얼마나 불편할꼬.
뭐, 어쩌겠는가..
컨버터블 카싯이 오면 차가 없어서 또 사용 못할 듯. @.@

경산도 많이 선선해졌다.
낮에는 86도 정도까지 올라가는데(습도는 평균 50%)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우리 집은 13층)
그냥 창문만 다 열어도 괜찮은 정도다. 가끔 넘 덥다 싶으면 선풍기 틀면 그만이고.
밤에는 제법 추워져서 창문 다 닫고 잔다.
딱 버펄로와 비슷한 요즘 날씨.
그래서인지 햇살 따가운데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면 버펄로의 곳곳이 생각난다.
던킨이 있던 Main St., I-290를 타고 exit 7에서 exit 2까지 오는 길,
2년을 살았던 Country Club Manor이며 Holly 할머니의 집 앞과 안,
현정인니네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는 입구며 동휘아빠가 다니던 학교,
우리가 막판에 자주 가던 Niawanda Park로 가는 호수 옆길 등등..
눈앞에 선하게 떠오르는 또렷한 영상에 내가 지금 경산에 있는지 버펄로에 있는지
잠깐이나마 착각하게 된다.

뭐, 그렇게 살고 있는 중.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