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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거리2009. 11. 20. 13:51
나는 생긴 것 같지 않게 이상한 부분에서 굉장히 예민한 편이다
(그냥 처음 나를 본 사람들의 95%는 내가 "착해보인다" "편하다"고 표현한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런 반응에 애매하게 웃는다).

특히 잘 못 참겠는 것이
* 운전할 때 깜빡이 안 켜고 차선 변경, 그것도 내 코 앞에서 할 때
(그러면서 옆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너무나 난감해서 제외하기로 한다)
* 줄 서서 기다리는데 뒷 사람이 정확하게 뒤에 안 서고 내 옆 부근에서 서성일 때
(정말 미칠 것 같다. 차라리 앞으로 가는게 더 나을 것 같다)
* 줄 서서 기다리는데 슬그머니(내지는 뻔뻔하게) 새치기 할 때
같은 것이다.

어제, 동네에 피*마*라는 곳이 새로 오픈을 하면서 300판에 한 해
컴비네이션 라지 피자를 3,900원에 판매한다고 했다
(나중에 보니 6천원짜리를 3,900원에.. 내가 미쳤지!).
오후 1시부터 시작된 행사였는데 1-2시간씩 기다려 받아갔다고 한다.
그러려니 했는데 어린이집에 다녀오던 큰애가 줄을 발견하곤
꼭 그 피자를 먹어야겠다고 난리난리.. -_-
게다가 줄을 보니 그리 길어보이지 않아 갔다.
딱 우리까지 받아준다고 했는데 그 이후로 세 명이 꿋꿋하게 버티고 서 있더라.

워낙에 단단히 입어 춥진 않았는데(거기다 동우도 망또로 폭 씌워갔고)
11kg짜리를 띠로 업고 1시간 40분을 서 있었더니 지금 허리가.. -_-
줄 서 있는 내내 애들은 어찌나 정신없이 뛰다니고(동휘보다 큰 애들이었음. -_-)
또 그 애들 조종(!)하느라 어찌나 뒤에서 시끄럽게 했샀는지..
토실이가 잠들만 하면 뒤 아줌마 째지는 목소리 때문에 깨고
애들 시끄럽게 해서 깨고.. (정정한다. 모든 대구 여성들의 억양이 예쁘않다!)

그런데 말이지..
300판 한정이라고 했는데(라고는 하지만 결국 400판 정도 찍었다고 했다)
굳이 들어와 서 있다가 앞으로 슬쩍 가 아는 사람에게 낑기는 태도..
그것도 애를 둘이나 데리고 와서는 너무나 당당하게 그러는 태도에 깜짝 놀랐다.
더 놀랐던 것은, 그런 주제에(!) 내 뒤에 있는 째지는 아줌마까지 앞으로 끌어들이는
그 당당한 태도! (뒤 아줌마도 애 둘 데리고 왔더라)

내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이 하나는 애 둘 데리고 온 째지는 아줌마(나중에 애들은 남편이 데리고 감)와
멀끔하게 생긴 총각(인데 한 중학생 되어 보이는.. 넉살 하나는 기가 막히더군)이었는데
줄 끝에 가게 안으로 들어갔더니 그 총각이 슬쩍 계산대 앞으로 가니까
나랑 동시에 "학생은 내 뒤에 서 있었잖아!"라고 소리까지 쳤다.
그러더니 새치기녀 지 친구 따라(우리 토실이 바둥거리는거 다 지켜봐놓고!) 슬쩍 앞에 가서 시켜가냐?!

내가 너무 황당하고 어이 없어서.. 거기다 그 쪽은 둘이라(--;;;) 말은 안 하고 있었는데(그래, 나 새가슴이다!)
그래서 그 총각한테 미안해서 그 총각 스리슬쩍 나 새치기 해서 앞에 섰을 때(너나 나나 1분 차이구만)
그냥 내버려뒀다.

어릴 때 도덕시간인지.. 새치기 하는 넘도 나쁘지만 새치기 하게끔 해 주는 넘도 나쁘다 배웠다.
아는 사람을 끼워주고 싶거들랑 끼워준 사람은 뒤로 가서 다시 줄 서라 배웠다
(사실.. 그래서 그 총각 내 앞에 섰을 때 암말 안했다. 내가 새치기를 묵인함으로써 나 스스로 뒤로 가서 선 것).
그 아줌마들, 나보다 좀 어리거나 나랑 비슷한 연배로 보이던데..
공부 드럽게 못 했었거나, 아니면 도덕은 점수 배점이 낮다고 무시했었나보다.
그래놓고 집에 가서 애들 공부 하라고 닥달을 하겠지? (안한다면.. 말고)

나는 내가 생각해도 도덕적인 문제에 관해 그 누구보다 나를 포함한 아줌마들에게 엄격한 편이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아이들 인성교육의 권한은 아줌마들에게 있으므로
(애 데리고 다니는 아저씨들에게서도 비도덕적인 모습을 보면 마찬가지 반응 나온다).
그런데 애들보다도 못한 엄마들을 볼 때마다 화가남과 동시에 이 나라의 미래가 정말 걱정된다.
그래놓고 학교에 모든 걸 맡기려고 하지 마라.
그래놓고 한국 공교육이 망해가네 어쩌네.. 나불거리지 말라.

아줌마들 1단지 산다는 것도 들어 알았고, 애들 얼굴도 다 알았고..
무엇보다 처음 줄 설 때 밝을 때 섰었어서 내 얼굴 다 봤거든.
다음에 만날 때 나한테 아쉽게 만나지 말기 바란다.

귀국한 지 얼마 안 돼 코엑스에 전시회 갔을 때도
"미국 아이들에 비해(내지는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에 비해) 드세다"는 평을 듣는 아이들보다
그 엄마들의 뻔뻔함과 막무가내에 혀를 내둘렀는데(쪽팔려 싫다는 애를 그냥 새치기해 밀어 넣더만) 말이지..
제발 "아이의 사생활"이라는 책, 그 중에서 "도덕성" 부분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이게 한국만의 문제냐고?
된장.. 어딜 가나 있더라.

미국에서도, 베이비잘어스에서 금바리 임산부랑 싸웠잖애.
계산대 앞에 줄 서 있는데 내 앞으로 쓱 비집고 들어오길래
"이봐. 나 지금 줄 서 있는거야!"했더니
"진짜? (Are you serious?)"
얼굴빛 하나 안 변하고 물건 보는 척 하다가 뒤로 가서 서더라.
어쨌든 줄 섰으니 됐나?



여하튼, 다시 어제 일로 돌아와서..
그럼에도 내가 분하고 억울한건 그들에게 대놓고 쏴주지 못해서다.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드럽고 치사하다고 (살짝 두려움도) 안했는데 두고두고 후회스럽다.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