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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26 그 때가 되어보지 않고는 그게 뭔지 모른다 12
생각거리2007. 12. 26. 12:27

나는 동휘가 말을 아주 잘 하는 거라 생각했다.
우리 동네에 사는, 한국서 언어치료사로 근무했던 노아 엄마는
공공연히 "동휘는 언어천재"라고 말해줘서 그랬을까?
적어도 29개월이 된 지금, 아니 그 조금 전부터
나랑 언어소통이 되었으니 난 당연히 동휘가 말을 잘 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한국에 계신 부모님들, 동생, 친척들이랑 동휘랑 통화를 하다보면
동휘가 뭔 말을 하는지 다들 모른다.
옆에서 듣는 나와 동휘아빠는 넘 뿌듯한데,
전화기 저 편에서 듣고 있는 당사자들은 "얘가 도대체 뭐라고 그러냐?"라는 분위기.

거기다 쐐기를 박은 것이, 요즘 우리 집에 와 있는 사촌동생.
동휘가 하는 이야기를 거의 못 알아듣는다.
그리고 지 엄마랑 통화하면서 "말은 잘 못하고, 따라하는 수준"이라고 표현하더군.
헉.. !! (절대루!! 동생 뒷담화를 까고 있는게 아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난 우리 조카가 어릴 때, 발음이 부정확하다고 늘 생각했다.
뭐라고 뭐라고 말은 많이 하는데 내가 알아듣는 말은 20%가 채 안되었으니까.
그래서 형님이 위대해보였다.
아, 역시 엄마는 자기 아이가 우물우물해도 무슨 뜻인지 딱 아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동휘와 다른 이들을 생각해볼 때
분명 우리 조카도 그 당시 말을 잘 했을 것 같다.
다만, 어쩌다 가끔 만나는 사람들은,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은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었던 것 같다.
그리고는 내 판단대로 엄하게 "발음이 안 좋다"고 단정지었던 것 같다.

함부로 생각하고,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행동하고..
내가 다 싫어하는 것들임에도 나도 어느 순간 그러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남편, 아이 뿐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해서도 절대 자신하지 말아야겠다.

웅..
근데 동휘 진짜 말 잘 하는데.. ㅠㅠ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