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2.08.29 태풍이 지나간 자리 4
생각거리2012. 8. 29. 12:40

태풍 경보가 내려지긴 했지만 비가 많이 오지도 않았고 (바람은 쑁쑁) 저지대도 아니고 아파트 단지라 큰 피해는 없었다. 큰애 학교는 휴교, 작은애는 자유등원이었지만 보내지 않았고, 아직 개강하지 않은 남편까지 집에 있다보니 나 혼자 풀타임 주부노릇.. 헥헥..

 

그래도 예측했던 것보단 작게 지나감에 감사하며.

피해입으신 분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일단 폭풍 전야.

휴원/휴교 조치 바로 전 날, 작은애 어린이집에 오는 시간에 맞춰 나간 하늘이 이랬다.

 

 

 

태풍이 통과한다는 그 날 아침.

태풍을 맞이하는 나의 자세는...

 

남편이 오버라 아무리 투덜거려도 준비는 철저히.

 

물론 남편의 작품이다.

나는 진두지휘만하는 걸로.

엄청 투덜거리면서도 특유의 꼼꼼함을 발휘해 시공,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유지보수였으니...

10분에 한 번꼴로 나가 물을 뿌려줘야 했다.

한 열 번을 뿌려대더니 급기야 내게 분무기를 주며 이제 니가 하라고. -_-

하라면 못할 줄 알고? 막 뿌려댔지. 쉽네, 뭐.

그리고 5분도 안 돼 두둑두둑 떨어지더구나.

에라, 이제 운명에 맡기리하고 다 떨어지게 내버려뒀다.

 

그리고 어제 12시쯤 창 밖의 모습.

 

 

하지만 창문 깨지는 것보다 무서운게 있었으니 전기가 끊기는 것.

 

예전에 미쿡나라에 살 때, 일명 "October Storm"이라고 10월에 갑자기 눈이 많이 쏟아지면서 그 무개를 견디지 못한 나무가  쓰러지고 나무가 쓰러지며 전봇대도 쓰러지고 그래서 버펄로 전역에 전기가 끊기는(우리는 그 정도 선에서 오케) 재난을 당한 후로 전기가 끊기는 거, 태풍이니 눈보라니 홍수니 이런거 무섭다 말이지.

 

전기가 끊기면 물도 끊기고, 당시 미쿡나라 우리집은 스토브도 전기 스토브였다.

그러니 밥도 못 해서 먹지도 마시지도 못해, 응가도 못해, 씻지도 못해, 눈와서 추운데 난방도 못해, 눈이 많이 쌓여서 밖에 나가지도 못해.. ㅠㅠ

당시 우리 세 식구랑(작은애는 생기기도 전) 이웃에 살던 H언니랑 넷이 꼭꼭 붙어서 다이나믹한 밤을 보내고 다음 날 눈이 산처럼 쌓인 길을 뚫고 타겟에서 가서 손전등, 물, 간단한 식량거리, 휴대용 버너 등을, 정말 빙판에서 빙빙 돌아가는 차를 끌고 나가 사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니 태풍 온다고 전국에 휴교령까지 내리니 긴장 안 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비상식량도 사다놓고(그런데 어제 다 먹었더라들???!) 물도 사다놓고 손전등에 밧데리도 사다놓고 휴대용 버너를 살까 말까 하다가 그냥 냅두고 왔더라 이 말씀.

 

그런데 이렇게 지나가니 허무하냐고?

그건 초등 1학년, 학교 안 가서 마냥 좋았던 우리 큰놈의 마음 상태고.

정말 이 정도에서 지나간 거 너무나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아이들이 있다보니 최악의 상황까지도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물론 내가 아무리 준비를 해도 자연의 힘을 당해낼 순 없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준비는 해놔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건 내 생각.

 

또 태풍 하나가 올라온단다.

비록 작은 넘이라곤 하나 태풍은 태풍.

비상식량이 떨어졌으니 그거 채워놔야겠군. 끙.

 

모쪼록 더 이상의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다들 안전하게 보내시길.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