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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01 속상한 부상 10
동동브로2009. 1. 1. 12:07
세상에서 아빠가 가장 만만한 동휘와,
그런 동휘의 버릇을 잡아야겠다 결심한 동휘아빠의 한판이 벌어진 건
어제 오후.

여느 때처럼 장난치듯 아빠를 퍽 치고 도망가던 동휘,
아빠한테 붙잡혀 엄청 혼났다.
잘못했다고 하라는데도 엄마만 찾길래 나는 자리를 피해 거실로 나오고,
그 이후로 한참 동안 둘이 방에서 혼내고 울고..


결국은 어찌어찌하여 둘이 땀이 범벅이 되어 나왔는데,
갑자기 동휘가 오른쪽 손목을 쥐더니 아프다고 우는 것이다
(처음엔 할리우드 액션의 대가, 이슬비 선수가 떠오르더라).
만지지도 못하게 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문득, 작년 이맘 때 x-ray까지 찍었던 기억이 떠오르며,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는 거 뻔히 알면서도 남편을 노려보게 되는 나를 느끼게 되나니..
(아, 동휘는 주로 엄마한테 혼나는데 이런 부상은 전혀 안 입거든요!!!!!!!!!!!)

여하튼, 속상한 맘을 누르고 잘 살펴보니 육안으로는 특별한 점을 못 찾겠다.
결국 옷도 못 갈아입어 도서관도, 수영장도, 나 혼자 갔다오고 동휘랑 동휘아빠는 집에 있어야 했다.

오늘도 하루종일 거의 비슷한 상태..이다가 오후쯤 되니 그래도 좀 나은 것 같아
결국 병원에 연락은 안 했다.
예전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고, 더구나 임동휘선수, 영어로 명확하게 "아빠가 그랬다"고 말을 하는고로
혹여 남편 철창신세라도 질까봐.. 물론, 더 심해지거나 붓거나 했으면 병원에 연락을 했겠지만 말이다.

결국, 애 버릇 한 번 잡아보겠다고 간만에 엄격한 모습을 보였던 동휘아빠는
24시간 넘게 자책과 슬픔과 옅은 분노를 겨우겨우 삭여내며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다.
불쌍한 남편.. ㅠㅠ

이게 다 모 방송인과 그 아이 때문이다.
몇 일 전에 한국 연예 프로그램 중에 아빠랑 애들이랑 놀러가서 서로 친해진다는 프로를 본 적이 있다.
그 중 유독 한 방송인의 아이가 엄청 밉게 구는데, 하는 꼬라지가 딱 동휘가 아빠한테 하는 꼬라지였던 것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동휘는 밖에 나가서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며, 다른 애들을 먼저 밀거나 때리지 않는다).
특히 아빠가 통제가 안되니 "엄마한테 이른다!"하는 부분에서는 둘이 까무러쳤다는(똑같아!).

거기다 내가 몇 일 전에 보여준 코미디언 Russell Peters의 "Beating Your Kids"도 한 몫을 한 것 같다. 

이거 보고 둘이 얼마나 웃었는지.. 
그러면서 역시 "부모는 애를 때리건 안 때리건 일관성있게, 강단있게 나가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었었지.. 


왓쏘에버, 중요한 것은.. 역시나 아이를 훈육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는 거다.
일관성을 지킨다는 것도 너무나 어려운 일이고,
다양한 훈육 방법 중에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도 역시나 참 어려운 일이다.
어디까지 받아주고 어디까지 제한시켜야 하는지 역시도,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을 하게 만든다.


거기다 동휘아빠가 때리기라도 해서 저렇게 됐으면 차라리 덜 억울했을텐데,
그저 아빠랑 눈 맞추게 한다고 발버둥치는 애를 완력으로 잡았을 뿐인데
애가 아프다고 24시간을 한쪽 팔을 제대로 못 쓰니
글찮아도 애 예쁘다고 절절매는 남편에게는 크나큰 형벌이었을 듯.

하루종일 나는,
애도 밉고 남편도 밉다가
애도 불쌍하고 남편도 불쌍하다가
만사가 귀찮아지는 2008년의 마지막을 보냈다.


휴우.

p.s. 새해를 맞이하여 동휘는 양가 할아버지들과 통화를 했는데, 어김없이 "아빠 때문에 팔이 아프다"고 일렀다.
참 안타까운 것은(?) 두 분 모두 뭔 말인지 못 알아들으셨다는 것. ㅋㅋ
그나저나, 울 아빠가 동휘 말하는게 "외국인이 한국말 하는 것 같다"신다. ㅠㅠ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