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길있다고 함부로 차끌고 들어가지 말자는 교훈'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12.26 기억 - 장터 22
생각거리2010. 12. 26. 05:13

왼쪽 눈 바로 밑에, 아니 속눈썹 중 하나를 끼워서
사마귀인지 쥐젖인지가 났다.
어느 날 터지더니 커지고, 또 터지더니 또 커져서
혹처럼 달고 다닌 것이 어언.. 두 어달?
무서움이고 나발이고 이러단 정말 예쁜 얼굴 다 망치겠다 싶어서
(꺄륵~ =3=3=3) 동방생이 찾아놓은 피부과를 찾아가봤다.

물론 잠시 짬을 내어 가본고로 아이도 함께였고,
당장 떼어버리겠다는 것보단 사전답사 차원으로 갔다고나 할까?

그런데 주차가 당췌 불가능한 구조인거라...

홈페이지에서 주차장이 뒤쪽에 있다는걸 본지라 뒤로 들어갔는데
오오.. 거의 신의 경지로 운전을 해야했다.
이런 좁은 길에 차까지 주차돼 있는 길 운전은 또 참 오랜만.

쭉쭉 들어가다보니 어떤 아줌니가 차를 가로 막으시며 뭐라뭐라..
창문을 열고 들어보니 "오늘 장이 서서 차가 더 못 들어간다"

헉!

후진으로 나가는건 못하겠는걸요.. 하며 앞을 보니
장 선 좌판 바로 직전에 약간 틈이 보이는거라.
저기서 차 돌리면 되겠다 싶어서 쭉 직진했더니
이번엔 아저씨..라기엔 좀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온 몸으로 막으시는거라.
차를 돌려야겠다니 그제서야 앞뒤 봐주시며 차 돌리는데 도움을...

그러면서 잠깐 봤다.
오랜만에 본 시장 장터의 모습.

명절이 되면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고속도로 내지는 국도를 뚫고
17시간씩 달려(달려?)서 시골 할아버지댁에 갔다.
좀 일찍 도착하면 할머니를 따라 정읍시장(정확한 이름은 모르겠음)에 나갔다.
나야 아빠가 차로 편히 데려다주니 그렇다 치지만
할머니는 평소에 이 길을 버스를 한참 기다리고 그 버스를 덜컹덜컹 타고
그리고 장을 봐 그 짐을 이고지고
다시 버스를 기다리고 그 버스를 타고 동네 입구에서 내려
또 한참을 그 짐을 이고지고 집까지 가지고 오시는거라 했다.

할머니와 함께 이곳저곳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구경하던 시장 장터.
여기저기 피어오르는 음식들의 김이며
자질구레한 일상용품들,
싱싱한 야채들과 과일들, 그리고 말을 걸어오는 장사치들과 이웃들...
그 번잡하고도 따스했던 공간.

여기, 경산 시장에서도 그렇게 공간의 차이 따위는 없이
똑같은 모양에, 똑같은 소리에, 비슷한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 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신 지 10년이 되었고
할머니따라 종종 거리며 쫓아다니던 계집애 말고
뒤에 애 태우고 식은땀 흘리며 차 빼던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전라북도 정읍이 아닌 경상북도 경산이고..



삼촌 군화를 신고. 지금 동우와 동휘 중간만할 때가 아닐까 추측.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