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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09 실버등급으로 등업 10
생각거리2011. 9. 9. 00:10
나는 책을 좋아한다.

미국 가기 전까지는 책을 사는 것도 좋아했다.
책장 가득 책을 넣어두고 흐뭇하게 바라보는 것도 좋았고,
그걸 하나하나 읽어내려가는 재미도 좋았다.
책에서 나는 냄새도 좋았고,
책 표지 안쪽에 이 책을 고른 소감을 살짝 적어두는 것도,
그걸 나중에 읽어보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앞이 명확하지 않은 유학생활 중,
더구나 책값이 비싼(서점에서 정가로 구매시) 미국에서
내가 원하는 책(대부분 소설책)을 산다는 것은 사치 중 사치였다.
하지만 미국에는 어느 동네를 가도 도서관이 있었다.
아무리 작은 도서관이라도 잘 정돈된 책들과 갖가지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오죽하면 귀국해서 가장 아쉬운 것이 도서관일까...

귀국을 하면서 남편이 직장을 잡고, 나도 파트타임으로나마 돈을 벌었지만
여전히 내 책을 사는 것은 사치였다.
사고 싶은 책이 있으면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몇 달을 고민했다.
이걸 살 것인가, 좀 더 기다려 도서관에 나오면 가 빌려다 볼 것인가를.

그렇게 2년이 흘렀다.

급작스럽게 남편이 정규직을 잡았고 이사를 했으며 나는 전업주부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책을 사는 것은 사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간 내가 사고 싶었던 혹은 갑자기 내가 사고 싶었던 책들을 장바구니에 넣어
9월이 시작되길 기다렸다가 보란듯이 질렀다.
무려 세 권을.



이 책들이 더 의미가 있는 이유는
내가 아는 사람들이 쓴 책들이라는 것,
내가 7년 만에 내가 내키는대로 주문한 책들이라는 것,
지난 7년 동안 어쨌든 나도 수고했다고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것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실버 멤버로 등업이 되었다.

지난 3개월 동안 책값으로 10만원 이상을 쓴 댓가라고 한다.
뭐, 그 중 50%는 내가 가르치던 아이들 교재이긴 했지만서두.. ^^;;;
(한마디로 다시 돌려받았다는 이야기)

솔직히 이 등급을 유지할 자신은 없다.
아마도 나는 이번 달의 통큰 소비를 끝으로
또다시 도서관에 열심히 드나들 것이기 때문에.

그래도 기분이 좋은 건 좋은거다.
새 책을 쌓아놓고 보고 있자니 마음이 뿌듯해지면서 배가 부른 느낌이 다 들었다.

나란 뇨자,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는 뇨자~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