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 세월이 흐를수록 이놈의 육아는 답이 없냐'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9.02 선행학습 22
생각거리2010. 9. 2. 00:24
일단, 자식 두고 자신하는건 아니라 했다.
내 마음이 언제 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른다.
대체로 초등학교 학부형이 되면 너도 달라질거라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내 심정을 이야기 하고 싶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나와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싶다.
바뀌지 않을 자신은 없다.
다만.. 내가 틀린 것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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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학습지 교사의 방문이 있었다.
사실 아니라고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지나가면서 동휘가 관심을 보였고(이누무 자슥은 잘 하지도 않으면서
각종 학습지에 관심이 너무나 많다)
나도 처음 학습지에 좀 데인 감이 있어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싶다는 욕구가
(그렇다고 꼭 시킬 것도 아니면서) 생기는 바람에 주소와 연락처를 주고 말았다.

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본론으로 들어가 그 학습지의 장점과
프로그램에 대한 장황한 소개가 있었다.

나도 얼핏 들어서 초등 교과 과정에 국사가 들어간다는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관점에서 쓰여졌는지, 어떻게 쓰여졌는지는 차치하더라도
한국 사람이 한국사에 대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당연하다 생각한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 지금부터 차근차근 국사를 익혀야 한단다.
그리고 그 학습지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국사 프로그램(과학과 지리도 함께 있는)은
학습을 통해서가 아닌 재밌는 노래와 그림으로 지식을 넣어주는거라 했다.
오~ 설명 들은대로라면 꽤나 재밌게 공부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이렇게 지식이 들어가 있어야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그럼 이건 왜 그럴까요?"라고 물었을 때 대답할 수 있다는데..

음..
왜 그럴까요라는 교과서 질문을 위해 그 답까지 다 미리 알려준다면
그럼 아이가 생각할 시간은 어디있나요?라는 질문을 하고 말았다.

학습지 교사의 이야기는
생각도 지식이 밑바탕이 되어 있어야 가능한 것이고
아이가 질문을 받는 시점에는 이미 생각할 시간도 없이
이미 배운 아이들이 손 들고 이야기 할 것이므로
우리애는 생각할 시간도 없거니와 자신감도 잃어버린다,
그러므로 미리 배워둬야 한다는게 요지.

결국 지금 미리 배워두지 않으면 들러리나 하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물론 학습지 교사의 말도 일리는 있다.
그렇지만 아, 나는 설령 그게 현실이라 하더라도
생각 한 번 할 시간없이 그냥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지식이 싫다.
내 자식이 그렇게 기계처럼 지식을 받아들이는게 싫다.

그렇게 빨리, 남보다 앞서가면 그 끝엔 뭐가 있는걸까?
단지 지금 당장에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지식이 조금 모자르다고
기죽고 자존심 상해하는걸 막기 위해
마구마구 지식을 쑤셔넣는게, 설령 놀이라 할지라도
과연 합리적인 행위일까?

한편으로는 유난히 자존심 강한 내 아이가
엄마가 미리미리 시켜주지 않았다고 원망을 할지도 모르겠다.
내 아이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지식을 머리 속에 넣고
그걸 다른 아이들 앞에서 뽐내고 그걸 바탕으로 자신감을 얻어
더 공부를 하고자 할 수도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녀석은 과연 뭐가 될까?

아직 이런 이야기를 아이와 하기엔 좀 벅찬 감이 있다(많다).
그래서 결정은 나와 아이 아빠가 하게 되겠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부분에는 이견이 없다.

요즘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보면서 느끼는게 많다.
4학년 쯤 되니까 지쳐서 집중도 잘 못하는 날이 많다.
조금만 생각을 해야하면 지례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특히 이 부분, 생각해서 답을 도출해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답을 빨리 찾을 수 있는지, 내지는 답만 알고자 하는 아이들을 보면 맥이 빠진다.
내 아이는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역시나, 이것 또한 아이와는 상관없는 내 욕심일 수도 있다).

딱 반걸음만 아이보다 앞서서 이끌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아이가 원하는걸 제 때 알아차려서 부족해하는 부분을 충족시켜줄 수 있음 좋겠다.
능력도 안되는 애를 무조건 진도만 나가게끔 밀어붙이는게,
생각할 시간도 없이 무조건 지식만 밀어넣는것이
당장 아이에겐 도움이 될 지 몰라도 먼 미래를 생각하면
과연 그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