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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19 멀티태스킹 20
생각거리2009. 4. 19. 13:06

한 때 나는 멀티태스킹의 귀재라고 자체 판단했었다.


동우: 에이.. 엄마, 진짜?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애를 낳아서인지, 아니면 내가 착각을 했었는지..
멀티태스킹이 절대 안된다.

어떤 사람이 둘째 젖 먹이면서 큰애 책을 읽어줬다길래 나도 노력은 해봤다.
개뿔! 넘 어려운거다.


동휘: 엄마, 동휘 혼자서도 책 잘 읽어요.. @ Barnes & Noble, Amherst, NY

일단, 책을 읽으려면 동휘가 책장을 잘 넘겨야 하는데 이건 훈련으로 가능하다
("엄마가 딴딴 소리를 내면 넘겨야해"라고 몇 번 하면 잘 하니까).
그런데 글자를 읽기 위해 고개를 고정시켜야 하는데, 이러고 두꺼운 책이라도 읽을라치면
내지는 책 몇 권 읽을라치면 목과 어깨가 아프다.

동휘: duh~ 나 혼자서도 잘 한다니깐!

더구나 책읽기에 집중하다보면(오버해서 목소리 각각 다르게 내고 등등)
젖 먹고 있던 동우가 신경질을 내며 울음을 터뜨린다거나
물고 있던 젖을 놔버리는 사태가 발생. -_-

아.. 그래서 "애 둘 키우는 모범적인 엄마"의 모습은 버렸다.

동휘: 에이, 엄마가 언제는 모범적이었수? 내가 엄마를 아는데...!!!

이런 고급 내공이 아니더라도, 동휘 말을 들어주며 동우 젖 먹이는게 너무 힘들다.
일전에 동휘-동우와 비슷한 나이차이로 아기를 낳은 후배가
큰애가 말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고 언급을 했었는데
그 때는 도통 이해가 안됐었다(동휘 말하는거에 기뻐할 때였으므로).
그런데 요즘은 정말, 엄마로서는 해서는 안되는 생각이긴 하지만
누가 쟤 좀 데리고 나가서 놀아주거나 입에 청테이프라도 붙였으면 하는 심정. ㅠㅠ

동우: 우하하~~ 형아한테 일른다!

듣기만 하면 화내는 동휘이기 때문에 적당한 리액션이 필요하나
애 젖 먹이면서 그러기엔 아직 내 내공이 부족하다.

아니, 이런 중급 내공이 아니더라도, TV 보면서 동우 젖 먹이다보면
어느새 동우는 젖에서 입을 떼고 날 보고 방끗 웃고 있거나
입에서 떨어졌다고 울거나 내 젖을 깨물며 분노를 표시한다.

이런 것 뿐만 아니라,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누가(남편이나 동휘지, 뭐) 말을 걸면
제 때 대답을 못해주고 덕분에 상대방의 분노를 한몸에 받게 된다.

이런 내가 도대체 어떻게, 뭘, 멀티태스킹을 했고, 한다는걸까?!!!!!
혹자는, 인간은 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다고 단언도 하던데, 차라리 그 말이 사실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요즘 세정이는 큰애만 보거나, 둘째만 보거나, 살림만 하거나, 잠만 자거나..
뭐든 하나만 한다. 그것도 잘 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무섭지?!


p.s. 드디어 머리카락이 마구 빠지기 시작한다. 뭐, 아직 피크는 아니다. 동우 백일 쯤 되면 난리가 나겠지?
제일 속상할 때가 아기 입에 내 긴 머리카락이 들어있을 때와, 머리 감을 때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그래서 내가 가위를 들고 맘껏(?) 잘라버렸다. 30대 중반에 포니테일이 왠말이냣!


그런데.. ㅠㅠ
양쪽 머리길이가 좀 다를 뿐더러 결정적으로 묶기도 애매하고(옆으로 잔뜩 삐져나옴) 안 묶기도 애매한 길이가 됐다.
초보 미용사의 흔한 실수랄까? 아.. 나도 좀 귀여우면서도 우아하면서도 관리 잘 되는 헤어스타일을 갖고 싶다.
과연 언제쯤이나 가능할라나? 가능은 할라나?

그리고 안경, 제발 안경에서 좀 벗어났으면 좋겠다.
머리를 묶으면 양쪽 귀 옆으로 잔머리들이 원을 그리며 삐져나온다.
정말 촌스럽다. 거기다 돗수가 높아서 글찮아도 작은 눈이 더 작아보이며 튀어나온 눈이 더 튀어나와 보인다.
예쁜건 이제 기대도 안한다. 허나.. 나도 외모에 대해 꿈이란 건 가지고 있다. 슬프다.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