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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21 엄마는 신이 아니다 - 엄마가 뿔났다 12
문화생활2008. 7. 21. 11:52

요즘 즐겨보고 있는 드라마가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가 주말연속극인 <엄마가 뿔났다>다.

어릴 때야 김수현씨가 쓴 드라마를 좋아했다만
커갈수록 그 뭐시랄까, 가치관의 충돌이랄까, 하는 것 때문에 영 꺼림직해서 안 보던 바,
이번 건 처음 시작을 한고로 그냥 쭉 보는데 대략 재밌다.

왓쏘에버, 한자라는 환갑 넘은 엄마가 있다.
위로는 시아버지를 몇 십년째 모시고 있고, 나를 사랑해주지만 착해빠지기만 한 남편이 있다.
딸 둘에 아들 하나, 다들 시집장가가서 더 이상 신경 쓸 일이 없..냐하면 다들 골치덩어리.
거기에 같은 공간 다른 지붕에 친구라지만 시누이인 이석이가 살고 있다.

야.. 배경만 들어도 골치가 스슥.

내가 사고픈 거 하나 제대로 못 사보고, 내가 먹고픈 거 하나 제대로 못 먹고 매일 삼시세끼 걱정하며
그저 시아버지 봉양하고, 남편 챙기고, 자식들 거두고.. 그렇게 환갑이 지났다.
그런데 시아버지는 연애를 시작하시고 (뒤늦게 새어머니가 들어올 확률도 있다 - 한자입장이라면 생각할만함),
지 잘난 맛에 사는 큰딸은 애가져 입덧을 하는데다가 전처 자식까지 봐달라고 전화질하는데다가
애 보는 앞에서 도우미아줌마 취급까지 하고,
며느리는 돌도 안된 아기를 키우면서 둘째를 임신을 했으니 또 할 일이 눈 앞에 환히 보이고,
작은 딸은 시어머니 시집살이에 친정에 와서 눈물을 펑펑 흘려대질않나,
거기다 50년 우정의 친구는 가끔씩 시누이임을 확인시켜주고..

그러니 1년 휴가, 나만의 시간, 다 잊고 떠나기, 안 외치고 싶냐 말이다. -_-

엄마가 그런게 어딨냐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사는데 왜 유별떠냐고?
그냥 사시던대로 그대로 살라고?
자식이라는 것들 키워봐야 이런 식으로밖에 말 못하면 정말 싫을 것 같다.
제 3자인 내가 봐도 정 떨어지는데 엄마는 오죽하랴.

나는 김수현씨가 사회에 팽배해있는 "엄마(내지는 모성) 신화"를 건드려보고자 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라는 존재, 엄마라는 음절로도 맘이 따뜻해지고 든든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애 키워보니까 알겠더라. 엄마가 행복하지 않으면 절대 애가 행복할 수 없다는 걸.
엄마가 힘들고 맘이 아프고 불행한데 자식들이 다 뭔 상관이랴!

그래서 나는 한자가 한숨을 쉴 때마다, 가족들이 이해해주지 못할 때마다 덩달아 한숨이 나던데
어디 뉴스를 보니까 시청자들이 공감을 못한다고 써 있어서 순간 확!
이봐이봐!! 엄마는 신이 아니라고. 엄마도 인간이라고!!

이런 나도, 올해 엄마 생신을 까먹었으며 (알고 있었는데 어케 그 날을 딱 까먹었다. 엄마, 너무 미안해),
엄마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엄마 브라 사이즈가 뭔지도 모른다 (얼마전에 뭐시기
유명하다는 브라 핫딜이 올라왔는데 엄마 사이즈를 몰라 패스). 남 탓할 거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

여튼, 그래서 나는, 한자가 원룸 계약하고 짐 다 싸들고 봉고타고 가면서
창 밖으로 손을 내밀고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웃을 때 덩달아 웃었다.
앞으로 그녀의 1년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모르겠지만
그 용기와 그 추진력에 박수를 보낸다.

화이팅, 세상의 모든 엄마들!!
(뭐, 그렇다고 엄마들 다 독립하시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