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테이션'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2.25 유치원 오리엔테이션에 다녀오다 16
동동브로2011. 2. 25. 01:38

나는 유치원을 나오지 못했다.
 
내 동생들은, 둘째는 당시 서울에서 제일 좋다는 유치원을 나왔고
막내는 우리동네에서 제일 좋다는 유치원을 나왔는데
나는.. 당시 내가 살던 동네에서 제일 좋다는 유치원에 힘들게 당첨됐는데
이사하는 바람에 말짱 꽝.
무리해 이사하시는 바람에 돈이 없어 유치원에 못 갔다는 짠내나는 이야기를
나중에 엄마한테 들었다.
우리 남편도 그 도시에서 제일 좋다는 유치원을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큰애 유치원, 이 도시에서 제일 좋다는 유치원 중 하나(라고 믿어보자) 보낸다.
엄마의 설움(???) 더하기 아빠의 전통.. 해서. ㅋㅋㅋ

사실 귀국하면서 유치원은 염두에 두지 못했었다.
너무나 비쌀거라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물론 유치원 비싸다.
하지만 그건 맞벌이 부부에게나 통하는 이야기이고
내지는 놀이학교나 영어 유치원 등등 보낼 때나 통하는 이야기고
정부 지원을 받게 되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더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나. -_-
진작 알았으면 애초에 5살은 그냥 집에서 데리고 있고
6세부터 유치원 보낼 걸 그랬다라는 후회가 들지만
뭐, 지나간 시간을 돌릴 수 있길 하겠어 어쩌겠어..
뭐든 완벽히 좋은 것도, 완벽히 나쁜 것도 없다고 믿는다.

아, 또 사설이 길어..

오리엔테이션에 갔다.
시간이 오후에, 그것도 수업있는 시간에 잡혀서
억지로 시간 조정해서 낮잠자는 둘째까지 깨워가며 갔는데
세상세상.. 유치원 및 프로그램 소개만 2시간이나.. ㅠㅠ
특히, 5세, 6세, 7세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소개나 영어수업 소개는
차라리 그냥 교실에서 반별 내지는 연령별로 하는게 낫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

그 긴 시간동안 동휘는 친구들과 나가서 놀았으나
우리 둘째는 엄마 옆에서 참 잘도 버텨줬다.
울지도 않고, 짜증도 안내고, 중간 중간 밥도 먹어가며..
이러니 내가 안 반해? ㅋㅋ

선생님들과 인사도 하고, 교실에도 들어가보고,
같은 반 아이들 엄마들도 좀 보고..
무엇보다 병설이 아니고 사립 유치원이라, 그것도 우리 동네가 아니라
나중에 학교 들어가서 좀 낯설지 않을까 했는데
(뭐, 병설이 턱없이 부족한 터라 사립 유치원 출신들은 다 마찬가지겠으나)
다행히 동네 별로 반편성을 해서 유치원 수업 끝나고도 같이 놀 수 있겠다 싶다.

수업시간도 참 좋은게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다
(반별로 1코스와 2코스로 나뉘는데 1코스 시간이 그렇고 2코스는 10시부터 3시).
애  끝나는 시간이 내 수업시간이랑 맞물려 종일반을 시키기도 하고
학원을 보내기도 했는데 아예 일찍 끝나버리니 너무 좋다
(이참에 시간 떼우기용으로 보낸 미술학원을 그만 보낼까 했는데
동휘가 미술학원 다니는 거 좋다고 하는 바람에, 거기다 다닌 지
3개월 정도밖에 안 돼서 그냥 보내야 할 듯 하다).
버스는 단지 정문에서 8시 38분에 타니 유치원까지 버스 이동시간도 길지 않고.
여러가지로, 이전 어린이집들과 비교해서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웅성웅성 붕 뜬 분위기에서 너무 길게 진행된 오리엔테이션 자체가 좀 불만이긴 했지만
그 긴긴 시간 끝나고 나와보니 아이는 유치원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삽으로 땅을 파내며 신나서 놀고 있었다.
그래서 옷도 다 버리고 신발도 다 버렸지만, 그 모습이 참 좋았다.
무엇보다 새로운 유치원을 좋아하는 것 같아(다음에 또 가서 땅 파야 한다고.. ㅡ.ㅡ) 마음이 놓인다.

둘째는 그냥 집에 데리고 있다가 5세부터 유치원 보낼까 하는 생각도 살포시 해본다.


아마도 이 때 쯤이 유치원 갈 나이였을 것 같은데 (동생이 이 정도 어린 걸 보니..)
봐라, 봐라, 동휘야.. 엄마는 너만할 때 동생 이렇게 안아주고 봐줬다. --++++



p.s. 나는 원에서 공부 많이 시키는거 바라지 않는다. 
유치원까지는 맘껏 뛰놀게 하는걸 오히려 바란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안 시키고 놀리는 곳은 찾기 힘들다.
억지로 그러기도 힘들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가르치려면 좀 제대로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애 한글교육 담당하면서 학부모에게 보내는 메모에 철자가 틀린다거나,
아이들 나이에는 좀 버거울 수 있는 수학을 자연스럽게 대입했는데
거기서 오류를 발견하게끔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이런 나의 바램이 너무 큰 바램은 아니길 바란다.
아, 이건 특정 원이나 선생님을 겨냥하는건 아니란다.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