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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06 대통령 선거, 단상. 14
생각거리2008. 11. 6. 13:05


어제 밤에 띄워논 창에는 오바마와 맥케인이 박빙..이다가 오바마가 이길 듯 했는데
동휘 재우다가 잠들어버려 아침에 일어나 봤더니 오바마, 새 대통령이라고 뜨더라.
예상은 어느 정도 했으나 정말 될 줄은.. 몰랐다. ^^

사실 민주당에서 대통령을 배출하든, 공화당에서 배출하든 나와, 내 나라와 뭔 상관이 있겠냐만
그래도 내심 이번엔 민주당이 잡아야 하지 않겠나 했는데.. 역시..
오바마와 바이든에게 축하를, 이들을 선택한 미국인들에게 박수를~

어릴 때, 아주 엄혹하던 시절이었을거다.
울 아빠는 전라도 출신의 공무원이었고, 아마도 엄마랑 이야기를 하다가 지지후보 얘기도 하셨나부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이웃에 날 예뻐하시던 아저씨한테
"우리 아빠는 누구누구를 뽑는다는데 아저씨는 누굴 뽑으실거여요?"
라고 물었다고 한다(사실 그런 세세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 아저씨가 아빠한테 입 단속시키라고..
여튼 그것 때문에 아빠한테 혼났었나? 역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세월 참 엄하다는 기억밖에.. ^^;;

오늘, 베이비시터하러 갔는데 그 집 1학년짜리 꼬마가 내게 물었다.
"아줌마, 아줌마는 오바마 찍었어, 맥케인 찍었어?"
"음.. 아줌마는 투표권이 없어서 별로 관심이 없어. 그러는 xx이는 누가 됐으면 했어?"
"나는 오바마"
"왜?"
끝내 대답을 안하는 녀석.
"너.. 맥케인은 너무 할아버지라 젊은 사람이 좋았던게지?"
했더니 헤헤 웃으며 그냥 오바마가 좋댄다.

아이의 얼굴이 나의 어린시절과 슬쩍 오버랩되면서, 문득 아빠가 보고싶어졌다(왠 뜬금?).

나랑 친한 홀리 할머니는 공화당 열렬 지지자다.
처음 만났을 때 나에게 "이라크 전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으시길래
"미국이 오버하는거다. 나는 반대다"라고 했다가
"우리 서로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자꾸나"라는 대답을 들었다. ㅋㅋ
부시를 지지하고, 럼스펠트는 할아버지와 대학 동기동창이라며 역시나 좋아하는 홀리 할머니.
힐러리와 오바마가 붙었을 때 힐러리가 너무 나서대서 싫다고 하시던 그녀.
내가 왜 공화당을 지지하느냐 물었더니
"내가 열심히 일해 번 돈을 노력도 안하는 것들에게 주려고 세금을 더 내기 싫다"고 하셨다.
"낙태 반대를 하니까" 라던가 "주님의 뜻이니까" 따위의 이유가 아니라 차라리 고마웠다.

같은 이유로 나는, 한나라당을 지지해서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떡고물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경우, 탓하고 싶은 생각도,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틀리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다른 당은 빨갱이 당이니까" 등 따위의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그들의 모든 정책에 찬성해주는 사람들에게는 화가 난다.

왓쏘에버, 그런 홀리 할머니도 이번 선거를 앞두고 무지 고민하시더군.
맥케인이 너무 좋은데 나이가 너무 많아서 어쩌다 잘못되는 경우, 과연 페일린이 잘 해낼 수 있을까
자신이 없으시단다. 바이든은 너무 마음에 드는데 오바마는 너무 어리고 경험이 없다는게 걸린단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까지 누굴 찍을지 고민해봐야겠다 하셨다.
과연 홀리 할머니는 누굴 찍었을까?

나랑 친한 또 다른 조앤 할머니는 열렬한 민주당 지지자다.
민주당에 표를 던지시겠다 했다. 지금의 미국은 마음에 안 들고, 맥케인이 대통령이 됐을 때 지금의 미국이
계속 될 거니까 싫으시댄다. 다만 오바마를 저 남부 쪽에서도, 아니 심지어 이 지역에서도 받아줄 수 있을지
미지수랜다. 말로는 어쩌고 해도 투표소에 들어가서는 본심이 나오니 얼굴색이 다른 오바마에게 표를 던져줄지
모르겠다 하셨다. 지금쯤, 아니 오늘 하루는 조앤 할머니도 새로운 미국에 대한 기대로 무척 행복하실 것 같다.

집에 와서 이러저러 커뮤니티 사이트들을 돌아보니 사람들이 맥케인의 마지막 연설에 감동을 많이 받았나보다.
나는 아직 찾아보지 못했다. 과연 찾아서 볼까? 잘 모르겠다. 역시나 별로 관심이 없으므로.
패배를 깨끗하게 시인하고, 새 대통령에게 축복을 빌어준 멋진 사람이라고 했다.

아무리 그것이 감동이라도.. 내가 일전에 받았던 감동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쇳소리 섞인 첫마디,
"국민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를 따라갈 수 있을까?
난 김대중씨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따르진 않았지만, 열렬히 지지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김대중씨에게 표를 던졌지만 그 때문이 아니라.. 그냥 TV로 그 장면을 지켜보면서 눈물이 났다.
저 사람은, 지금 저 말은 분명 진심일거야..라는 생각.

여하튼..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앞으로의 레임덕이 걱정이라고 npr에서는 얘기 하더구나.
뭐, 오바마가 대통령이 됐다고 이 빌어먹을 경기가 확 살아난다거나, 이 그지같은 opt, h1 비자 등 외국인의
노동허가 조건이 완화되리라는 기대는 없다.
그래도 앞으로 오바마의 시대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이방인이긴 하지만, 방관인이긴 하지만.. 그래도 슬쩍 기대도 된다.
npr에서 들은 어떤 이의 소감,
"미국 지도 상에 표시되던 빨강, 파랑색의 경계가 이번 선거를 계기로 더욱 허물어지길 기대한다"
에 나도 한 표 던지며..

총총.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