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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27 빨리 먹기 18
생각거리2010. 3. 27. 00:21
빨리 먹는게 안 좋단다.
누가 모르나?
음식을 씹을 때 천천히 몇 십번을 씹어 넘겨야 한단다.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불가능하다.

내가 처음부터 이렇게 빨리 먹은건 아니다.

고등학교 때, 애들은 쉬는 시간에 도시락통 하나를 해치우는데
나는 그 10분이 너무 짧아서 반도 못 먹었다.
대학원 1학기 때, 선배들, 동기들이랑 함께 점심을 먹는데
열심히 퍼먹다보니 다들 고요~히 앉아있는거라.
한 선배가 "우리 돌됐다"하시는데.. 그러고보니 다 먹고 날(&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그랬던 나다.

그런데 큰애가 태어나고 빨리진 속도가 둘째가 태어나고 나니 와우~
내가 먹으면서도 느낀다, 제대로 씹지 않고 막 퍼넣고 있다는 것을.

애들은 무언가에 집중하는 시간이 길지 않다.
거기다 큰애를 버릇을 잘 못 들여 여지껏 먹여줘야 한다.
나도 사람인지라 시간이 되면 배가 고프다.
그러니 내꺼 퍼 넣으면서 애(들) 퍼 먹이면서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원..
그렇게 허겁지겁 먹게되면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가는데다가
문제는 다 먹고 난 후에 갑자기 배가 확 부러면서 기분이 나빠지는거다.
더 안 좋은 경우엔 얹히기도 한다.

나도 우아~하게 느릿느릿 대화도 좀 해가면서 밥 먹고 싶다.
특히 외식을 할 때는 더 그렇다.
밥 다 먹으면 후식도 우아~하게 먹고 싶고,
아니다, 밖에 나갈 때 좀 찍어바르고 예쁘게 입고 나가고 싶다.

하지만 다 사치일 뿐이다.
밖에 나가서 먹는 것만해도 운이 좋은거다.
그나마 남편이 애 하나라도 맡아주는게 난 정말 운이 좋은거다
(그럼그럼~ 요즘 내가 좀 구박을 하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 남편같은 남편이 흔하진 않다.
나도 잘 안다. 내 안목에 박수를 보낸다. 정말이다. 진짜라니깐!).

그럼에도 좀 사람답게 먹고 살고 싶다.
앞으로 2년만 더 지나면 그렇게 될까?
그런 날이 오긴 올까?
그런 날이 오면 뭔가 허전할까?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