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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08 간만에, 우리집 애들이 사는 모습 24
동동브로2011. 3. 8. 02:07
사실 페북엔 간간히 업데잇을 했는데(애들 어록) 블로그엔 소홀했다.
왠지 사진도 좀 올려줘야 할 것 같고, 그러면서도 프라이버시 등을 생각하면 꺼려지기도 하고..
오히려 미국 살 때야 그런 걱정 안 했는데(페북이 걱정이라면 걱정), 한국에 살게 되니 소심증이.. 쩝.

여튼, 그래도 좀 정리를 해보자.

1. 유치원에 간 장남

2월 말부터 일주일을 넘게 집에 있어야 했던 장남.

지난 목요일에 입학식을 하고(내 수업 때문에 입학식에 참석은 하지 못했다)
금요일에 아이들 적응을 위해 오전수업만 한다는데
버스 타는 시간 1시간 전부터 빨리 나가자고 성화에 또 성화.
유치원에 다녀와서도 밝게 웃으며 "엄마, 팬케잌도 너무너무 맛있었구요, 비행기 접기도 재밌었어요"
하며 종이 비행기에 소원을 빌고 날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면서 내 소원도 들어줬다.
오후에 선생님께 전화가 왔는데 잘 웃고 말 잘 듣는 동휘가 너무 예쁘시다고.
손 씩씩하게 들고 발표도 했단다.
오늘 뭐가 제일 좋았냐는 질문에 "팬케잌이 참 맛있었어요!"
그럼그럼, 그렇게 신나게 다니렴.

오늘은 집에 와서 "엄마, 아침에 유치원 가는데 버스 안에서 친구가 내 눈을 때렸어요"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장남은 허리 부근이 가려워 긁었는데 옆에 앉은 친구가 그걸 자기를 툭툭 친걸로 오해한 모양.
글찮아도 그 집 엄마랑(같은 곳에서 버스탄다) 이야기 했는데, 애가 재원임에도 반도 바뀌고 친구들도 바뀌어서
재미도 없고 친구도 없고 유치원 가기 싫다고 했다며 속상해했는데 그 아이도 아마 여러가지가 겹친 모양.
다행히 상처도 없고 친구와 오해도 풀고 선생님께 주의도 들었대고 사과도 받았대고...
그래도 놀리는 애도 없고(!!!!) 선생님도 좋고 유치원 좋단다.
공부를 안 해서 너무 좋은데(이 부분에서 울컥했다. 예전엔 "엄마, 내가 얼마나 힘든 줄 아나!"하면서 공부 많이 해서
힘들다고 하소연을 몇 번 했어서. 힘들면 선생님께 얘기하라니까 시키는건 또 해야한다는 주의라-누가 지 어미 자식
아니랄까봐- 그런 말도 못하고 끙끙했었나보다) 또 너무 안하니까 공부하고 싶기도 하고 그렇댄다. ㅋㅋ

여튼, 유치원에 간 장남은 잘 적응하는 중인 듯 해서 안심이다.



2. 청소기에까지 손을 뻗친 장남

설거지, 빨래널기 및 개기, 빨래 한 곳에 모으기에 이어 청소기 돌리기까지 하게 된 우리 장남.
"엄마가 힘들어하니까 내가 엄마를 도울거여요"라는 멋진 멘트도 날리는 우리 장남.
예전부터 청소기 돌리기에 눈독을 들이더니 계속 졸라대길래 "내일 해라"라고 했더니
바로 그 내일에 청소기 돌리겠다고, 엄마가 약속하지 않았냐고 졸졸졸.
그래서 '그래, 돌려봐라~' 하는 법 가르쳐줬다.
거실과 부엌까지 말끔하게 돌리곤(난 청소기 돌리고 난 후에도 뒤돌아서면 머리카락 보이곤 하는데
녀석은 정말 깔끔하게 돌렸다) 청소기 정리는 엄마가 하겠다니 청소기를 건내주며 하는 말,
"아, 힘들어. 엄마, 땀이 많이 나요"

그래, 가사노동도 엄연히 "노동"이란다.
너는 결혼해서 살 때 "돼지"가 되지 말고 아내랑 함께 집을 가꾸기 바란다.



3. 애교대마왕, 차남

지난 주에 토하고 배 아프고(그러니까 장염?) 고생하더니 좀 낫는다 싶으니까 다리와 허벅지에 두드러기.
그 또한 또 낫는다 했더니 코감기에 기침감기까지 와서 고생하는 중.
장남은 코가 나와도 지 손을 대지 않고 엄마를 부르며 닦아주길 기다렸는데
이누마는 콧물이 나옴과 동시에 손으로(소매로?) 쓱쓱.
그래놓고 구석으로 돌진, 가구 위로 돌진..하다보니 온 몸엔 먼지 투성이(보이는 곳만 청소한 나?).
그러다보니 코를 중심으로 양 볼이 거뭇거뭇한거라(끈적한 콧물에 먼지가 붙었다 생각하심 되겠다.
거기에 결은 소매가 훑은 그 결대로 나니 이게 고양이 수염같다 말이지)..
그래서 얼굴을 닦아주며 "아이, 우리 동우 고양이 같아"했더니 나를 쳐다보며 방끗 웃으며 하는 말,

"야옹~ 야옹~"

아, 엄마 녹아내렸다. ㅠㅠ


우리는 이렇게 아옹다옹 살고 있는 중.


아이들 이야기를 떠나서 내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가끔 대상이 불분명하지만 마구마구 화가 치솟을 때가 있다.

그게 하루 왠종일 아픈 아이의 징징거림에 지쳐서일 수도 있고
회사 다닐 때의 쳇바퀴는 저리가라인 집안일 쳇바퀴에 지쳐서일 수도 있고
갑자기 학생 하나가 또 빠져나간 것에 대한, 비록 쏘쿨하게 환불까지 해줬지만,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고(애들 스케쥴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연신 미안하다는데 할 말도 없고,
내 능력도 아니고 그룹 아이들 내부의 갈등이나 학원 스케쥴 조정 등 때문에 아이들이 떨어져나가니
정말 맥빠진다. 진작에 내가 먼저 잘라냈어야 했는데라는 뒤늦은 후회)
누구 잘 나간다는 소리에 겉으로는 축하를 보내며 속으로는 속상한 내 이중성이 싫을수도 있고
둘이 잘 논다고는 하지만 일주일 이상 애 둘을 집에 데리고 있으면서
밥 해먹이고 싸움 중재하고 같이 놀고 공부하고 하면서 몸이 너무 피곤해졌을 수도 있고
아니면 이 모든 것이 복합적인 것일수도 있고..

그래서 화를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고 타인에게 마구마구 폭발시켜버린 후
내지는 폭발시키다가 뒤늦게 자제하고선 그게 분해서 씩씩거리다가
아 정말 드럽고 치사해서 살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까지 들어 화들짝 놀래고
혹시 우울증은 아닐까 근심하는 나날이다.

그래도 날카로운 내 신경을 부드러운 유머로 감싸주는 남편이며
"세상에서 제일 좋은건 엄마"라며 품을 파고드는 장남,
엄마를 몸종 부리듯 부리긴 해도(이누미 아직 세상 무서운 줄 몰라!) 애교로 무마하는 차남이 있어
그 낙에 또 웃으며 하루를 정리한다.

바람 많이 불고 꽃샘추위라는게 또 찾아왔다고는 하지만
볕이 좋으면 다만 30분이라도 밖에 나가기...
광합성을 해야지, 생물이라면.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