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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20 유치원 이야기 24
생각거리2010. 10. 20. 23:38
나 어릴 때는 학교 들어가기 바로 전 해, 1년 다니는게 유치원이었다.

당시 내가 살고 있던 J동.
그 지역에서 제일 좋다는 유치원에 원서를 냈고, 제비뽑기 식으로 신입생 뽑는데 뽑혔다.
그 날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추운 날이었고, 커다란 강당 같은 곳에, 철제로 된 의자(왜 접히는거 있잖아)에 엄마랑 나란히 앉아있었다.
엄마가 "네 이름 부르면 큰소리로 네!하고 대답해야해"라고 하셔서 입속으로 쉴새없이 연습을 했다.
그런데 막상 내 이름이 불리니 얼굴만 빨개져서 대답도 못했더랬었지. ㅋㅋ

하지만 나는 그 유치원을 다닌 기억이 없다(내 기억력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무.서.운" 기억력 이"었"다).
입학식 하기 전에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버린 것.
그리고 나는 유치원이 아닌 동네 미술학원에 다니게 됐다.
지금도 기억 나는게 나랑 내 또래 여자애(이름이 아마도 회선이), 그리고 남자애. 그렇게 셋이 다녔다.

나중에 엄마께 들어보니 입학할 수 있는 시기도 놓쳤지만 무리하게 집 장만하느라(그나마 전세)
돈이 없어서 유치원엘 보낼 수 없었다고 하셨다.
어디선가 "내가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라는 글귀를 보곤
재수뽕!이라며 쳇쳇 거렸던 기억도 난다. ㅋㅋ 그래, 나 유치하다.

나는 그렇게 유치원을 다니지 못했지만,
어디가서 못 배워먹은.. 따위의 소리를 들은 적도 없고,
아빠나 엄마 외엔 멍청하단 소리도 들은 적 없다(엄마, 아빠는 계모, 계부인가?!).
뭐, 까짓 유치원 교육 별 거 아니네?
그래도 내 동생들, 심지어 나보다 두 살이나 많은, 그것도 지방에 살던 남편까지도
그 동네에서 제일 좋다고 유명한 유치원을 나왔는데 나만.. ㅠㅠ

--
뭐, 여튼.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내 아이가 6세가 됐다.
아이를 낳아 만 4년을 채우고 귀국한 우리 앞에 한국상황은 많이도 달라져 있었다
(어쩌면 미국 떠나기 직전까지도 이런 모습이었을지 모르지만 당시엔 난 애도 없었고.. 블라블라).

보통 5-7세, 늦어도 6세부터는 유치원에 보내는게 좋다는 이야기들도 들리고,
원비도 너무 비싸다. 인간적으로 어떤 곳은 대학 등록금보다 비싸기도 한 듯
(이건 기사나 친구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므로 경산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내년에면 7세가 되는 아이를 어린이집을 계속 보낼지 유치원을 보낼지 고민고민을 하다가
주변에서 유치원을 더 추천하는 것도 있고,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에 7세 인원이 채워질지도 불확실해
주변 유치원을 알아보기로 했다.
내가 경산에서 평생 살거라는 보장만 있으면 가까운 대구 시지 쪽도 알아봤을텐데
그럴 확률은 지금으로 봐서는 별로 없기 때문에 일단 경산 위주로.

지금까지 가본 곳은 3군데. 한 군데 더 가볼까도 생각 중인데 귀찮으면 그냥 지금 결정한 곳으로 갈 예정.

A 유치원

장점 - 시설 깔끔/아이들을 배려한 낮고 넓은 계단/환한 실내/유치원 치고 살짝 저렴/아줌마들 사이에서 호평
단점 - 너무 종교적 색체가 강한 느낌(지극히 주관적임)/상담해주신 분이 너무 돈 얘기를(어디에 얼마를 투자했다 등)/
          이름도 생소한 뭐시기 프로그램에 대해서 너무 장황한 설명. 그냥 프로젝트 수업이라하면 되지. -_-
          -> 내가 참 싫어하는 가르치려는 태도

B 유치원

장점 - 아이들의 작품으로 인테리어(조악하지만 의미깊고 따뜻함)/넓은 실내와 야외 놀이터/아줌마들 사이에서 호평
단점 - 실내가 좀 어두운 면이../가격이 좀 쎔(상담해주신 분은 좀 황당하게 낮은 가격을 이야기 하셨는데 아무래도
          애들 보내는 아줌마들 이야기가 맞는 듯)/규율 좋아하는 동휘가 적응 잘 할 수 있을지 의문(너무 자유로운 분위기)/
          친구들 중에 이 유치원 가겠다는 애가 없음

C 유치원

장점 - 이 동네 최고의 럭셔리 유치원/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장치들이 많음(로봇 등)/아기자기하고 예쁜 실내/
         아줌마들 사이에서 호평/시설 좋음
단점 - 전체적으로 조악한 장식(지극히 주관적임) 아이들 위주인지 엄마들에게 보여주기식인지 모르겠음/A 유치원에서
         주장하던 뭐시기 프로그램/영어 구라 드립(내가 거기 출신 애들 둘 영어 가르치고 있거든! --;;)/너무나 팬시.
         저거 꾸미다 애들 돌볼 시간은 있을런지 의문/가격이 좀 쎔

그래서 나는 B 유치원으로 정했는데, 지인이 D 유치원도 강력 추천해서 이번 주 안에 한 번 가볼 예정.
동휘는 오늘 B 유치원과 C 유치원을 직접 가봤는데 B 유치원 나와서는 "엄마, 나 그럼 내일부터 어린이집 버리는거야?"
하더니 C 유치원 갔다 나와서는 "엄마, 나 여기 다닐래!!! 로봇도 있고 슈렉도 있고!" --;; 역시 돈냄새, 기가막히게 맡음.
얘는 이럴 때 보면 내 자식 아니고 내 동생 자식 같.. 쿨럭. ㅋㅋ

그나마 좀 다행인건.. 남편이 나와 의견이 같았다는 것.

--
애 낳기 전, 그리고 낳고 나서 몇 달을 유모차와 카싯을 어떤 것을 사느냐로 고민 좀 했다
(사실 나는 거의 안하고 그냥 남편에게 일임. 타면 유모차고 타면 카싯인것을~).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유모차나 카싯을 고르는 일 따위는 육아에 있어 아주 작은 부분임을 알았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교육기관을 선택하는데 있어 자유롭지 않은 부모는 없을거다.
물론 눈에 확연하게 띄는 좋은 곳(거기다 가격도 저렴하면 대통~)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도토리 키재기"식의 이러저러한 유치원 중에 하나를 고르는건 참 골치아픈 일.
누구 말마따나, 그냥 유치원도 학군으로 짤라서 배정해줬으면 하는 생각까지도 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 유치원을 보내느냐 따위의 고민 역시 육아에 있어 아주 작은 부분이었으면 좋겠다.
어느 유치원을 나왔느냐에 따라 인생이 좌지우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봤자 1년(길겐 3년이지만), 원 자체의 시설이나 분위기보다 선생님이 더 중요할 수 있는거고,
이건 그야말로 복불복이 아니겠는가.

모쪼록 우리(동휘, 남편, 나)가 무슨 선택을 하든 그곳에서 동휘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