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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거리2009. 7. 5. 23:13

이제 몇 일 후면 버펄로를 떠난다.

내게 처음으로 "엄마"라는 타이틀이 붙었던, 내 아이들이 태어나 자란 이 곳,
거리거리마다 낯익은 집들과 표지판들,
한적하면서도 왠만한 있을 건 다 있어서 대도시에 지쳤던 나와 남편에게 참 편했던 곳,
세계적 관광지인 나이아가라 폭포를 동네 폭포로 두고 산책 다닐 수 있었던 곳,
그리고 다정한 사람들..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거다.
참 많이 좋아했고, 그냥 계속 여기서 살고 싶을 만큼 만족스러웠던 곳.
언제 다시올 지 모르겠지만, 좋은 기억을 많이 담게 해줘서 참 고맙기도 하다.

우리 가족은 몇 년이 될 지 모르겠지만 대구-경산 지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한다.
대구는 출장으로 두 번 밖에 가본 적이 없어서 두려운 마음이 더 많다.
거기다 한국에선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어서 뭘 어찌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내 나라인데 아무렴 미국에서보다 적응은 빠르겠지
(미국도 한국이랑 비슷해서 처음에 적응하기 쉬웠다. ㅋㅋㅋ).

사람 사는 곳 어디나 비슷하지만, 미국은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내 맘대로 천천히 살 수 있었는데
한국에서도 과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가능하면 천천히, 즐기면서 살아봐야지.

마지막으로 정리해야 할 일들이 너무너무 많아 하나하나 써내려가다보니 골치가 아프고,
그래서 이런 일이 싫어 미국에 남고 싶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무엇보다 자식들 데리고 긴긴 비행기 여행.. 으.. 넘 끔찍.
그래도 시간은 가겠지.
막상 귀국으로 결정을 내리니 가족들 볼 생각에 한 편 설레는 것도 사실이다.

안녕, 버펄로.
내게 새로운 고향이 되어준 곳.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