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기'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9.04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12
동동브로2009. 9. 4. 13:15
이러저러한 곳에서 이러저러한 글들을 읽다보면
"내" 아이라고 무조건 다 믿어주지도 말고
내 "아이"라고 무조건 다 아니라고 흘려듣지도 말라고 한다.

동휘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난 후
매일매일 집에 오면 동휘에게 묻는다.

"친구들하고 잘 놀았어?" "선생님 말씀 잘 들었어?"
"뭐하고 놀았어?" "밥이랑 반찬도 잘 먹었어?"
"재미있었어?"

동휘의 대답은..
"형아가 때렸어" "친구가 "새로온 친구 때리면 안돼"라고 해줬어"
"안 울었어" "울었어" "선생님이 brother 아니고 친구래"
"친구가 또 때렸어" "큰 친구가 또 때렸어"
"그래서 도위가 가방을 밀었어" "친구가 재밌대"
"선생님이 밥을 버렸어" "친구 밥도 버렸어"
"도위가 더 먹는다고 했는데 선생님이 "안돼!"그랬어"
"밥만 먹었어" "매운 거 싫어" "밥 많이 안 먹어서 배고파"
"학교 가기 싫어" "엄마 보고 싶어"

종합하자면,
동휘를 지속적으로 때리는 덩치 큰 놈이 있는 것 같으며,
주로 맨밥을 먹는데 그나마 시간이 되면 싹 치워주는 것 같고,
이제 학교엔 별 흥미가 없고 엄마랑 함께 있고 싶으며,
집에 왠지 뭔가 더 신나는게 많은 것 같은 기대감도 있는 것 같다.

친구는 어린이집 급습해서 잘 지내고 있는지 봐야 한다는데
난 괜히 갔다가 동휘한테 들켜서 오겠다고 난리난리할까봐 그것도 걱정이고
때리는 애한테 어떻게 하라고 가르쳐야 할 지도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매번 맞고 있을수도 없고, 이러다 덩치 좀 커지면 맞는 거 배워서 또 다른 애 때릴까봐도 걱정이고.

어젠 오후에 수업 마치고 데리러 갔는데
선생님이 그 전날 애들 낮잠 잘 때 혼자 앉아서 "엄마 보고 싶어"라며 대성통곡을 했단다. ㅠㅠ
동휘는 전혀 울었다고 안 했던 날인데.. ㅡ.ㅡ
밥은 김치가 나오면 "매운 거 못 먹어요"라면서 아예 반찬을 안 먹으려고 한단다.
그래서 그럼 김치가 나오는 날은 좀 안 매운 반찬 좀 싸서 보낼까냐고 여쭸더니
그러실 필요까진 없다고.. 사실 매일 김치가 나온댄다.
이러다가 슬슬 먹기 시작하지 않겠냐고 하시는데.. 집에서 물김치라도 먹이거나 김치를 씻겨 먹이기 시작해볼까냐니
그럼 김치를 씻겨서 한 번 먹여보겠다 하신다.

분명 힘드실거다. -_-

나는 일단 기관에 맡겼으면 선생님을 100% 믿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아이에게도 혼선이 없을 것 같다(아주 괴팍하고 이상한 선생만 아니라면).
그런데 남편도, 시어머니도, 친구도.. 자주 들여다보고 동휘 때리는 애는 좀 혼도 내고(울 시엄니) 해야한다고..

쩝. 어렵네.

오늘 아침에도 "엄마 보고싶어" "도위 학교가기 싫어"라며 내 바짓가랑이를 잡고 꼭 매달려 있는걸
버스에 탄 선생님이 떼어서 데리고 타셨는데
(이 어린이집이 마음에 안 드는건 버스가 너무 휭 출발해버리는거다. 애랑 손흔들 시간도 안 주니, 원..
거기다 버스 창에 썬팅이 진하게 돼서 속이 잘 안 보인다. 그런데도 내 자식의 얼어있는 표정이나
우울한 표정은 그대로 내 가슴에 와 박히니.. 차라리 썬팅이 돼 있는게 나은건가?)
그래서 영 맘이 안 좋다.
특히 금요일인 오후는 하루종일 나랑 동우만 집에 있는 날인데..
그냥 금요일은 학교 안 보내고 집에 같이 있으면 안될까 싶다가도
괜히 적응하는데 시간만 더 오래 걸리는건 아닐까 싶어서 그냥 보냈다.

원장 선생님 말씀이, 동휘처럼 늦게서야 이런 반응(학교 가기 싫다, 엄마 보고싶다)이 나타나는 아이들이
오래까지 가슴앓이를 한다는데.. 그래도 이런게 사회생활이니 어쩌겠는가..
오늘 아침에는 급기야 "네가 가고 싶다고 노래노래를 불러서 학교에 간거잖아"라고 신경질까지 냈다.
동휘는 엄마랑 학교에 같이 가서 엄마가 지켜보는 가운데 노는게 좋겠지..? 풋.

여튼, 우리 동휘는 그렇게 아프게 성장하고 있는 중.

--
동우도 엊그제부터 콧물이 질질나서 병원에 갔더니 sudafed를 처방해주더군. -_-
(미국에서는 만 2세 전 아이들에게 감기약은 별 효과도 없고 용량 이상 섭취하면 안 좋다고
감기약을 먹이지 않을 것을 권유한다. 단, 열날 때 해열제 빼고)

약 먹이는게 너무 힘들다.
이유식은 신나서 받아먹는 녀석, 약은 울면서 뱉어낸다.
(반면 동휘는 약 먹고 먹는 뿡뿡이 비타민에 맛들려서 오만상을 찌푸리면서도 잘 받아먹는다)

그래서 오늘 아침엔 안 먹였다.
콧물도 점성이 생겼고(하얀 찐득한 콧물. 어제까지는 수돗물 흐르듯 흘러내렸다),
열도 없고, 기침도 별로 없어서.

감기 때문에 이틀 밤을 거의 잠을 못자더니 어제는 그래도 좀 자줬다.
덕분에 나도 9시부터 뻗어서 아침까지 잘 자고..

--
한국에 오니 동휘는 1개월 째 기침 중이고(의사가 기침이 너무 기니까 이번 주에도 약 먹고 차도가 없으면
싱귤레어인지??? 알러지로 인한 기침에 듣는 약을 써보잖다. 어디서 들어본 듯도 한데 쎈 약인가부다),
용케 동휘의 감기 바이러스를 피해있다 했더니 동우 선수도 감기로 고생 중이다.

그나마 경산은 공기가 좋은 편인데도 이러니.. 쩝.

워째 내 나라에서 적응하기가 더 힘든 것 같다.
하긴.. 난 내 나라에서 애를 낳아 키워본 적이 없으니까.. 쩝.


p.s. 아직도 변압기가 없어서 사진도 못 찍고 올리지도 못한다. 이번 주 안에 어떻게 해결되지 않을까? 홍홍~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