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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07 기억 - 책냄새 23
생각거리2011. 1. 7. 10:00


Lockwood Library, SUNY at Buffalo

나는 책냄새를 참 좋아한다.

한때는 내가 책벌레라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책을 좋아하는건지,
도서관(혹은 책으로 둘러쌓인 아늑하고 따스한)을 좋아하는건지,
책 모으는걸 좋아하는건지,
책냄새를 좋아하는건지 모르겠다.

뭐, 중요한 건 ""이겠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학교 대표로 뽑혀 ㄱㄴ도서관에서 수업도 듣고 책도 맘껏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혹자는 똑똑한 아이들 혹은 글을 잘 쓰는 아이들 위주로 뽑은 줄 알겠지만
사실 나는 가위바위보 위너였다. 끄하하하하~).
비록 집에서 걸어 20분이나 걸리는, 그것도 언덕 위를 올라야 하는 곳이었지만
(겨울 빙판을 생각해보시라)
아침부터 오후까지 꼼짝없이 도서관에 박혀서 책 읽고 글 쓰고 수업받고 해야했지만
너무나 행복했던 기억...

20대 후반이 되어서 가봤더니 도서관은 간데없고 독서실이 들어섰.. 슬펐다.

외로웠던 사춘기 때.
말도 안 통하고 친구도 없던 그 때 내게 위안이 돼 줬던 곳은 학교 도서관이었다.
한국어 책은 없었지만 책은 책이지 않은가!
일단 책냄새부터 마음에 안정을 주었고
도서관 분위기야 만국 공통이니까...
나중에 친구들이 생기고 말도 통했어도 나의 도서관 사랑은 계속 됐다.

큰애를 가졌을 때도 내가 버펄로에서 제일 많이 갔던 곳은 동네 도서관이었다.
코끝이 시릴 정도로 추울 때면 넓은 창(한쪽 벽은 아예 창)에
다닥다닥 붙어있던 앙증맞은 크리스마스 장식이며
쌓여있는 하얀 눈이며
꽉꽉 들어찬 책들이며 거기서 풍기는 책냄새며
그리고 한쪽 구석에 마련된 작은 방에서 홀리 할머니와 수다 떨던 기억이며
큰 홀에서 큰애 13개월 때부터 만 3세까지(만 3세 이후부터는 애 혼자 들어가서)
거의 매 주 미스 루시와 함께 한 스토리타임까지...
한가하지만 심심했던 외국 생활에 활력이 되어 준 장소였다.

아침에 청소하러 공부방(방 하나를 아이들 과외하는 방으로 쓰고 있는데
그래서 책은 그 방에 90% 이상있다)에 들어갔는데
문을 꼭 닫아놔서인지 책냄새가 확~ 나는 것이
문득 마음이 따뜻해져서.. 이거 기록으로 꼭 남기고 싶었다.

아, 장남이 이제 자기 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미안..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네 방으로 내줄 방이 없네. .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