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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8 청소가 싫어 28
생각거리2009. 10. 18. 17:05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집안일이 있다면 그건 청소다.
사실 요리도 싫어하는데 청소보단 낫다.
청소를 하기 싫은 이유는.. 꼼꼼히 한다고 해도 돌아서면 그만그만, 한마디로 끝이 없기 때문이다.
잠깐의 행복을 위해 오랜 시간을 공들여야 하는데 효과도 몇 일 못 간다면.. 생산성 마이너스의 일이로다. -_-

어지르지 않으면 된다고?
글쎄.. 나는 어떻게 노력하면 되겠지만 말귀 안 통하는 두 꼬마는 어쩌지?
그리고 그들이 어지르는 실력은 나와 남편을 능가하는걸.

왓쏘에버, 그래서 그냥 있는 그대로 살아왔다.
먼지 구덩이에서 애(들)가 뒹굴지언정 엄마의 사랑이면 충분하다 생각했다.
실지로 동휘는 돌-두돌 무렵을 제외하곤 감기에도 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집에서 과외를 하다보니 참 힘들다.

일주일에 4일을 사람들이 드나들다보니 매일매일 청소를 해야한다
(매일매일 청소를 하는 사람들은 그냥 패스하길. 내 화를 돋구지 말길 바란다. ㅋㅋ).
거기다 애 낳고 7개월. 한창 머리카락 빠질 때다.
청소기 돌리고 돌아서면 머리카락이 또 수북하다.
거기다 하루라도 건너 뛰자면 먼지가 수북하다. ㅠㅠ
너무너무 스트레스 받는다.

거기다 내가 청소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아침 10시에서 12시 사이.
애가 잠든 사이이다.
그런데 이 시간엔 청소 뿐 아니라 애 이유식도 만들어야 하고(미리 만들어놨다가 얼리라고 하지 마라.
아이에 따라서는 냉동고 냄새를 싫어하는 애도 있다. 거기다 전자렌지도 없어서 어짜피 손이 간다),
오늘 할 거 한 번 더 들여다봐야 하고
(전날 하라고 딴지 걸지 마라. 전날 준비했어도 수업 전에 한 번 더 봐야하는건 선생의 도리다),
나 밥도 먹어야 하고, 거기다 나도 씻어야 하고, 설겆이도 해야하고(식기세척기 돌리라는 이야기는 말라.
일단 세제도 없고 식기세척기라고 코딱지만해서 수납공간 외의 의미는 없구나), 
빨래 돌리고 걷고 개서 집어넣기도 해야한다.
가끔 동우가 잠 안자고 버틸 때는 울고 싶다.

그런데 그렇게 겨우겨우 살아가는데 지나가는 말로라도(는 아니겠지만) "선생님, 청소 좀 하세요"라던가,
우리집에 와서 먹을 거 먹고 분리수거 안하고 가거나(분리수거 하는 줄 몰랐다고 하면 할 말은 없다.
나만의 방식이 있으니까), 애들 놀고 난 장난감도 안 치우고 가면(그나마 내가 통제할 수 있는 3학년 애들은
동휘, 동우(!) 장난감 갖고 놀더라도 치우게 한 후 수업에 들어가면 된다. 하지만 그 이후의 상황은
(계속 수업 중이니까) 내가 통제 불가다).. 정말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나 싶게 스트레스 받는다.

거기다 집은 어찌나 큰지(가구가 없어서 더 넓다).. 땀을 찔찔 흘리며 청소를 해도 별 흔적도 없거니와
그 짧은 시간에 집안 전체는 못하고 매일매일 조금씩 나눠서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더 표가 안 나는걸까?

오늘은 일요일 오후.
내일부터 있을 수업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게 아니라
난장이 된 집을 어떻게 치워야 하나 하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자리를 비운 남편 덕에 이번 주말은 쉬지도 못했다
(동휘는 무섭다고 내 주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동우는 한창 낯가리기 시작해서 내 곁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거기다 다음 주에는 목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출장간다. 정말 도망치고 싶다.

그럼.. 지금 이 글 쓰지 말고 청소하라고?
하하하~ 동휘는 디비디 보고, 동우는 지 아빠랑 자고 있는 이 시간..
나도 좀 쉬고 싶다. 거기다 6시에 저녁 약속 있어서 준비하고 나가야 한다.

이놈의 청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남편에게 이야기 했더니 도우미 아줌마 부르자고 한다.
도움이 안된다. ㅠㅠ

사람들은 대체로 한국에 몇 주밖에 안 와 있는 동안에 맛집 찾아다니고 피부관리하고 미장원 다니고 하더만
나는 한국에 온 지 3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맛집, 피부관리는 고사하고 미국에서와 같은 포니테일을 고수하고 있다.
거기다 머리는 정말 숭숭빠진다. 아까 미장원에 가서 머리라도 자르려고 했는데 코피 쏟은 동휘 때문에 빨래 돌리고
빨래 걷고 개고 정리하다보니 동우가 깼다. 동우 먹이고 씻기고 하다보니 일요일이 다 간다.

어쩌면 내 문제는 청소의 문제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나는 행복하지 않다는거다.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