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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28 반성문 20
동동브로2010. 12. 28. 17:48

언제나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가 문제다.

월요일이 제일 바쁜 나는, 어제도 열라(불순한 단어 미안하지만
내 마음을 정확히 표현해주는 단어라 어쩔 수 없다) 열심히 청소하고 있었다.
2시간 여에 걸쳐 청소를 다 마치고 애들을 데리고 눈길을 뚫고
먹거리를 챙겨 와 점심을 먹이는데(그 중 하나가 김밥)
차남이 먹다가 뱉고, 먹다가 뱉고를 반복하는거다.

엄마가 다른 거 줄테니까 먹지 말라고 해도 "김빠" "김빠"하면서 꾸역꾸역 먹더니
결국 2-3개를 한꺼번에 토하듯 뱉어내고 말았다.
그리곤 그걸 다다다 밟고 다른 곳으로 도망가버리는데
쫓아다니면서 닦아내다가 그 모습을 보니 어찌나 화가 나던지
나도 모르게 화를 벌컥 냈는데 녀석이 실실 웃는거라..

안다.
아이들이 혼나고 웃을 때는 주로 무안해서라는걸.
그럼에도 화가 머리 끝까지 나는걸(거기다 몸도 피곤했다) 참지 못하고
결국 팔을 있는 힘껏 때려줬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아 등짝도 한 대 쳤다.

그제서야 대성통곡을 하는데 울어도 엄마가 눈길 한 번 안 주니까
30초도 안 돼 새초롬하게 앉더니 쿨하게 토마스 기차 들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 광경을 다 지켜보고 있던 장남, 분위기에 얼어서 역시나 아무 말 않고
뒤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10초도 안 돼 후회할 짓을 했다.
이런 분풀이를 안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요 몇 일 툭툭 치고 소리 좀 질러대더니 급기야 이런 폭력까지..

김밥이 너무 커서 넘기지 못해 뱉어낸걸로 엄마한테 맞기까지 했으니
아무리 어리지만 얼마나 속상했을까..
그리고 맞았다고 우는데 냉랭하게 눈길도 안 주니 얼마나 서운했을까..
잘 먹고 있던 장남은 또 무슨 죄인가..
나만 좀 참았으면 됐는데 왜 내 안의 악마는 가끔씩 이렇게 튀어나오는걸까..

미안하다.
황당하게 맞은 차남에게도, 괜시리 엄한 분위기에 놓여버린 장남에게도.

그래서 더 잘하겠다는 의미로,
남편도 엠티(나이 마흔 다 되어서도 엠티다니는 우리 청춘 동방생)가서 없음에도
피자 나부랭이 시키지 않고 된장국 끓여서 먹였다.
아침에도 빵에 우유 먹이고 밥 먹이고 간식 꼬박꼬박 먹이고 점심은 또 다른 메뉴로 줬다
(이것만으로도 지금 기진맥진.. ㅡ.ㅡ).

오늘 오후에는 차남이 무려 한국 도자기 그릇(그것도 장남 밥그릇!)을 바닥에 떨어뜨려 깨뜨렸지만
온갖 화를 꾸욱 참고 몇 번 궁시렁거리기만 하고 청소하고 상황정리했다.
그 와중에도 어제의 여파가 때문인지 상황 자체에 잔뜩 얼은 장남과 차남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아홉번 잘해도 한 번 잘 못하면 내가 패자(?)가 된다.
이런 일이 없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나는 언제나 승자여야 하고 옳아야 하고 천재여야 하거든(믿거나 말거나).



뱀말:
동생이랑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어릴 때 엄마가 너무 무서웠는데 막상 엄마한테 맞은 기억은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제 엄마랑 통화하면서 그 얘기를 하니까 엄마 말씀이
"기억에 남게 한 번 딱 잡으면(때리면) 그 다음부터는 때릴 필요가 없다"
"자꾸 때려봐야 효과도 없고.." -> 한마디로 맷집이 생긴다는 이야기.
"그러니 애들 때리지 말고 키워라"

네.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