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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06 엑스레이를 찍은 동휘 8
동동브로2007. 10. 6. 10:40

아빠한테 한참 혼나고 난 동휘가 왼쪽 팔 부근을 전혀 못 쓰며 아프다고 울기 시작한 게 엊그제 저녁.

어릴 때, 엄마나 아빠께 심각하게 혼나고 나면 으례 발이 안 펴지네, 어디가 너무 아프네 하던
막내동생이 있었던지라 처음엔 심리적 요인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밤에 자면서도 몇 번을 깨어 왼손을 가리키며 "아퍼.. 엄마 아퍼.."하는 녀석을 보니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평소에도 곧잘 어디 아프다고 다가오면 엄마가 "호~" 또는 "쉐~~"하며
입김을 불어넣어주기만 하면 되었는데,
아무리 "호~"를 해줘도 아프다고 울기만 하니
엄청난 무력감과 함께, 왜 나는 의대에 가질 않았을까 하는 후회까지 밀려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 보니 왼손 엄지손가락 바닥쪽이 꽤 부어있는 것을 발견.
여전히 아이는 아픔을 호소하고, 심지어 왼팔을 조금도 들어올리지도 못했다.

겁이 버럭나서 소아과에 연락을 하고, 동휘아빠는 부랴부랴 학교에 다녀오고..
오전 10시 45분에 도착한 소아과에서부터 30분을 선생을 기다려 만나고,
엑스레이를 찍어야겠다는 말에 또 차를 몰아 엑스레이 찍는 병원에 가서
환자 등록부터 시작해서 보호자 싸인까지 갖가지 서류작업을 마친 후
약 1시간 동안 엑스레이만 네 번을 찍어야 했다.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얻고, 다시 소아과에 갔다.
무엇을 어떻게 해줘야 할 지 모르는 상태인지라 갔는데,
엑스레이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도 의사는 (아침 의사와 다른 의사)
여전히 팔꿈치 부근의 탈골만 의심하는 듯 했다.
엑스레이 테크니션도 알아본 각 손의 붓기를 발견 못했단 말인가?
동휘 왼손바닥을 가리키며 "여기가 부었다"고 아무리 얘기해줘도
"그래.. 손목이 좀 부은 것 같다"라는 어이없는 소리까지..
그러고보니, 동휘 너.. 전체적으로 좀 토실토실해서 부은건지 어쩐건지 잘 모르겠구나. --++

여튼.. 그 의사는 우리에게 이런 처방을 내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무용지물이 된 팔 서포터


























동휘가 왼 팔을 축 늘어뜨리고 움직이지 않고 있었는데,
이걸로 지탱을 해주면 좀 나을거라고..
도대체 뭔 말인지 단어는 다 알아들었으나 해석은 불가.
하지만 이미 점심시간은 훌쩍 넘어 3시가 다 되어 있었고,
아이는 아이대로 지쳐서 "집에 가자" "문(진료실) 열어"만 되뇌이고..
심지어 자기 왼팔과 왼손을 이리저리 눌러본 그 의사를 향해
적개심 가득한 눈빛까지 날리고 있었으니, 었
도저히 여기서 얻을게 없다는 판단을 했다.

어찌되었든 의사는 존중한다는 표시로 잠깐 저걸 동휘 팔에 끼어 어깨에 둘러주었는데
녀석이 울고 불고 또 난리.. 원래 몸에 "이물질"이 닿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녀석이라..
진료실에서 나오는데 이웃의 건우맘님을 만났다.
아이들 첵업 때문에 오셨다가, 원래도 동휘 넘 예뻐라 해주는 "영미이모",
동휘 팔에 붙은 저 이물질을 보고 너무 놀라셨던거라..
결구 오늘 낮에 잠깐 우리 집에 들르셔서 맛난 빵 전달과 함께 동휘 상태까지 확인하고 가셨다눈..
(쌩유 베리 감사, 언니.. ㅠㅠ)

동휘 주치의 선생님이 처음부터 보셨음 왠지 한 번에 알아채셨을 것 같은데,
오호 통제라.. 급작스러운 소아과 방문은 대체로 초짜 의사들이 담당인 듯.

여튼..
병원서 너무 혼난 탓인지,
하루종일 피곤은 했지만 엄마, 아빠 사랑을 듬뿍 받아서 맘이 풀어져서였는지,
시간이 좀 흘러서인지,
여전히 팔을 예전처럼 쓰진 못하지만
조금씩 "Hooray"도 양손으로 해 가면서 나아지고 있는 중이다.

저 이물질은 당연히
쓸쓸하게 집안 곳곳을 굴러다니고 있다.

아프지 말자, 동휘.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