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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브로2009. 3. 31. 11:02


한 때는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
100%라고 할 순 없었지만 거의 다 알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

둘째 임신과 동시에 찾아온 극심한 우울함과 무기력함 때문에 잠시(?) 녀석을 놓고 있었고,
둘째 출산하고 조리하고 조금 정신을 차려 녀석을 보니 어느덧 녀석은 훌쩍 커 있었다.

지난 해 말부터 노래노래를 부르던 Monsters vs. Aliens를 개봉하자마자(3/27/09) 아빠와 다녀온 녀석은
하루종일 나만 모르는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닥터 커카로취, 인섹터사우러스, 밥.. 그나마 몇 일 들으니까 알아들은 말이지만 그들이 뭔지 알게 뭐람?
흑.. 이 소외감.

급기야 오늘 낮에, 동우 젖먹이다 잠들어 깨보니 녀석이 흥분해서 방에 들어와서는 맥도널드에 가자고 졸랐다.
작년 여름까지나 갔을까, 그 이후엔 가지 않았던 곳인데(예전 살던 동네엔 실내 놀이터가 거기 있어서 자주 갔었다)
갑자기 왜 이러나 하는 생각 끝에 스치는건.. 드림웍스에서 나온 영화라 혹 캐릭터 장난감을 주나였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애 아빠가 피곤하다고 컴퓨터에 영화 웹사이트를 열어주고 잠든 사이,
녀석이 클릭클릭 들어가 맥도널드에서 해피밀을 사면 영화 캐릭터 장난감을 나눠준다는 광고를 본 것이다. @.@

그래서 우리는 맥도널드에 갔다.


밥(왼쪽 퍼런애)과 닥터 커카로취(오른쪽)
두 개를 얻기 위해 동휘아빠도 해피밀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 주말에 날씨 좋다고 갔으나 추웠던, Niawanda Park에서 강물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은 녀석

이제 더 이상,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
많이 놓치고 있고, 그래서 서운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게 시작이겠지..
만 네 살도 안된 아기도 자기만의 세상을 갖는데,
녀석이 사춘기 되고, 대학 가고, 연애하고, 결혼하고, 애 낳고, 늙어가고..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우리 사이는 멀어지겠지?

짠하다.

그래도 3년 반의 차이를 두고, 또 당분간 나를 자신의 온 세상으로 받아들일 녀석이 있으니
조금은 위안이 된다.


녀석에게서 뜨문뜨문 보이는, 감출 수 없는 유필순 여사의 향기(ㅋㅋ).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