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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26 바람의 도시, 시카고를 가다 24
둘러보기2009. 5. 26. 05:14

남편 학회 발표가 있는데 travel grant까지 받았다고 해서 다녀온 시카고.
그냥 남편만 갔다와도 됐는데 굳이 온 가족이 함께 한 이유는 미국에서의 마지막 여행일 수도 있기 때문.

사실 2005년 10월에도 시카고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 때도 남편의 학회 발표 때문이었는데(이를 어떤 이들은 "학빙여(학회 빙자 여행)"라 부르기도 한다),
마침 막내동생도 시카고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겸사겸사 갔었다.
그 땐 생후 3개월 된 동휘를 데리고 비행기 타고 다녀왔는데,
이번엔 생후 3개월 된 동우까지 데리고 자동차로 다녀왔다.

너무너무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_-

남편 발표는 22일 오전이었어서 21일 아침 일찍 출발했다.
우리 애마가 워낙에 갤갤대서, 거기다 에어콘까지 문제가 생겨서 렌트를 했다(Avis에서 하루에 17불).
Nissan산 Altima. 오~ 차 좋더군~
동휘가 "새 차 너무너무 좋아!"라면서 감탄을 연발하는데 슬쩍 마음이 아팠다.
이래서 돈 많이 벌어야 하는구나 싶기도 하고.

21일은 하루종일 차에 있었다.
뉴욕주 버펄로에서 출발해 펜실베니아를 슬쩍 걸쳐 오하이오와 인디애나 북쪽을 관통해 일리노이 시카고에 이르는
546마일의 여정. 지도에서는 약 8시간 50분이 걸린다고 했으나 중간에 애 젖 먹이고 어쩌고 하니 12시간 걸렸다.
"시카크(시카고), 시카크~"하며 좋아하던 동휘녀석, 나중엔 지쳐서 잠들어 버리기도..



시카고에 도착하자마자, 거기 시간으로 밤 11시가 다 됐음에도 우리를 맞이한 건 교통체증. -_-


그래도 촌닭 임동휘 선수는 "CITY!!!"라면서 엄청 흥분하고 좋아했다.

우리가 머문 곳은 학회가 열리는 시카고 다운타운의 메리엇 호텔에서 좀 떨어진 Red Roof Inn이었는데
지금까지 미국에서 여행하며 여기처럼 낡은 곳은 처음이었다..만, 하루에 45불인데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크립 좀 갖다 달라니까 "5분만 기다려"만 연발하더니 결국 가져다 주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췟!
(그래서 동우는 유모차를 180도로 젖혀 아기이불을 여러장 깔고 눕혔다)



다음 날 아침에 동휘아빠가 발표하러 간 사이(10시 30분 발표였는데 돌아오니 12시가 넘었다)
우리는 TV도 보고 피곤을 잠으로도 풀면서 보냈다.



같이 점심 해 먹고 뒹굴거리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싶어서 가까운 Navy Pier에 갔다.
사실 오기 전까지는 시카고 근처에 있다는 Legoland도 방문하고 Disney Shop도 방문하려 했으나
(우리 동네에 두 개나 있던 Disney Shop, 다 문 닫았다눈.. 동휘의 아주 좋은 놀이터였는데.. 쩝)
점심시간이라고 꽉 막혀있던 도로며, 무엇보다 넘 피곤해서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3년 반 전에 왔을 때 그 찬 가을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보트를 탔었기 때문에 이번엔 패스.
그야말로 Navy Pier 안에서 무료 공연도 보고, 식물원(?)도 구경하고, 시카고 핫도그도 먹어보고,
토마스 기차도 타고, 트롤리도 타봤다.
어린이 박물관도 있었는데 망설이다 안 들어갔다. 돈 안 내고도 즐길게 많은데 뭐..하면서.


Navy Pier 내 무료공연장 앞에서.


식물원스러운 곳에서. 조화가 아닌 생화라 그런지 답답한 공기 안에서 무척 신선한 느낌이었다.
임동휘 선수는 시간차를 두고 떨어지는 분수에 정신을 팔리고..



언제봐도 참 아름다운 시카고의 스카이라인


끊을 수 없는 토마스 사랑


America's Dog 중 시카고 도그. 시카고에 갔으니 시카고 핏자를 먹어야 한다 생각했으나.. 귀찮아 패스.
그냥 Navy Pier 내의 푸드코트 중 하나 골라서 시켜 먹었다. "핫도그엔 케찹을 치지 말아야 한다"는 문구가 인상적.

전날 하루종일 차를 타고도 다음 날 새벽 5시 30분부터 일어나 완전 피곤해진 임동휘 선수의 짜증 때문에
계획보다 일찍 들어왔다.

숙소에서 걸어 Navy Pier까지 왔는데 도저히 동휘를 데리고 다시 걸어가는게 무리라 판단해
동휘아빠는 동우를 데리고(유모차 밀고) 숙소로 가고 나는 동휘와 트롤리(공짜)를 타고 가기로 했다.
처음 버스를 타 본 임동휘 선수, 촌스럽게 "엄마, 너무너무 좋아" "엄마, 너무너무 재밌어!"하면서 즐거워했다.

숙소에 도착해 저녁도 해 먹고(밥돌이인 애를 데리고 다니다보면, 가능하면 아주 경제적인 여행을 하려면
끼니를 챙겨다니는건 기본이다. 오히려 집에서보다 여행지 나가서 더 잘 해먹고 다닌다. @.@)
완전 뻗어서 자는 동안, 임동휘 선수 쉬마렵다고 깨우고, 임동우 선수 배고프다고 깨우고.. 아, 엄마는 괴로워.


닮은 꼴

다음날, 그래도 아쉽다고 다른 곳 들렀다 가자는걸 내가 우겨서 그냥 출발했는데
다른 곳 들렸다 출발했음 정말 힘들 뻔 했다.
그냥 I-90만 타고 쭉 온 길 따라 가면 되는데, 중간에 잠깐 exit 바꿔서 달려주면 되는데 딱 그 부분을 놓쳐서
결국 좀 더 돌아서 집에 도착했다.
그래도 처음에 쉬지 않고 반까지(Toledo, OH) 달린 덕에 밤 12시에 도착했지 안 그랬음 더 힘들었을 뻔 했다.

우리 차로 갔더라면, 돈이 좀 더 많았다면.. 이렇게 무리해서 달리지 않아도 됐었겠지만,
중간에 들러서 볼만한 곳도 참 많았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여행을 완료했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시카고는 아주 매력적인 도시이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엔 힘든 도시고
(안 그런 대도시가 어디 있으랴?!), 대신 혼자서 내지는 나중에 영감이랑 둘이서 차분히 구경하면
참 좋을 것 같은 도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지겹게 차를 타고도 "엄마, 시카크가자"하는 동휘를 보니 참.. ㅋㅋ

그나저나 아직도 피곤이 채 안 풀려서 너무너무 힘들다.
그래도 여행은 계속 되어야 한다. 쭈욱~! 흐.흐.흐.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