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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03 행복한가? [9번째 결혼기념일 - 추가] 41
생각거리2010. 11. 3. 12:03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아 키우고 살림을 하는 삶.

학교 다닐 때 별로 꿈꿔보지 않았던 나의 미래였다.
오죽하면 나중에 난 별로 필요하지도 않을건데 왠 가정? 가사?하며
과목 취급 등한시하기도 했고,
결혼과 제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에 뽑히기도 했고(씨이..),
애 그렇게 끼고 키울 줄은 몰랐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듣기도 한다.

그런 내가, 30대 중후반에 이르러보니 전혀 생각지 않았던 길에 서 있다.

행복한가?
행복이 뭔가요? 먹는건가요? 우걱우걱~ (이건 디씨갤에서 배운 말. ㅋㅋ)

98년에 연구실 선후배 사이로 처음 만났다(내가 선배. 허나 우리 연구실은 선배<나이).
이름이 특이하다곤 하나 나는 처음 들어본 이름이었고
기억에 남는거라곤 황금 주말에 집에 내려가 김장 돕는다나?
엄마한테 신기하다 이야기 했더니 "그런 남자가 진국"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각자의 친구를 맺어주기로 하다가 얼떨결에 맺어진 커플이자
연구실을 연애실로 만드는데 주역이 되었던 커플이 우리다.
99년 초부터 사귀기 시작해 01년 11월에 결혼을 했으니
연애도 참 오래(내 기준)도 했고(연애다운 연애는 처음이었는데 이렇게 땡~)
05년 7월에 첫애를 낳았으니 아기 없던 그 긴긴 시간은 소꿉놀이에 다름 아니었더랬지.
맞벌이 부부로 아침에 잠깐 얼굴보고 밤에 잠깐 얼굴보고 살던 시절.
싸울 일 따위 없이 애틋하기만 했던 시절이었다.

얼렁뚱땅 유학길에 오르고, 그대는 공부하라 나는 애 키우고 떡을 썰.. 흣.
어찌보면 유학시절이야말로 우리가 제대로(?!) 현실적인 결혼생활을 하기 시작한 시기.
서운함, 미움, 걱정스러움.. 하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아기자기했던 시간들이었다.

버리고 떠난 내 나라였는데 받아줄 곳 없으니 받아준 내 나라는,
그래, 그야말로 엄마와 같은 존재.
그러는 사이 아이는 둘이 됐고 나는 빼도 박도 못하는 아줌마가 됐는데
우리 자기는 여전히 학교에 가면 자길 대학생으로 본다나 어쩐다나.. -_-

9년차 부부. 햇수로는 10년차 부부가 된 우리.

행복한가?
행복이 뭔진 모르겠지만 말이지...
빈말이나마(!) 세상에서 내가 제일 예쁘다고 하고
세상 그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있고
자기 자신보다 나를 더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건
고맙고 행복한 일이다.

사랑하는가?
사랑의 정의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진 모르겠지만 말이지...
보기만 해도 설레고 가슴 뛰면.. 심장병 걸려 죽는다, 자기 말대로.
같이 있으면 투닥투닥해대도 옆에 없으면 한없이 그립고 보고 싶고
(그래, 오늘 출장가서 내일이나 온댄다!)
어쩌니 저쩌니 해도 세상 하나밖에 없는, 내가 제일 아끼는 내 사람.
따뜻한 공기 중에 천천히 녹아드는 커피향처럼
내 삶의 청량제이자 포근한 안식처인 그대.

결혼 9주년.
축하해요.


[추가]
조금 전에 받은 소포.

받는 사람 이름에서 꺄르르~


셀폰 카메라로 찍어서 화질이 살짝.. -_- (오히려 다행?)
어쩌지? 나는 선물 준비 못했는데.. ㅠㅠ
그래서 어제 내가 xx 사달라고 하니까 난처해 했구려.
xx은 내년에~
선물 고마워요.
더 감동은 카드. ㅠㅠ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