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담근 지 꽤 됐다.
거기다 매번 담그지도 않았다.
어쩌다 용기백배해 김치를 담그면 남편이 "세정아, 그냥 사먹으면 안될까?"라고 맥빠지는 소리를 해서,
거기다 내가 먹어봐도 정말 한숨만 나오는 맛일 때가 많아서 다 포기하고 사먹곤 했다.
그런데 작은 병이 10불 썸띵(2주 정도 먹는 듯), 큰 병이 18불 썸띵(3~4주 먹는 듯)하는데 그게 감당이 안돼서
정말 큰 맘 먹고 고춧가루까지 사서(우리 집에 있는 고추가루는 5년 된, 남미서 엄마가 가져오신거다.
무지무지 맵다. ㅠㅠ) 담궈봤다.
어릴 때 할머니랑 엄마랑 김장하시는 모습을 몇 번 보긴 했으나,
그런 거에 익숙해지면 집안 일 많이 해야할까봐 의도적으로 피한 것도 있고,
애초에 관심도 별로 없었어서 당췌 뭘 어찌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반면, 어릴 때부터 집안의 딸 노릇을 해온 남편은 어머님 따라 김장을 곧잘 했어서 나름 기초 지식은 갖추고 있는 편.
이번엔 주먹구구가 아닌, 잘 담그는 사람의 노하우를 뒤적여서 종합판으로 만들어보자 결심하고
잘 가는 사이트에서 먼저, "김치 담그기의 성공비결" 중 가장 중요하다는 배추절이기부터 들어갔다.
배추를 4등분(세로로)한 후 굵은소금:물의 비율을 1:7컵으로 해서 배추 밑둥을 담아놓은 후,
1시간 30분 후에 위치를 바꿔주고, 1시간 간격으로 소금물에 담궈 위치를 바꿔준 후
7시간쯤에 물에 씻어서 하룻밤을 꼬박 물을 빼주면 좋댄다(미씨쿠폰의 ohappyday님께 감사).
여튼, 그렇게 배추를 절여 씻어 물빼기까지 해놓고 (그 때가 밤 11시) 잠들었는데,
자다 생각해보니 김치를 넣을 통도 다 버리거나 남 줘버렸고(옛 아파트에서 이사 나올 때 한국 가는 줄 알았삼. -_-),
김치 속을 만들 큰 대야(?) 같은 것도 없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헉!!!!!!!!!!
여튼, 의욕만 가득 찬 세정이 되시겠다. ㅠㅠ
뭐, 그래서 밤에 저렇게 물 빼놓고 아침에 일어나
동휘랑 Lowe's에 가서 Kid's Workshop에도 참여하고,
Old Navy에 커스튬 입고 가서 티도 공짜로 하나 받아오고,
Target에 가서 김치 담을 통도 사왔다눈..
012345
헥헥..
어제 배추를 절이는 동안 감자를 끓인 물에 찹쌀가루를 넣어서 감자풀을 쒔다.
만들면서도 풀이 넘 질고 양이 적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흑흑..
다 넣고 보니 속이 너무 적었다. 거기다 다 담그고 나서 보니 고추도, 파도 안 넣었다눈.. @.@
왓쏘에버, 그래서 탄생한 세정표 김치. 배추가 완전히 잘 절여진 것이 아니라서 역시나 실패작이다. ㅠㅠ
그 속으로 꼴랑 이 통 가득 찰 정도만 겨우 담았다 (그러니까 약 3포기? ㅠㅠ).
남은 얘들은 어쩔테냐? ㅠㅠ
그래서 급조해 탄생한 것이.. 물김치.
뭐 이랬다는 이야기.
배추 반박스, 그러니까 6~7포기만 담았기 때문에 싱크대에 펼쳐놓고 김치를 담아서 힘들지 않았다.
거기다 바로바로 씻어가며 만드니까 다 끝나고 나도 크게 불편한 것도 없고..
다음 번에는 기필코! 배추를 잘 절여서 맛난 김치를 만들테닷!
어제는 남은 배춧잎으로 배추된장무침도 해 먹고, 배추전도 해 먹었다.
사진을 찍으려다가 피곤해서 패스.
의외로 무척 맛있었...으나 동휘가 잘 안 먹어서 약간 김빠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