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동브로2007. 11. 30. 14:47
요즘 "NO!"와 "아니야"를 달고 사는 동휘씨.

엄마 껌딱지에서 점점 아빠와 더 친해지고 있는 것 같은 위기감이 든다.
하긴.. 엄마는 맨날 디비디 보지 마, 밥 먹을 때 돌아다니지 마, 뭐 하지 마, 뭐 하지 마 그러는데
아빠는 같이 놀아줘, 해달라는대로 다 해줘.. 나같아도 아빠가 더 좋겠다, 치이..

요즘은 낮잠 재우려고 같이 누워 책 서너 권 읽어주고 이제 자자고 하면
"엄마, 밖에 나가"라고 말한다.
굳이 옆에 눕겠다고, 나도 자겠다는데도 나가라고 주문하는 동휘씨.
물론 대부분은 라디에이터에 손대고 (파워를 껐다 켰다) 방문을 빼꼼히 열어 "엄마"하고 부르지만,
가끔은 그대로 잠이 들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런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말도 많이 늘어서 요즘은 부사와 형용사도 간간히 섞어서 말하고 있다.
그리고 어디서 그리 듣는건지 영어로도 곧잘 한다.
제일 웃긴 건 "Oh, man!!"

이렇게 말 잘하다가도 수화기만 들면 엄마, 아빠나 겨우 알아들을 말만 해댄다.
"콤퓨타, 디비디, 위글즈, 매키야, 토타다, 퍼시, 몬스터, 마이클.."
이런 식으로 주변의 기기들을 이름을 불러주거나 만화 캐릭터 이름을 불러주니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이모는 대체 얘가 뭔소린가.. 하게 되는게지.
즈그 외할아버지랑 거의 처음으로 대화를 하는 걸 들었는데,
할아버지: 동휘 뭐랑 밥 먹었어?
동휘: (강하게) 매키야, (약하게) 매키야, 킹.. -> 열심히 지 주변의 장난감 이름들 설명하는 중
할아버지: 멸치랑 먹었어?
동휘: 매키야, 킹, 칙 힉..
할아버지: 멸치랑 밥 먹었다구?

아.. 전화비 아까웠다. ㅡ.ㅡ (내가 건 거 아니지만.. ㅋㅋ)

그러는 주제에 나나 즈그 아배가 통화만 하면 옆에서 바꿔달라고 난리난리.
민폐될라, 조심!!

나랑 동휘아빠랑 이야기 하다가 서로 의견 차이를 보여 목소리가 좀 커지기라도 하면
동휘는 어김없이 엄숙한 목소리로 "엄마!"하고 날 부른다.
뉘앙스가 딱 "엄마가 잘못했어"다.
나중에 니 동생만 생겨봐.. 복수할꺼야~!! ㅋㅋ

가을은 낙엽의 계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동휘씨는 떨어진 낙엽을 너무너무 좋아한다. 황홀해한다.
특히 잔뜩 쌓아놓은 낙엽 사이를 그 작은 발로 질질 끌며 흐트려뜨릴 때 (내가 안 치우니~),
한아름 주워들고 허공에 뿌리며 꺄악꺄악 행복한 비명을 지를 때
내 자식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예쁘다.
넌.. 로맨티스트가 될 것 같다. ㅋㅋ

예전처럼 밖에 나가서도 엄마한테만 안아달라고 하지 않고
아빠한테도 잘 안기고, 다른 사람에게도 곧잘 가서 놀고..
엄마는 편한만큼 또 살짝 아쉽기도 하다.
동휘 세상의 전부가 나였는데, 내 위상이 조금씩 낮아지니까.
하지만 그게 순리겠지.
그간 홀대했던 남편에게 잘해야겠다. ^^;;

그래두,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아기, 우리 애교꾸러기 동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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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휘와 나, 핸드폰 사진찍기 놀이 중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