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동브로2008. 2. 8. 04:27
처음 말을 하기 시작했을 때 느꼈던 경이를 다시금 느끼는 요즘이다.

아주 아기 때부터 영어로 된 책을 많이 읽어줬고,
두 돌 무렵부터는 영어로 된 DVD, PBS Kids만 열심히 봤던 아이인데
영어를 잘 알아듣지도, 말도 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갑자기 지난 주부터인가 영어 말문이 틔여서는
시도때도 없이 뭐라뭐라.. 동휘아빠는 "나도 동휘가 뭐라 하는지 모르겠어"의 경지에...

허나, 놀라지 마시라.
동휘 또래의 이 나라 아이들 (잘한다는)처럼 잘 하는게 아니니까.

처음 시작은 들리는 소리는 무조건 따라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한국사람들을 만나면 한국말로 잘 하다가
한국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 (처음엔 서양인들만인 줄 알았더니 대만인인 미미에게도 영어로..)에게는
뭐라뭐라 영어 비스끄무리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그러다 어느 순간에 영어 단어들이 튀어나오고, 그 다음엔 간단한 영어 문장을 말하게 됐다.

내가 경이로운 것은, 딱 한국말을 시작했을 때와 똑같은 수순을 밟는다는거다!!

요즘 동휘는 아빠 및 다른 한국 사람들과는 한국말로 대화를 하고,
엄마인 나나 다른 외국인들 앞에서는 영어 흉내를 낸다.


**
자기 전에 늘 침대 위에서 보잉보잉 뛰어대는 동휘
(우리 침대가 워낙에 매트리스가 부실한 침대인지라 맘껏 뛰놀라 한다. 줄넘기나 제자리 뛰기가
키 크는데 그리 좋다며? 뭐 성장점을 자극한다나? 자리를 잡으면 침대를 제일 먼저 살테야!).
그리고 The Wiggles의 노래를 함께 율동과 함께 한참 한 후에야 잠자리에 든다.

열심히 뛰어놀고 "It's time to sleep"했더니 책을 가리키며
"Mommy, Book!! @#*%@$%(^@(#%$"
"Oh, You want mommy to read a book before you go to bed?"
"Yes, mommy!"
그래서 책을 몇 권 읽어주고 이제 진짜 잠자리에 들 시간이라 했더니
"@#%#^%&^$@#$%"
엥??? "Sorry, mommy can't understand"
"@#$%#@^"
"Sorry, honey.."
"워러 @#%#@$^@%$"
물 달라는 소리. -_-
(저 대화의 @#%@^%@#%$는 다 영어스럽게 흉내낸 소리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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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 아이들을 보니 보통 1~10까지 세는 법을 가리키고,
알파벳을 좀 가리키려고 노력하고, 그 외에 중요하게 색깔과 모양(shape)을 가리키는 것 같다.
동휘는 1~10까지는 잘 세고, 알파벳은 곧잘 알다가도 또 곰새 까먹고하는데
(엄마가.. 안 시킨다. 그냥 노는게 장땡이라는 생각에.. 쩝)
책을 몇 번 읽어줘봐도 이노무 색깔과 모양엔 도통 관심이 없다눈..
젬보리에서 이 색깔과 모양을 아주 중요시하는 것 같은데
애가 전혀 모르니까 "모자라는 애" 바라보듯 애처롭게 바라봐서 좀 화도 났었더랬다
(얘는 한국말도 하거든!!!).

그래도 젬보리 넘 좋아하는 동휘. "엄마, 도위 젬보리 너무 재밌었쪄"하는 소리를 들으면
뭐 좀 못마땅하다가도, 이거 이제 그만 다녀야지 하다가도 어쩔 수 없이.. 쿨럭..

왓쏘에버..

어제는 젬보리에 가서 뛰어놀다가 바닥에 색깔별로 매트를 깔아놨는데
뜬금없이 그러는거다.
(보라색을 가리키며)"엄마, 이건 제프야"
(빨간색을 가리키며)"엄마, 이건 뭐리야"
(파란색을 가리키며)"엄마, 이건 앤쏘니야"
그렉이 노란색인데 아쉽게도 노란색은 바닥에 없었다눈..
(The Wiggles 아저씨들의 티셔츠 색깔.. ㅋㅋ)

어쨌든 색깔이 다 다르고, 그 색깔들에 이름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
우리 동휘 장하다!! 엄마는 마냥 뿌듯하다눈.. ㅋㅋ
(우리 애는 안 가르쳤는데도 다 아는데 따위의 딴지를 거시려거들랑,
그냥 머리 속에서만 걸고 마삼!! ㅋㅋ)

오늘은 책 보는데 뜬금없이 파란색 개를 가리키며 "엄마, 블루!! 자네?"
(파란색 개가 빨간 나무 위에 올라가 자고 있는 그림)

당장 결과가 안 나오더라도 머리 속 어딘가에 저장했다가
뜬금없이 툭툭 튀어나오는 그 기능이 마냥 신기하다.



TV 삼매경 동휘 @ 현정언니 집
Posted by bibidi